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 활성화와 세컨더리펀드 투자정책 관련


이정석 대표
어센도벤처스

어센도벤처스는 2017년에 설립된 벤처캐피털입니다. 현재, 엔젤세컨더리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운용 5개월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제 6개 정도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된 투자 대상이 엔젤투자와 그에 따른 엔젤매칭펀드가 이루어진 경우, 해당 지분을 구주 인수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Cross-border expansion 이라는 투자 철학에 입각한 투자회사로 창업을 하였지만, 첫 번째로 조성한 펀드가 엔젤세컨더리인 것은 저 스스로 엔젤 투자자였으며 초기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었고, 엔젤 투자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펀드가 결성된 2018년 10월 이래 이제 약 반년 가까이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번 기고를 통해 그간의 경험을 통해 느낀 바와 좀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투자 이외에도 팟캐스팅(‘벤처야설’, 여러 논란이 있지만, 2012년 한 해 동안 주말을 하얗게 태웠습니다.)과 책 쓰기(팟캐스팅 발췌록인 ‘벤처야설’, 전문성이 있는 유일한 스타트업 투자 참고 서적이라 자부하는 ‘스타트업 펀딩’)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강의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엔젤 투자자 여러분들께도 종종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아마 제가 빠짐없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렸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다음에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를 생각해서 투자하십시오. 여러분들 이후에 그들(VC)이 투자를 해야 여러분들의 투자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VC가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런 식의 기준을 너무 심하게 들이댄다면 아마 엔젤 투자가 비약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VC투자와 엔젤 투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정답이 있겠습니까만, 엔젤투자는 확신, VC투자는 Cherry Picking 이라는 의사결정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젤투자는 VC처럼 선택할 만한 대상이 나타날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기보다는 우연한 기회에 소개되는 우수한 팀과 아이템에 대한 끌림으로, 판단보다는 확신에 의존해서 투자를 하시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창업 초기 기업에 참여하는 투자자로서는 충분한 고려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가와 엔젤 투자자들 사이에 생겨나는 신뢰관계는 창업자가 긴 스타트업 성장 여정을 나아감에 있어 정말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엔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관련 기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엔젤매칭펀드를 통한 투자금 레버리지 효과 지원, 엔젤세컨더리펀드 조성을 통한 자금 순환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보면 여전히 여러 가지 복잡한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 없듯이 그 복잡함의 수준은 통상적인 투자 유치 과정의 노력 수준에 비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 딱히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VC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방법을 제도에 몇 가지 차용하면 어떨까 싶어 아이디어를 내어봅니다.

우선, 마일스톤 기반의 투자 지원입니다. 저는 투자를 하면서, 대상 회사가 향후 어떤 회사로 성장할 것인지 최종 Goal을 제시토록 하고, 이번 투자를 통한 성장이 전체 성장 과정에 있어 어떤 부분까지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그려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할 때도 이런 성장의 그림을 그리도록 장려하고, 이러한 계획을 매칭펀드 심사에 활용하면 어떨지 제안해 봅니다. 스타트업은 꿈을 산다(Live/Buy)고 하는 그것을 그대로 해석해보자는 것입니다.

엔젤세컨더리투자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저희가 구주투자를 할 때 사실 회사에서는 저희들에게 회사의 현재 상태나 사업, 혹은 향후 성장 계획 등 회사의 비밀에 대해 설명해 줄 아무런 의무가 없습니다. 어떤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권리도 없습니다. 이를 위해 구주 투자를 할 때마다 신주 투자를 섞을 수 있습니다만, 이것은 구주 투자를 신주 투자 라운드가 열렸을 때만 가능하다는 제한, 그리고, 현재 조성된 재원으로는 이런 플레이를 하기에 신주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TIPS의 확대에 따라 Pre-TIPS/Post-TIPS가 있듯이, 매칭펀드가 이루어진 엔젤 투자자의 구주 인수시에 또 다른 매칭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훌륭한 보완책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부의 매칭 자금 의존도를 늘이는 것에 반감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가장 활성화된 스타트업 시장인 실리콘밸리 VC에 우리의 모태펀드 같은 것이 있느냐라는 식의 비판은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VC에게 일정한 관리 의무를 지우고 지원금의 사용처를 결정, 사후관리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스타트업 산업 활성화와 엔젤투자 활성화까지 달성하는데 있어 거래 비용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투자자들은 투자에 어떤 의무 사항이 붙어 있는 것을 매우 불편해 합니다만, 그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투자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VC의 숙명이라 생각하며, 이 과정에서 엔젤투자자와 초기 기업이 상생하는 또 다른 방안으로 또 다른 매칭투자 아이디어를 제안해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년여 남은 엔젤세컨더리펀드 투자 기간을 잘 활용해서 많은 엔젤 투자자분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