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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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 당시 대량생산 되고 있는 페니실린 [사진]세계 2차 대전 당시 대량생산 되고 있는 페니실린

인류VS.세균의 2차 전쟁을 준비하며

MSD 의학학술부 김일수 이사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인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푸른곰팡이가 피어있는 배양접시 주변에 포도상구균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1 인류의 역사를 바꾼 페니실린이 발견된 결정적 순간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푸른곰팡이에서 유효한 성분만을 추출하고 정제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2 페니실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푸른곰팡이 중 ‘페니실리움 노타툼(Penicillium notatum)’였는데, 이 성분은 백혈구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디프테리아균, 뇌수막염균, 연쇄상구균, 임질균 같은 균에 항생효과를 보였다.1

약 14년 후 MSD는 세계 최초로 페니실린을 대량생산하는데 성공한다.2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던 1942년이었다. 곧바로 전쟁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군인과 시민들에게 4,180억 유닛의 페니실린이 공급됐다.2

이처럼 의학과 과학의 발전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려왔는지 생각하면 수 많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또 페니실린의 발견 후 한 세기도 되지 않아, ‘항생제 내성’ 이라는 새로운 도전장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책임감도 더욱 굳세어 진다.

작년 말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제네바 회의에서 "항생제 내성 증가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항생제 내성의 증가가 감염성 질병 치료 능력을 떨어뜨리고, 의약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항생제 문제를 21세기 공중보건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일부에서는 향후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인구는 1천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3

MSD에서도 ‘저박사’라는 다제내성 그람음성 세균(슈퍼박테리아)에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 개발 및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4,5 하지만 항생제 내성은 페니실린 때처럼 ‘약의 개발’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항생제 오남용 및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이 직접적 원인인 만큼 의료계, 정부, 기업 그리고 일반인들의 관심과 행동이 모두 필요하다.

세계적 석학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의 역사가 ‘총, 균, 쇠’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세균의 영역에서 인간이 주도권을 빼앗기고, 새로운 항생제로 대응할 수 없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지금은 대부분 치료가 가능해 과거의 질환이라 여기는 결핵이지만 약제내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수천, 수만 명으로 늘어날지도 모를 노릇이다. 우리가 실질적인 항생제 내성에 대한연구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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