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깃드는 병은 여러가지 종류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는 인체 장기의 일부에 종양과 같이 비정상적인 구조적 변화가 나타남으로 인해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현대의학을 대표하시는 연구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중재시술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서 읽어보았다. 이해한 바를 요약하자면 ‘방사선 장비를 활용하여 혈관의 다양한 구조적 이상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의료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심혈관 중재시술도 인체 장기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병변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의학 연구/치료에는 수학, 특히 기하학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두 가지 대상의 형태가 얼마나 다른 가를 측정하는 수학적인 개념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Hausdorff distance라는 것이 있다. 쉽게 생각해서 두 대상을 겹쳐서 놓았을 때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 지를 통해 그 형태가 얼마나 닮은 꼴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적용하기에 앞서 우선 문제를 좀더 단순화시켜보도록 하자.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물체들은 대부분 3차원이지만, 그 표면만을 생각해 보면 2차원의 형태를 하고 있다. 따라서 수학적으로 두 대상의 형태가 얼마나 다른지를 측정하는 것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그 대상들의 2차원 표면들이 얼마나 다른지를 측정하는 문제로 대체할 수 있다.
인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인체의 표면이 얼마나 다른지를 Hausdorff distance를 이용하여 측정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에서 우리는 금방 두 가지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첫 번째는 두 대상을 어떻게 겹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서 있는 모습과 누워 있는 모습에서 그 표면을 비교하려고 할 때, 누워 있는 모습을 서 있는 모습과 그대로 겹치면 당연히 Hausdorff distance가 꽤 크게 측정이 될 것이다. 따라서 누워있는 모습을 3차원 공간 안에서 회전시켜서 서있는 자세로 만들어준 다음에 겹쳐서 비교를 해야할 것이다. 인체의 표면이 추상적인 곡면으로 주어져 있더라도, 우리는 곡면의 어느 지점이 정수리, 팔, 다리인지 등을 알 수 있다. 곡면을 겹칠 때 각 지점이 대응되는 지점에 위치하도록 조정한 후에 Hausdorff distance를 재면 된다. 이것은 인체의 생김새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Hausdorff distance를 재는 방법을 개선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형태를 비교하는 문제에서 이렇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선행지식을 바탕으로 대상이 가진 특이점들을 정하고 그 특이점들을 매칭시킨 뒤에 형태의 차이를 계산하는 것을 Landmark-based method라고 한다. 물론 이 landmark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계산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연구 대상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 되며, 때로는 지속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개선해나갈 여지가 있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 문제는 좀더 미묘하다. 정자세로 서서 팔을 쭉 펴고 있는 모습과, 서있지만 이번에는 팔을 굽히고 있는 모습 사이를 비교한다고 하자. 머리, 팔, 다리, 발 등 포인트들을 정하여 매칭시킨 뒤 비교를 하여도 굽혀진 팔만큼 Hausdorff distance가 차이가 날 것이다. 하지만 팔을 편 모습도, 굽힌 모습도 동일한 한 사람의 모습이다. 자세가 달라지는 것과 그 형태가 본질적인 다른 것, 이 두 경우를 잘 구분해낼 수는 없을까.
조금 철학적인 의미에서 이 문제는 기하학과 위상수학의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기하학이 단단하게 결정된 형태의 생김새를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면, 위상수학에서는 대상을 고무와 같이 좀더 부드러운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고 상상하고 적당히 힘을 주어 누르거나 당기거나 구부린 것도 같은 형태인 것으로 판단한다. 사람들이 많이 드는 예가 손잡이 하나 달린 찻잔과 도넛이 위상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도넛의 형태로 생긴 점토가 있다면, 한 곳을 꾹 눌러서 컵과 같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찻잔과 도넛은 기하학적인 형태는 다르지만 위상수학적으로는 같은 모양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문제는 대상을 완전히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는 없다. 인체의 표면을 보면서, 머리가 한쪽에 둥글게 달려있고 팔과 다리가 두 개씩 길쭉하게 뻗어있는 것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면 그것이 인체인지 그냥 구(球)인지 분간할 방법이 없다. 그 형태를 결정짓는 특징들은 유지하면서도 그러한 제한 조건 하에서 유연하게 변형하는 것은 허용해야, 인체의 장기 등과 같은 것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적합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생물/의학에서 형태를 분석하는 연구에 수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landmark 설정의 어려움과 더불어 두 형태를 비교할 때 어떤 종류의 변형을 얼마나 허용해서 비교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학적 이론의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이들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들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에 최근에 나온 연구를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분교의 두 연구자, 수학과의 Joel Hass와 전산학과의 Patrice Koehl은 2015년 발표한 논문[1]에서 위상수학적으로는 구(球)와 같은 두 곡면이 있을 때, landmark없이 두 곡면 사이의 차이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구현했다. 두 곡면을 먼저 이산적 모형으로 모델링을 한 후에, 두 곡면 사이의 mapping들 중 특정한 에너지 함수를 최소화하는 경우를 찾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