CIAP 특별기고

농업분야 국제개발협력 패러다임의 변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한국국제협력단 경제개발실
이효정 과장
 


위 사진은 에티오피아의 수원총괄기관인 ‘재경부(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ic Cooperation, MoFEC)’ 국장의 집무실 출입구입니다.

오른쪽 방은 ‘對중국 업무 전용’ 공간이고,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공여기관들(미국, EU, 일본, 한국 등)은 왼쪽방에서 면담을 진행합니다. 부상하는 중국의 파워는 개발원조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흔히 중국의 대외원조에 대해서 ‘정치․외교적 목적이다,’ ‘구속성 원조가 높다,’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심지어 수원국에서 조차 비하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많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외원조는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더욱이 중국은 G2 국가로서 포지셔닝을 위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를 설립하고, 주변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요.

중국의 ODA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함께 논의하도록 하고, 본고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개발협력분야의 패러다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누구와 어떻게 손잡을 것인가?

새천년개발목표(the Milleniuum Development Goals, MDGs)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었던 몇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MDGs에서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통해 ‘어떻게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극복할 것인가’가 도전 목표였다면, SDGs에서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까지 포함하는 전세계 공동의 문제로 모든 현상을 인식하며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경제, 사회, 환경의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모든 형태의 빈곤과 불평등 감소를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ODA 자금뿐만 아니라, 무역과 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민간재원을 고려하게 됩니다.

단순히 선진국이 공적자금을 통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민간의 영역까지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시도해보는 것이지요. 따라서, ‘민관파트너십,’ ‘혁신적 파트너십’ 등과 같은 형태로 사업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ODA는 우리의 예산으로, 우리의 전문가가 현지에 투입되어, 수원국 사람들(공무원이든, 농민이든, 연구원이든)에게 우리의 발전된 기술을 가르치고, 그것을 역량강화라는 표현으로 포장해왔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변환된 유일한 나라’라는 타이틀은 과연 누가 남겨준 것일까요. 저는 이것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경험과 역사이지요. 누구든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제 우리나라의 개발협력분야가 한 단계 성숙해가는 단계라 생각한다면, 이 사실 자체에 스스로 도취되어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기술이 세계 최고이니, 일방적으로 수용하라’라는 태도는 바뀌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그간 추진해 온 사업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새로운 사업에 반영을 해야겠지요.

과연 우리가 지원했던 사업들이 옳은 방향이었나,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적정하고 지속가능한 기술이었나,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 그들은 우리의 지원을 바탕으로 그만큼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가, 그들의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했을까, 중국의 지원이 자국의 경제적‧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 명분이 우리에게는 과연 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개발협력분야 추진 방향성

다시 처음의 사진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중국과 그 외 국가들’로 구분되어질 만큼 개발협력분야에서 중국의 위치는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들이 목적이 자원개발에 있든, G2국가로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이든 간에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를 향해 정직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농업분야만 예를 들어봐도 당장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
관련 부처, 행정기관, 연구기관, 지자체 등에서 유사한 형태의 사업이 유사한 지역에서 진행 중이지요.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를 통해 사업간 연계와 협력에 대한 조율을 하기도 하고, 유·무상협력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업무이지만, 여전히 간극을 좁히기 쉽지가 않습니다.

국내의 현안도 해결하기 벅찬 상황이지만, 어찌보면 다양한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원조 분절화라는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국제기구와 협력은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KOICA는 2018년도 신규후보사업으로 다수의 다자성양자(멀티바이) 사업을 발굴했습니다. 단순히 국제기구에 분담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사업의 발굴단계에서부터 수원국 정부와 국제기구, KOICA가 함께 수요조사(Needs Assessment)를 통해 해당 국가, 해당 분야에 대한 심층적 조사를 수행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국이 사업제안서(Project Concept Paper, PCP)를 작성하여 제출하지요. 이렇게 접수된 제안서는 기존의 것보다 월등한 수준입니다. 사업대상지, 사업요소, 위험요소, 환경분석까지 상당히 깊이 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문서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이러한 형태의 사업발굴을 이제는 우리나라의 관련기관과도 함께해야합니다. 또한 이러한 형태의 사업을 한국인 전문가를 채용하여 담당하도록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담하는 예산에 비해 국제기구에 진출한 전문가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전문인력의 양성뿐만 아니라 역량있는 청년들의 취업을 위함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농업기술을 가진 기관,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에서 함께 서로가 가진 장점을 공유하고, 무유상 협력을 위해 사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것을 ‘혼합ODA 금융’이라는 용어로 칭하며 추진하고 있습니다. SDGs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화되는 개발재원이 단순히 ‘민간영역을 끌어들여 ODA 규모를 늘리자’는 주장에서 나아가 무유상간의 협력까지도 포괄적으로 수용하여 수원국에서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개발협력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 자세한 사항은 KOICA 홈페이지(www.koica.go.kr)와 봉사단원 홈페이지(http://kov.koica.go.kr)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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