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9 No.2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APRIL 2023
Culture

와인 20년차의 와인 마시기


이현상  | 차의과학대학 구미차병원
시작하기

2003년도 전공의 3년차 때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20년이 됩니다. 처음에는 세부지역이 표시되지 않은 편의점 와인(당시 1만원 내외)을 사서 마셨었고 그 뒤에 마고(Margaux), 뽀이악(Pauillac) 등 세부지역이 표시된 조금 더 좋은(?) 와인을 맛보았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가격이 좀 있어서 자주 마시기는 경제적으로 쉽지 않아 더 고가의 와인을 접할 수 있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와인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와인 20년차인 제가 어떻게 와인을 마시는 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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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와인 정하기
와인을 마시기로 결정이 되면 우선 어떤 와인을 마실지를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런 와인을 정하는 것은 모임의 성격에 따라, 음식의 종류에 따라. 마실 사람들의 분위기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와인을 맞추는 것을 ‘페어링(Pairing)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모임에 따라 모임이 의미를 둘만한 연도나 지역의 와인을 결정하면 됩니다. 만약 어떤 해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는 모임이면 그 해에 생산된 와인을 구하면 되고 무언가를(생일, 기념일, 승진 등) 기념하는 모임에서는 샴페인 같은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등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제일 많이 하는 페어링은 음식에 맞추는 것인데 이것을 프랑스어로 ‘마리아주(Mariage)’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방법은 붉은 고기는 레드와인, 생선이나 해산물은 화이트 와인입니다. 하지만 각 와인도 특성이 제각기라서 해산물에 맞는 레드, 붉은 고기에도 맞출 수 있는 화이트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튀김요리에는 기포(Bubble - 와인에서는 스파클(Sparkle)로 흔히 사용)가 있는 와인이 좀 더 잘 어울립니다. 각 나라들의 음식에 따라 그 나라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페어링을 해도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2단계: 와인 잔 정하기
와인이 정해지면 그 와인의 포도 품종(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쉬라, 샤르도네, 쇼비뇽 블랑 등) 이나 지방에 따라 와인잔을 정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등 지역에 따라 와인잔 모양이 다르고 레드 와인이냐 화이트 와인이냐, 샴페인이냐에 따라서도 와인잔 모양이 다릅니다. 샴페인 잔도 기포가 넘치게 하는 넓은 잔과 기포를 천천히 감상하는 좁은 플루트 잔 중에서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합니다. 와인잔이 와인의 향과 풍미를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으므로 특히 잠재력이 있는 와인의 경우에 적합한 와인잔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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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여러 가지 종류의 디켄터


3단계: 와인을 최상의 상태로 준비(온도, 찌꺼기)
일반적으로 와인 냉장고(와인 셀러) 에서의 보관 온도는 마시는 온도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섭씨 12도 내외로 서늘하게 해서 안정하게 숙성되도록).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은 섭씨 약 17-18도, 화이트 와인은 섭씨 약 10도 내외, 샴페인은 섭씨 약 5 - 7도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레드 와인은 상온, 화이트 와인 저온, 샴페인은 좀 더 저온으로 기억하면 될 거 같습니다. 와인의 온도를 재는 온도계는 직접 와인 안에 넣어서 재는 것과 와인 표면에 붙이면 온도가 나오는 것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오래된 와인일수록 찌꺼기가 많이 생기므로 와인 셀러에 눕혀서 보관된 와인을 마시기 수시간전에 세워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젊은 와인을 빨리 깨우는 경우에는 넓게 생긴 젊은 와인 전용 디켄터가 필요할 수 있고, 오래된 와인의 찌꺼기를 제거하고 증발을 막는 뚜껑이 달린 오래된 와인 전용 디켄터를 사용해야 될 경우도 있습니다.
4단계: 와인 따기
와인은 대부분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나온 알루미늄 등으로 된 금속 마개도 있지만 숙성이 필요한 와인은 코르크 마개가 대부분 입니다. 코르크를 따는 와인 오프너(Opener) 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소믈리에 나이프, 각가지 모양의 와인 오프너 그리고 전동 와인 오프너 등이 있습니다. 코르크에 스크류를 돌려서 넣고 코르크를 위로 올리면서 마개가 조금 남아 있어서 손으로 딸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스크류를 제거하고 마개를 조심해서 따고 코르크의 상태가 괜찮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코르크가 곰팡이가 쓸고 상해서 와인 맛이 이상한 것을 ‘부쇼네 Bouchonne)’ 라고 하는 데 이런 경우 다른 와인으로 교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와인 코르크가 말라서 깨지거나 부스러지는 경우 코르크 틈새로 공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므로 와인이 원래 숙성되어야 되는 것보다 더 늙어 있는(산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된 와인의 경우 코르크 제거하고 입구를 닦아 주어야 와인 입구를 깨끗하게 유지해서 와인에 불순물이나 먼지가 섞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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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여러 가지 종류의 와인 오프너(Opener)


5단계: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기
보통 와인잔의 4분의 1 정도 따르는 것이 풍미를 느끼고 산화시키는 데 유리합니다. 특히 스왈링 (Swirling) 하기 편하기도 합니다 (스왈링은 와인 잔에 담긴 와인을 빙빙 돌리는 행동으로 와인을 공기 중에 노출시키는 방법입니다.). 와인의 처음에 나는 향기을 ‘아로마(Aroma)’, 산화되면서 변하는 향기를 ‘부케(Bouqet)’ 라고 합니다. 처음에 느껴지는 과일 느낌의 아로마가 얼마나 풍성한 부케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와인의 매력입니다.

6단계: 와인 마시기
아로마와 부케를 느껴가면서 와인을 입에 머금고 마시기 시작합니다. 머금은 와인을 목으로 넘기면서 비단결 같은 목넘김을 느낄 수도, 아니면 거친 목넘김을 가끔은 화사한 입안에서의 느낌이 목까지 지속되는 등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부케가 변함에 따라 맛이 계속 변하고 온도 차이에 따라서도 맛이 계속 변합니다. 와인 종류에 따라 아니면 같은 와인이라도 연도에 따라 맛과 향이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면 보르도의 레드 와인의 경우 블랙커런트의 아로마에서 가죽향, 후추향, 피망향, 쵸코향, 바닐라 향 등등 여러 가지 향과 마시면 입안 가득이 포도를 채우는 느낌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은 이보다는 열대 과일향이나 파인애플, 사과 등의 향 그리고 가끔 버터향도 곁들어 질 때도 있고 마시면 입안 가득한 신선한 산도가 느껴지지만 가끔 의외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과일향과 입안의 기포가 상쾌함을 주는 샴페인도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줍니다.
마치기

와인을 정하는 것부터 마시는 것까지 6단계로 나눠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수년간에 걸쳐 제가 와인 마시는 방법이고 사람들에 따라 와인 마시는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와인은 매우 넓은 맛과 향의 스펙트럼 그리고 매우 다양한 마시는 사람들의 취향과 상황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무조건 ‘맞다 ’혹은 ‘틀리다’ 라는 관점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끔 와인을 마시기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제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마시려고 하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와인들을, 평생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때로는 단계적으로 때로는 자유롭게 와인을 즐겨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