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그림속에 등장하는 ‘Heart’는 대부분 의학적인 ‘심장’보다는 ‘마음이나 열정’의 의미로 통한다. 병든 심장을 치료하기 위한 중재시술에는 심장의사의 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열정이 필수적이다. 2004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Something the Lord Made”에서는 심장병을 치료하는 의사를 돕는 훌륭한 조수로서의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려진다. 1930년대 미국의 경제 대공황에 인종과 남녀차별까지 횡횡하던 시절에 한 흑인 technician의 역경을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10년에 TV영화에서 “신의손”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그림1].
영화는 테네시주의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목수 일을 하던 고졸 출신의 Vivien Thomas (1910-1985, 그림2의 좌측)라는 한 흑인 청년이 당대 최고의 심장의사인 Alfred Blalock (1899-1964, 그림2의 가운데)의 조수(助手, technician, assistant)가 되어 치료법이 없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Blue baby syndrome (청색증)”의 원인인 ‘Fallot 4징후 (tetralogy of Fallot, TOF)’의 수술을 처음으로 성공시킨 블래락의 위대한 ‘손’이 되고 Doctor칭호를 받을 때까지의 험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다
1.
심장쇼크치료에 대한 공로로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일하게 된 블래락은 경제공황으로 실직자가 된 토마스를 동물실험실 조수로 처음 만나게 된다. 블래락은 당대 소아심장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여의사 Helen Taussig (1898-1986, 그림2의 우측)이 디자인한 TOF의 shunt 수술에 대한 의뢰를 받고 개의 심장수술을 먼저 시도한다. 블래락은 토마스의 수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바탕으로 동물수술을 대성공으로 이끈다. 이 장면에서 블래락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그의 ‘손’ 토마스에게 “이건 신이 만든 것이구나 (Something the Lord made)!”라고 말한다. 실제로 토마스는 환아를 위한 조그만 바늘을 만드는 등 수술의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곧이어 블래락은 그의 손 토마스와 함께 환아를 대상으로 TOF션트 수술을 성공하여 금단의 영역이었던 심장수술을 1944년 최초로 성공시킨 의사가 된다.
영화에서 토마스는 블래락의 어깨뒤에서 수술을 잘 도와서 blue baby가 pink baby로 변하게 되는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데, 마치 심도자실에서 절대 뚫릴 것 같지않던 험한 관상동맥병이 시술팀의 조언과 도움으로 와이어가 통과되고 재관류가 되어 환자가 살아나는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때 시행되었던 TOF 수술법은 좌쇄골하동맥을 폐동맥에 연결하여 폐순환을 돕도록 하는 방식으로 현재 Blalock-Taussig (BT) Shunt 라는 수술법으로 알려져 있고, 수술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 토마스의 공을 사서 Blalock–Thomas-Taussig shunt [그림3]라고도 부른다
2.
블래락이 65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토마스는 그의 연구와 진료의 평생 동반자로서 심장의사들의 트레이닝에 혼신을 다하였고 1976년에는 존스홉킨스의대에서 명예박사학위 (Doctor)를 받고 이례적으로 명예의 전당에 그의 초상화가 걸리는 영예를 안게 된다.
심도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심혈관시술은 시술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방사선사등 여러 사람들(Heart team)의 열정과 노력이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심장병치료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로 우연히 보게 된 “Something the Lord Made”에 1시간50분이 넘게 정신을 빼앗겼다.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불모지에 첫발을 내딛는 블래락의 진지한 용기를 통해 지금도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위해 잠을 참아가며 치료에 매진하시는 전국의 많은 심장내과 의사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또, 그의 좋은 ‘손’ 토마스의 이야기를 통해 척박한 의료환경에서 최고의 Heart team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가족같은 구성원들에게 새삼 깊은 감사를 느낀다.
언젠가는 관상동맥중재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영화 같은 삶을 살다간 우리 분야의 레전드 Andreas Grüntzig (1939–1985, 그림4)의 이야기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