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Insights

M&A와 양해각서(MOU)

법무법인 시헌
주성훈 변호사

1. 양해각서의 개념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란 거래의 당사자들이 본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하기 전에 본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협의한 내용을 정한 문서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양해각서는 우리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전형계약)의 유형은 아니므로, 그 명칭, 형태 및 내용은 사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다.



2. M&A 양해각서의 형태

양해각서는 M&A 과정에서만 체결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유형의 거래(예를 들어, 공동업무협약, 물품제작공급계약 등)에서도 당사자들이 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양해각서 또는 MOU라고 하면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형태(non-binding MOU)로 체결되지만, M&A 과정에서 체결되는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형태(binding MOU)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워크아웃 기업 또는 회생기업의 M&A 과정에 체결되는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형태로 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M&A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

M&A 과정에 체결되는 양해각서에는 ‘대상기업 및 거래구조(양수도방법), 양수인의 실사에 관한 사항, 본 계약에 체결과 관련된 주요 조건 일부, 양수인의 배타적 협상권, 비밀유지의무, 법적 구속력에 관한 사항, 양해각서의 실효 및 해지, 준거법 및 관할’ 등에 관한 사항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고, 여기에 ‘잠정적 인수가격 및 조정사유’, ‘이행보증금’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기도 한다. 그 중 실무상 주요하게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몇 가지 살펴본다.

(1) 잠정적 인수가격 및 조정사유
M&A 양해각서가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들이 M&A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잠정적 인수가격을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양도인의 입장에서는 양수인이 대상회사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처음 논의되었던 인수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를 우려하여, 양해각서에 인수가격을 기재하기를 원한다. 한편, 양수인의 입장에서는 아직 대상회사의 상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가격을 정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양해각서에 잠재적 인수가격을 기재하되 실사 결과 인수가격의 조정사유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인수가격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기재하기도 한다. 나아가 인수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경우에도 조정이 가능한 범위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실무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잠정적 인수가격 및 조정사유를 정하여 기재하는 경우에는 본 계약의 체결에 준하는 정도의 협의가 오가게 되므로, 양해각서에 기재할 잠정적 인수가격과 조정사유를 정하는 작업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에 해당한다. 이 부분은 각 당사자가 해당 M&A를 얼마나 원하는지 등에 따라서 기재 내용이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되는 부분이다.

(2) 이행보증금
대상기업이 워크아웃 또는 회생 상태에서 진행되는 M&A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로 체결되고 있으며, 이 경우에는 양해각서의 체결시에 양수인이 이행보증금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든 M&A 양해각서의 체결시에 이행보증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의 체결시에는 이행보증금을 제공하지 아니 하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때에도 워크아웃 또는 회생기업의 M&A와 같은 공개매각 딜(deal)이 아닌 경우에는 이행보증금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실무는 공개매각 딜이 아닌 경우에도 양해각서의 체결시에 양도인이 이행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이 보이고 있는데, 양수인의 입장에서는 양해각서가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종료되는 때에 이행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을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실무에서는 그 대안으로 이행보증금을 제3자가 보관하고 있다가 인출사유가 발생하면 양도인 또는 양수인에게 인출하도록 하는 에스크로(escrow) 계약이 체결되기도 된다.

양해각서에서 양수인이 이행보증금(일반적으로 5% 안팎의 금액)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 해당 양해각서에는 양수인의 귀책사유로 양해각서가 해지되거나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양도인이 이행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이행보증금 몰취 조항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법원은 사례에 따라서 달리 판단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일종의 ‘위약금’에 해당할 것인바, 위약금이란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는 경우에 위반자(채무자)가 상대방(채권자)에게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금전을 말하며, 위약금은 그 약정의 목적에 따라서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로 구분될 수 있다. 참고로 ‘손해배상의 예정’은 실제의 손해액이 예정된 배상액 보다 많거나 적다는 것을 입증하더라도 예정된 배상액만 청구할 수 있을 뿐이나, 위약벌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그 외에 실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별도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손해배상의 예정은 법원이 직권으로 적당하게 감액할 수 있으나, 위약벌은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없다. 다만, 위약벌도 금액이 과도하게 무거울 경우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5665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M&A 양해각서상의 ‘이행보증금 몰취 조항’은 ‘위약벌’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고,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M&A 사례에서 한국산업은행이 몰취한 한화케미칼 제공의 이행보증금(3,150억원)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대법원은 해당 양해각서에 ‘위약벌’이라고 기재되어 있음에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우와 교섭과정,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그리고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파기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8. 1. 11. 대우조선해양㈜ M&A에서 이행보증금은 양해각서에 ‘위약벌’이라고 기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판단하였고, 이행보증금 3,150억 원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하다는 이유로 한국산업은행이 몰취한 이행보증금의 40%에 상당하는 1,260억 원 및 그 지연이자를 한화케미칼에 반환하도록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8. 1. 11. 선고 2016나10959 판결).

그 밖에, 법원은 ㈜건영 M&A 사례에서는 양해각서상의 위약금 약정을 ‘위약벌’이라고 판단하였고, 그러한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18969 판결). 한편, 법원은 ㈜청구 M&A 사례에서는 투자계약서상의 계약금 몰취 조항을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판단하였으나, 그 감액을 인정하지는 않았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46906 판결). 이와 달리, 법원은 현대건설㈜ M&A 사례에서는 이행보증금의 몰취 조항을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판단하고, 이행보증금 약 2,755억 원은 지나치게 많아 부당하다는 이유로 그 25%에 상당하는 약 688억 원으로 감액하였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다3115 판결).

(3) 법적 구속력에 관한 사항
당사자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명칭을 ‘양해각서’라고 기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non-binding)을 명확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배타적인 협상권, 비밀유지, 준거법 및 관할, 실효 및 해지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대체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는 해당 양해각서는 모든 조항이 당사자 사이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기재한다.



4. 양해각서와 M&A실무

M&A 과정에서는 계약서의 명칭이 양해각서라고 하더라도, 그 명칭만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M&A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에는 해당 양해각서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 그 내용에 잠정적 인수가격 및 조정사유, 에스크로 계약에 관한 사항, 이행보증금 및 위약금 약정이 있는지, 그리고 양해각서의 일반적인 내용(예를 들어, 배타적 협상권, 양수인의 실사, 양해각서의 실효 및 해지 조항 등)은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를 신중하게 확인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