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위 잘나가는 강남에 비해 구도심이긴 하나 중구에도 나름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 많은 맛집들 중 중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어떤 것이 있을까? 무더운 날씨에 몇일을 고민하던 중 토요일 아침 응급 시술 후 문득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중구에는 나름 유명한 평양냉면집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해서 평양냉면이 한동안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록 유행이 지난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중구 평양냉면 맛집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소믈리에의 후각과 미각은 가지지 못해 부족한 점이 있으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소개 드립니다.
우래옥
첫번째는 평양냉면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우래옥”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래옥은 1946년 “서북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역대 대통령 들도 많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래옥 평양냉면의 특징은 먼저 심심한 육수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평양냉면 하면 무미에 가까울 정도의 심심한 맛을 떠올릴 수 있으나 그저 심심하지만은 않습니다. 고기향도 제법 나며, 약간의 시원한 느낌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진한 육수에 연한 동치미 국물의 느낌이 섞여 있는 맛이랄까? 진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나는 오묘한 육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시원한 느낌은 고명으로 들어간 채 썰어 낸 배와, 새콤한 무절임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평양냉면의 특질인 메밀면의 쫀득한 느낌도 적당합니다. 메밀은 찰기가 없어서 전분을 섞어 면을 만드는데, 그 비율이 적당히 잘 잡혀 있어 적당히 쫀득한 느낌이 납니다. 그러나 함흥냉면에 사용하는 밀가루 면에 비하면 굉장히 부드럽게 씹힙니다. 함께 들어간 편육도 부드럽습니다. 쫀득한 면발에 편육을 말아먹는 맛이 있습니다.
그 외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불고기도 상당히 맛이 있습니다. 불고기를 냉면에 싸서 한입에 넣고 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 김치를 하나 집어먹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납니다.
장충동 평양면옥
두번째로 소개할 장소는 “장충동 평양면옥”입니다. 평양면옥은 소위 말하는 장충동파를 대표하는 냉면집입니다. 평양면옥의 육수는 전술한 우래옥에 비하면 약간 더 맑은 느낌으로 우래옥의 진한 육수에 비하면 약간 밍밍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밍밍하다는 것이 절대 나쁜 뜻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설명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평양냉면하면 떠오르는 심심한 그 맛을 원한다면 평양면옥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육수를 조금씩 마시다 보면 은은한 고기향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고명은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돼지고기를 면으로 감아 먹으면 소고기에 비해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을 느낌 수 있습니다. 평양면옥의 가장 큰 특징은 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양면옥은 가게 내부에 제분소가 있어 메밀가루를 직접 빻아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메밀의 함량이 높고, 전분의 함량이 낮아서 다른 곳에 비해 면발이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한입 한입 씹어먹으면 면발이 툭툭 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면발의 메밀의 함량이 높고, 육수는 맑은 편이라 면을 씹고 있으면 약간 구수한 맛도 느껴집니다. 메밀의 함량이 높아 찰기가 없기 때문에 오래 두면 면발의 탱탱함이 사라지므로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먹는게 좋습니다. 고명은 편육 외 무절임, 파, 절인 오이, 달걀 반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편육반 제육반을 추가로 주문해서 냉면에 싸서 먹으면 쫀득한 고기와 메밀의 구수함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필동면옥
마지막 세번째는 “필동면옥”입니다. 필동면옥은 앞서 소개한 장충동파 평양면옥과는 달리 의정부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냉면그릇을 받으면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이 면 위에 뿌려진 고춧가루입니다. 평양면옥이 심심한 육수에 메밀 함량이 높은 면을 사용하여 심심하면서 구수한 느낌이 있는 반면, 필동면옥은 육수가 약간 기름진편이며 감칠맛이 있습니다. 거기에 고춧가루가 들어 있어 약간의 칼칼한 느낌이 가미되어 육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냥 심심하지만은 않습니다. 필동면옥의 면발은 이전 두 냉면집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이전 냉면집이 확실히 메밀을 사용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반면, 필동면옥의 경우 면발이 좀 더 가늘고 색이 밝습니다. 이는 더 많이 도정된 메밀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밀면을 먹을 때와 비슷한 좀 더 쫄깃한 면발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명은 특징적으로 무절임이 들어 있지 않고, 앞서 언급한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으며, 채 썬 대파, 깨, 편육, 달걀 반쪽이 들어 있어 좀 더 조촐한 느낌이 듭니다. 수육은 평양면옥에 비해 좀 더 쫄깃한 편입니다. 면발의 맛이 약간 밋밋해서 면발만 건져 먹을 때는 그 맛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육수를 함께 마시면서 면발을 건져 먹어 보면 필동면옥만의 맛을 알 수 있습니다. 가끔씩 고명으로 들어간 깨를 씹을 때의 고소함과, 파를 씹을 때 나는 파향은 쫄깃한 면발을 계속 씹으면서 느낄 수 있어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어 냉면을 먹을 시기는 지난감도 있으나, 반대로 기다릴 시간은 줄어들 수 있으니 이 기회에 심심한 평양냉면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글이 평양냉면을 좋아하거나 드시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중구 평양냉면 맛집 소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