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2월호
2021년 11월 15일 발행
기획기사

어린이놀이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1)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들어가며

전 세계 인구에서 아동이 전체의 29%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동의 인구 비율이 14%로 나타나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일환으로 육아 환경의 개선을 도모하고 아동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아동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아동의 놀이는 명확한 목적 없이 자발적, 주도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행위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31조와 우리나라 ‘아동권리헌장’ 등에서는 아동의 놀이를 아동 기본권 중의 하나로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와 사회는 아동의 연령, 지역, 주거 형태, 계층, 장애 등에 상관없이 언제나 아동이 원하는 만큼 창의적으로 충분히 놀이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놀이의 조건은 공간, 시간, 자발성, 그리고 일정 정도 이상의 에너지와 즐거움이다.2)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이 놀이 공간, 놀이 시간, 놀이 방법 및 놀이 유형을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충분히 놀 수 있는 놀이권이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15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아동의 놀이권 정책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UN아동권리위원회 아동권리조약 중 발달권 측면인 놀이권 불이행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놀이 조건의 하나인 공간으로서의 놀이터는 4S(Slide, Swing, Seesaw, Structure) 중심의 획일적 디자인을 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놀이와 장애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놀이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불균형적 놀이터의 공급으로 놀이터 소외 지역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놀이권 차원에서 놀이터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으며, 어린이가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중요한 공간 환경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놀이터의 공공 정책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 1)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는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고자 어린이놀이터 혁신 방안 소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놀이혁신위원회와 TFT 팀을 구성하여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본 원고는 이러한 논의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 2) 김명순 외. (2017). 아동놀이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보건복지부.

문제

- 정책과 책임의 주체
2021년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되어 있는 어린이놀이시설은 약 77,590여 개소3)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놀이터란 어떠한 곳이고 어떠해야 하는 곳이라는 놀이터에 대한 국가적 철학을 담는 법적인 개념 규정이나 정책적인 비전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며, 놀이터와 관련된 정책을 다루는 책임의 주체도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공공놀이터로 인식하는 놀이터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어린이공원에 설치되는데, 이때 어린이공원은 “어린이의 보건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공원”(제15조)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의 조성과 관련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놀이기구 및 그밖에 필요한 기구를 일조 및 채광이 양호한 곳에 설치하거나 주택단지의 녹지 안에 어우러지도록 설치할 것”(제55조의2)이라고 놀이터의 설치 기준만이 느슨하게 제시되어 있다. 한편 놀이터의 조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서 어린이놀이시설은 “어린이놀이기구가 설치된 실내 또는 실외의 놀이터”(제2조)로서 동법 시행령 [별표 2]의 장소에 설치된 시설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령에서는 놀이시설, 놀이기구, 놀이터가 도돌이표처럼 서로 참조되어 정의되어 있다. 또한 어린이놀이터 관련 내용이 어린이공원, 아동전용시설, 복리시설 및 주민공동시설, 체육장이나 체육시설, 어린이놀이시설, 어린이 활동 공간 등 제각각으로 분류되어 있다.
게다가 소관 부처도 다양해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아동 복지 및 권리로서 아동 놀이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제조 및 수입 단계의 놀이기구를,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지방 정부, 산림청에서는 놀이터의 조성과 관리를, 행정안전부는 놀이기구의 설치 및 유지 관리를 다루고 있다. 각 부처 간의 놀이터를 바라보는 시각과 추구하는 바가 달라 현장에서는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 정부와 교육청 및 산림청은 기존의 기구 중심의 놀이터 조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놀이터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놀이터와 관련된 안전기준에 관한 법령은 기구 중심이다.

< 주요 법에서 정의하는 어린이놀이터 관련 내용 >
관련 부처 분류 조항 내용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국토 교통부 어린이공원 제15조(도시공원의 세분 및 규모) 제1항
  • 2. 어린이놀이터
    • 나. 어린이공원: 어린이의 보건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공원
「아동복지법」 보건 복지부 아동전용시설 제52조(아동복지시설의 종류) 제1항
  • 7. 아동전용시설: 어린이공원. 어린이놀이터, 아동회관, 체육·연극·영화·과학실험 전시시설, 아동휴게숙박시설, 야영장 등 아동에게 건전한 놀이·오락, 그 밖의 각종 편의를 제공하여 심신의 건강 유지와 복지증진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국토 교통부 복리시설/
주민공동시설
제55조의2(주민공동시설) 제7항
  • 2. 어린이놀이터
    • 가. 놀이기구 및 그 밖에 필요한 기구를 일조 및 채광이 양호한 곳에 설치하거나 주택단지의 녹지 안에 어우러지도록 설치할 것
      실내에 설치하는 경우 놀이기구 등에 사용되는 마감재 및 접착제, 그 밖의 내장재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7조에 따른 환경표지의 인증을 받거나 그에 준하는 기준에 적합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할 것
      실외에 설치하는 경우 인접대지경계선(도로·광장·시설녹지, 그 밖에 건축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공지에 접한 경우에는 그 반대편의 경계선을 말한다)과 주택단지 안의 도로 및 주차장으로부터 3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설치할 것
「영유아보육법」 보건 복지부 - 제15조의2(놀이터 설치) 제1항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놀이터를 설치하여야 하며 설치에 관한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교육부 체육장 [별표 2] 유아교육위탁기관 지정 기준
  • 2. 구조 및 면적
    • 다. 체육장 면적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 별표 2의 유치원 체육장의 기준 면적에 적합할 것. 다만,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체육장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인근 놀이터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인근 놀이터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인근 놀이터 이용계획서를 교육감에게 미리 제출하여야 한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문화체육
관광부
체육시설 [별표 1] 야영장 시설의 종류
  • 4. 체육시설: 실외에 설치되는 철봉·평행봉·그네·족구장·배드민턴장·어린이놀이터·놀이형시설·수영장 및 운동장 등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산림청 체육시설 [별표 1의4] 자연휴양림시설의 종류 및 설치기준
  • 1. 자연휴양림시설의 종류
    • 마. 체육시설: 철봉·평행봉·그네·족구장·민족씨름장·배드민턴장·게이트볼장·썰매장·테니스장·어린이놀이터·물놀이장·산악승마시설·운동장·다목적잔디구장·암벽등반시설·산악자전거시설·행글라이딩시설·패러글라이딩시설 등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행정 안전부 어린이
놀이시설
제2조(정의)
  • 2. “어린이놀이시설”이라 함은 어린이놀이기구가 설치된 실내 또는 실외의 놀이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보건법」 환경부 어린이
활동 공간
제2조(정의)
  • 7. “어린이”란 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 8. “어린이 활동 공간”이란 어린이가 주로 활동하거나 머무르는 공간으로서 어린이놀이시설, 어린이집 등 영유아 보육시설, 유치원, 초등학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 3) 자료: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https://www.cpf.go.kr, 2021년 11월 30일 접속)

-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기준4)
2007년 1월에 제정되어 200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기구의 물리적 안전성을 일정 수준 확보한 반면 여러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어린이놀이기구는 안전인증 대상 어린이제품으로 분류되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안전기준은 제품의 적용에 적합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제품를 설치하는 놀이터에서 벗어나 지형이나 자연물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놀이터,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노는 통합놀이터가 조성되면서 안전기준의 적용에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놀이 구조물이나 시설물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보다는 이미 안전인증을 받은 놀이기구를 설치하거나, 반대로 안전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요령을 부린 놀이터 조성으로 안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안전관리는 시공한 뒤에 이루어지게 되므로 부적격 판정이 나면 공사를 새로 하게 된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며, 책임 소재의 문제로 디자이너, 시공사, 조성 주체 간의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아동들은 놀이터에서 원하는 만큼 충족되지 못하는 모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부적절한 위험 감수 활동을 한다.

< 안전관리의 소관 부처와 절차 >
소관 기술표준원 행정안전부(시·군·구청, 교육지원청)
절차 제조, 수입 설치 유지관리
어린이놀이기구 안전인증 설치(관련 개별법)
확인 검사
설치 검사
안전관리 의무
보험, 교육, 점검
정기 검사 등
기준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 놀이기구 인증기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 놀이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
관리 인증기관 검사기관 및 안전관리 지원기관
인증기관 2개 검사기관 14개
안전관리 지원기관 37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기준이 갖는 한계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놀이에서의 안전에 대한 명확한 철학 없이 수치 중심의 안전기준이 강력히 작동한다는 데에 있다. 위험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는 risk, harm, hazard가 있다. 여기서 위험(risk)은 부정적 결과뿐만 아니라 긍정의 가능성도 포함된다. 아동이 놀이 활동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고 잘 이겨 낸다면 성장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hazard는 위험 요소이며 harm은 손상으로 인한 부상이나 상처를 의미한다. 손상(harm)을 주는 위험 요소(hazard)는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아동이 스스로 자신을 지켜 내기 위해서는 놀이터에서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안전기준 서문(Introduction to EN 1176-1)’에는 안전기준이 아동 놀이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risk)과 위험이 주는 유익(benefit) 간의 균형 관리를 목표로 해야함이 명시되어 있다.

<유럽 안전기준 서문(Introduction to EN 1176-1)>

이 기준의 목적은 놀이시설이 교육적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어린이 발달 그리고/또는 놀이에 기여하는 바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 이 표준은 위험을 다루는 능력이 나이보다는 개별 이용자의 기술 수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연령을 기준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 의도된 연령대 이외의 이용자도 놀이시설물을 사용할 것임이 거의 명확하다.

위험 감수는 놀이 환경 및 어린이가 합법적으로 놀이 시간을 보내는 모든 환경에서 필수 요소이다. 놀이 환경은 어린이가 자극적이고 도전적이며 통제된 학습 환경의 일부분으로 허용되는 위험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표가 있다. 놀이 환경은 위험 제공의 필요성과 어린이를 심각한 손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의 균형 관리를 목표로 해야 한다.

안전관리의 원칙은 작업장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놀이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과 유익 사이의 균형은 두 가지 환경에서 다를 수 있다. 놀이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위험과 그 결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유익하다.

놀이의 특징과 성장과 관련하여 놀이터에서 놀면서 얻는 유익을 고려할 때 어린이는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로 인해 충돌하는 경우도 있고, 타박상을 입거나, 때로는 팔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이 표준의 목적은 먼저 장애 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다음으로 사회적, 지능적 또는 신체적으로 능력을 높이려는 어린이의 필연적 욕구로 발생하는 심각한 결과를 줄이는 것이다.

안전 예방 조치로서 접근과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친구들의 통제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는 이유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머리와 목 끼임 및 부주의한 낙상으로부터의 보호와 같은 중요한 요건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작성되었다. 또 장애가 있는 사용자가 놀이 환경에 접근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안전성과 필요한 난이도의 균형을 맞추어 모든 사용자 그룹에 필요한 수준의 도전과 자극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머리와 목이 죄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가 유난히 큰 어린이( 뇌수종 또는 다운 증후군) 또는 헬멧을 착용한 어린이는 고려하지 않는다.

  • 4) 본 내용과 뒤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개선은 김연금(조경작업소 울), 배송수((사)한국놀이시설안전기술연구원), 박진희(서울시교육청), 송영탁(가이아글로벌), 홍경숙(P_P.Y)이 함께 작성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기준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근거하여 작성하였다.

- 관성적 발주 방식과 낮은 설계비
4S로 구성된 천편일률적인 놀이터가 양산되는 직접적 원인으로 관성적인 발주 방식과 낮은 설계비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공공놀이터는 주로 가장 기초 단위의 도시공원인 어린이공원에 조성된다. 어린이공원은 법적 유치 거리가 250m인 까닭에 도시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또 일상적인 공간으로서 이용률도 높고 개선 주기도 빠르다. 그러나 조성과 관리의 주체인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이에 대한 원칙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예산도 많지 않아 이용 현황에 대한 조사 및 분석, 기본계획 및 설계 없이 노후된 기구만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정도의 수동적 작업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또 전면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실시 설계 중심으로 조사와 기획의 과정, 놀이터의 주이용자인 아동 참여의 과정이 누락되고 있다.
설계비 산정은 주로 엔지니어링 사업 대가가 적용된다. 엔지니어링 사업 대가의 기준은 실비정액 가산 방식(직접 인건비+직접 경비+제경비+기술료) 또는 공사비 요율 방식이 적용된다. 놀이터 설계의 경우 일반적으로 후자인 공사비 요율 방식이 적용되어 왔다. 사실상 다른 기준이 없는 실정이므로 학교나 기타 공간에 놀이터를 조성할 때도 참조되었다. 그런데 도로, 철도, 항만, 상수도, 하천 등의 다른 엔지니어링 업무와는 달리 어린이공원은 면적이 작더라도 공종이 다양하고 디테일한 설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공사비가 적어 설계비가 낮게 책정되고 있다. 어린이공원 설계자들이 놀이기구 업체가 제공하는 카탈로그에서 기구를 선정하여 배치하는 수준 정도로 디자인을 하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다행스럽게도 지방 정부 등의 다양한 공급 주체가 디자인이 획일화되어 아동의 흥미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놀이터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련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놀이터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놀이터만을 개선하는 기획 사업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고, 성인의 관점에서 시각적 효과에 중심을 두는 랜드마크 놀이터를 양산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 운영과 관리 체계
마지막으로 놀이터를 설치한 후 놀이의 활성화를 위한 운영과 관리 체계의 미비를 들 수 있다. 놀이터는 어린이공원뿐만 아니라 도서관을 비롯해 각종 공공공간과 주택 단지에 조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놀이터들은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택 단지 내 놀이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주택 단지 내 놀이터는 전체 놀이터 중에서 40%를 차지하며, 이는 어린이공원을 비롯한 공공놀이터의 4배 수준이다.5) 그런데 운영과 관리 체계의 권한과 책임이 민간에 있는 까닭에 공공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공공놀이터 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고, 주택 단지의 입장에서는 운영과 관리 및 재조성에 있어 공공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실상을 살펴보면 성남시 분당구에는 총 178개의 단지 내 놀이터가 있는데 그중에서 9개소가 조성된 지 30년이 넘었고, 나머지 167개의 놀이터도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안전기준을 맞추는 수준 정도에서 관리되고 있어 아동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놀이를 유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성남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공공 개방과 일정 금액 자부담을 전제로 2021년에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놀이터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는 긍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 5) 2021년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어린이놀이시설(놀이터)는 약 77,590여 개소로 이중 주택 단지 내 놀이터는 40,320여 개소, 도시공원 내 놀이시설은 10,970여 개소이다(자료: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 https://www.cpf.go.kr/, 2021년 11월 30일 접속)

개선 방안

- 국가의 아동 놀이 기회 보장에 대한 법적 명시
놀이 관련 법 사이에서 상충하는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하고 상호 간의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놀이에 대한 기본 철학과 방향성이 법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이는 현재 추진 중인 「아동기본법」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담아야 할 내용은 아동 삶의 질 증진에 있어 아동 놀이의 가치와 중요성, 아동 놀이 기회의 충분한 제공을 위한 사회 국가적 책무 등이다. 예를 들어 웨일즈의 「아동 및 가족법 2010(Children and Families Measure 2010)」 제2조에서는 아동의 놀이와 참여에 대한 사항을 명시하여 놀이 정책의 기본적인 법적 지침으로 작동하도록 하였다.

<웨일즈의 아동 및 가족법 2010(Children and Families Measure 2010)>
img
The Welsh Government places great value on play and its importance in the lives of children in our society. We believe that children have a fundamental right to be able to play, and that play is central to their enjoyment of life and contributes to their well-being. We also believe that play is essential for the growth in children’s cognitive; physical; social and emotional development. There is much evidence to support this belief and an increasing understanding of play’s contribution not only to children’s lives, but also to the well-being of their families and the wider community.

정부는 우리 사회의 아동의 삶 속에서 놀이의 중요성에 큰 가치를 둔다. 정부는 아동이 놀 수 있는 기본 권리가 있음을 믿고, 놀이는 아동이 삶의 즐거움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며, 아동의 웰빙에 공헌한다고 믿는다. 놀이는 아동의 인지, 신체, 사회, 정서 발달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신념에 기초하여 아동의 삶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 사회의 웰빙을 위해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믿고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 독립적이고 포괄적인 놀이터 정책의 수립
놀이터의 정의, 놀이터의 형평성 있는 공급,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책임과 역할, 공간적 기준, 활성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독립적이고 포괄적인 놀이터 정책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지속 가능성을 가지기 위한 독립된 법(가칭 「어린이놀이터법」)의 제정 또한 필요하다. 법 제정을 통해 통합적인 조사, 기획, 조성 및 운영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고 이 법에 근거하여 놀이터를 다루는 주무 부서도 설치할 수 있으며, 최근 지방 정부에서 제정한 놀이터 관련 조례 또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적이며 포괄적인 놀이터 정책이 담아야 할 주요 내용>
  • - 우리나라 아동의 삶과 놀이의 가치에 대한 비전
  • - 어린이놀이터의 정의
  • - 놀이터, 놀이시설/기구, 관련 법령들 간의 관계 정립
  • - 놀이터 기본계획의 수립
  • - 관련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 -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 - 놀이터의 발주 방식
  • - 놀이터의 운영 관리, 모니터링, 놀이 전문가 집단의 육성 및 활동가 제도 등
  • - 놀이터 진흥을 위한 우수 놀이터의 인증 및 시상
  • - 시행령과 지침 등을 통해 어린이놀이터 조성 기준의 세부 내용 제시

-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개선
놀이터에서의 안전과 위험에 대한 철학을 전제로 안전기준의 내용과 대상 및 과정이 개선되어야 한다. 내용 측면에서는 안전기준 평가의 정도와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 대상 측면에서는 안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놀이시설물을 중심에 두는 안전기준에서 탈피하여 모든 형태의 놀이터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기준의 적용과 평가의 과정은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놀이터 안전기준의 개선 방안(안)>
구분 내용
1 제품의 안정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인증이 아니라 확인 또는 공급자적합성으로의 변화에 대한 검토
  •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서는 안전관리를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인증, 보통인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확인, 낮은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자적합성확인으로 구분하여 적용함. 어린이놀이기구는 어린이용 물놀이기구,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장치, 어린이용 비비탄총과 함께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경우에 적용하는 안전인증 대상임
2 제품 인증 시 사전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원 창구 필요
  • 설치 전에 사전 검토를 도와 줄 수 있는 조직 구성
  • 예비 인증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또 하나의 제약이 될 수 있음

    제품인증과 내에 놀이터 지원 센터를 설치할 수 있음

3 공산품 이외의 놀이시설 및 공간에 적용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개발과 적용
  • 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흡수할 수 있도록 놀이터에 설치되는 공산품 이외의 놀이시설물과 구조물 등에서 위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작성
4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투명한 과정으로의 전환
  • 놀이터의 관리 및 운영자, 설계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과정으로 전환
  • 다양한 전문가의 포함
  • 평가의 결과와 그 이유를 공개
5 검사 대상 특성을 고려한 검사 방법 적용
  • 시설물인지, 구조물인지, 시료인지 등 검사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검사 방법을 달리하도록 해야 함

    목재 놀이기구에 사용하는 오일 스테인을 포함한 안료의 경우 적용되는 제품이 아니라 해당 소재 자체를 생산하는 전문 생산업체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음. 만약 소재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시료 검사를 하는 것이 어렵다면 놀이기구 제조사를 대상으로 반복 사용하는 동일한 소재에 대한 정기 검사를 통해 시료 검사를 면제할 수 있음

6 적용 사례집 발행
  • 안전기준 적용 과정에서의 해석의 혼돈을 없앨 수 있도록 현재까지 축적된 내용을 바탕으로 판례집처럼 사례집을 작성하여 일관성 있는 적용이 가능하도록 함

마무리하며

놀이터는 19세기 이후 점점 아동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도시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비록 작은 모래밭에 지나지 않았지만 1860년경 독일 베를린의 한 공원에 세계 최초의 놀이터가 조성되었고, 이후 빠른 속도로 전 세계의 많은 나라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1930년대부터 근대적 놀이터에 관한 기사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어린이 전용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으나 6.25전쟁이 끝난 뒤에는 놀이터의 조성이 보편화되었고 관련 제도도 만들어졌다.
놀이터의 조성은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혁신적 기획이었으나 달리 생각해 보면 어린이를 도시에서 몰아내는 일이기도 하였다. 이에 최근 많은 도시에서는 단순히 놀이터를 제공하는데에서 벗어나 도시 자체를 놀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벨기에의 플랜더스(Flemish) 지방에서는 2009년에 민관 협력으로 도시와 마을이 ‘잘 노는 동네’가 되도록 여덟 가지 선언을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동들이 동네 곳곳에서 놀 수 있도록 도시를 재편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14년에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비준 25주년을 기념하여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파리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여기에는 파리 자체를 놀이터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놀이터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전략마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로 아동의 놀이, 더 나아가 아동친화도시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 많이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동의 놀이권을 중시하고 놀이터를 주요 도시기반시설의 하나로 보는 관점을 근간으로 하여, 놀이터의 현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제도 및 정책 수립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도시의 중요한 구성원인 어린이의 관점이 중심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백스페이서
발행 정보
공백스페이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페이스북 바로가기 푸터 발행인 정보 저작권정보 : 본 뉴스레터의 모든 저작권리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백스페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