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가 들려주는 BSV 쟁점
BSV 전문가 기고

진짜 녹색이 맞습니까?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녹색기술분류체계

이원희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whlee@hoseo.edu)

본격적인 녹색의 시대이다.

2020년 7월 개최된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되었다. 2022년까지 70조 원을 투입하여 일자리 90만 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으며, 범부처 탄소중립 TF를 가동하여 2021년 6월까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렇다면 왜 녹색인가? 로이터 블룸버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회복 솔루션이 녹색경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화석연료 기반 경제성장에 의존하였다면, 현재는 신재생에너지 경쟁력, 고속철도, 전기자동차, 광섬유 인프라 등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는 녹색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코로나로 인해 무너진 경제를 코로나 확신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2018년 글로벌 기후금융의 규모는 약 5천5백억 달러로 확대되었으며, 해외의 녹색채권 발행액은 약 1천5백억 달러(2018년 기준)로, 한국의 녹색채권 발행액은 약 37억 달러(2019년 7월 기준)로 각각 증가하였다.

“녹색분류체계가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은 1) 명확한 녹색 기준 제시, 2) 파리기후협약의 구체적 이행 기준 제시, 3) 투자자와 채권 발행자의 시간과 비용 절감, 4) 다양한 투자 스타일과 전략 지원, 5) 환경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 6) 평판 리스크 회피, 7) 다양한 논의 촉발, 8) 기업 보상”

그러나 지금이 첫 번째 녹색혁명의 시대는 아니다. 2008년 광복절에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한 이후 모든 예산과 사업은 녹색 키워드(예: 녹색 콘서트)로 포장되었는데, 과연 이것이 진정한 녹색인가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녹색금융의 유행과 함께 ‘그린워싱(마치 친환경 활동인 것처럼 속이는 위장된 홍보 활동)’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와 같이, 꽤 오랜 기간 많은 국가가 저탄소 녹색경제로의 전환에서 근본적 시행착오를 겪음에 따라, 진짜 녹색을 찾기 위한 녹색분류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EU에서는 2018년에 지속가능금융과 관련된 투자 촉진, 리스크 관리, 투명성ㆍ장기적 문화 촉진 등 3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10가지 방안을 담은 EU 실행계획(Action Plan)을 EU 금융안정부서를 통해 추진하였다. 이 실행계획 중 첫 번째는 지속가능투자를 위한 녹색분류체계 구축이다. 녹색분류체계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사업이 무조건 녹색경제 활동으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성과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 물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보호, 순환자원으로의 전환, 오염의 사전예방 및 관리,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 등 심각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현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살펴보면, 최신 기술인 박막질 태양광은 온실가스 기준을 여유 있게 통과하지만, 전통적인 결정질 태양광 발전은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설치 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 평가 및 생물 다양성 보전과 관련된 법률을 만족시켜야 한다. 녹색경제 활동은 임업, 농업, 제조업, 에너지, 물 및 폐기물, 운송과 저장, 정보통신, 건설 및 부동산, 자연생태 보호 및 구축, 전문적 과학기술 개발 활동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녹색분류체계는 어디에 활용될 수 있는가? 먼저, 국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사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으며, 민간부문에서는 녹색채권 등 금융상품에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녹색자금이 특정 사업 또는 기업에 투융자 될 경우, 전체 중에서 어느 정도가 녹색경제 활동인지 그 비율이 공개됨으로써 ‘그린워싱’되지 않은 진정한 녹색 활동에 돈이 흘러갈 수 있다. 또한, 지역별로 중점 녹색산업을 특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거나 녹색기업의 매출액 등 통계분석이 필요한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석탄발전 등 ‘갈색(brown)경제 활동’이 금융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지속가능금융 트렌드뿐만 아니라 금융 감독기관을 통한 기업 리스크 관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녹색 화장을 통하여 이미지를 개선하고 홍보하는 데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민얼굴로 시장에 나서야 할 때이다. 지자체의 지역산업 육성 정책은 녹색분류체계를 기준으로 그린뉴딜을 실행할 수 있게끔 그리고 녹색산업 육성을 지원할 수 있게끔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기업의 경제 활동에서도 이제는 환경 영향을 고려할 때이다.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지역 환경오염, 수자원 관리, 자원순환, 생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경영전략을 개발하고 성과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올해 환경부에서 발표될 한국의 녹색분류체계는 기업과 금융, 지역경제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것이며, 저탄소 녹색경제로의 전환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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