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sual

사람이 흙을 밟으며 살아야죠!


서울 도농상생협동조합 황의충 이사장
글Ⅰ사진 : 지역상생에디터 이동준


우리가 매일 먹는 쌀, 이 쌀에도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매일 끼니마다 다양한 종류의 반찬을 먹고, 다양한 종류의 라면은 먹어도 다양한 종류의 쌀은 먹지 않는다. 심지어 1년 365일 그렇게 많은 양의 쌀을 먹으면서도 쌀 맛을 느끼며 먹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여기에 과감히 차별화를 외치며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쌀과 관련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다양한 밥맛을 제공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어떻게 쌀의 맛에 차별화를 보여주겠다는 것일까? 그들을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서울 도농상생협동조합 황의충입니다!

안녕하세요. 도시농부 황의충입니다. 서울과 파주를 오가며 도시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파주에서 10년 정도 주말농사 짓는 것을 시작으로 도시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고요.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정책위원, 도시농부들이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서울 도농상생협동조합에서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서울 도농상생협동조합 황의충 이사장
도시농업에 대한 많은 오해들

도시농업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특히 농부님들에게 종종 그런 말씀을 듣는데요. 도시에서 농사까지 다해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사냐고 푸념하시기도 하세요. 그런데 사실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요. 도시농부들이 우리 농업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 농산물을 가장 많이 사먹는 사람들이에요. 직접 농사를 지어봄으로써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농작물을 맛있게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하거든요. 그럼으로써 우리가 먹는 농산물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도시농업이 사람들에게 배움을 주는 역할을 해요. 농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농업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나가는 사람들로 변하는 거죠.
도농이 상생하기 위한 고민들

도시농업과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도시와 지역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농산물을 계속해서 소비하는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가 자리잡아야 하는데 그런 것을 주도해가기에는 한계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기존처럼 마을회관 앞에 직거래 장터를 열거나 대형마트를 견제하는 식의 활동만으로는 실질적인 소비를 일으키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거죠. 특히 직거래 장터면 저렴해야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도시농부들은 농산물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구입하는 결정적인 조건이 가격인 경우가 많거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 간에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방법으로는 소통이 어려운 것이죠.
해결을 위한 소통의 공간

우연히 영국의 키오스크 매장을 보게 되었어요. 카페테리아 형식의 매장인데 키오스크로 물건을 구입하는 거예요. 키오스크에 다양한 물품에 대한 정보가 있고, 소비자는 그 물품에 대한 정보를 참고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소통을 위한 고정적 공간을 만들어 보자. 단지 상품만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에 대한 정보들이 다양하게 있고, 질문이 생기면 그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해보자. 그래서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켜가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로 협동조합의 형태로 쌀과 관련된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죠.

※ 키오스크(KIOSK):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이란 뜻의 영단어로, 정보 서비스와 업무의 무인화 및 자동화를 통해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를 말한다. 공공시설, 대형서점, 백화점, 전시장 또는 공항이나 철도역 같은 곳에 설치하여 각종 행정절차나 상품정보, 시설물의 이용 방법, 인근지역 관광정보 등을 제공하는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이다.
쌀 카페, 어떠세요?

많은 농산물 중에서 쌀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하고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쌀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고요. 다음으로는 쌀의 다양한 맛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날 도정한 쌀로 지어진 밥을 드셔본 적 있으세요?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구입하는 쌀은 도정 후 적어도 한 달 정도 지난 것들이에요. 물류창고에 오래있었으면 그보다 더 오래됐겠죠? 이러한 기간이 맛의 차이를 만들어요. 밥솥에 해놓은 밥맛이 오늘과 내일 다른 것을 생각해보면 비교가 쉬울 것 같아요. 문제는 밥의 맛이 떨어지니 사람들이 밥을 먹기 위해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고 그걸 짜고 매운 반찬으로 덮는 거죠. 건강에 안 좋을 수밖에요. 그런데 사실은 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쌀도 다양한 품종이 있어 품종마다 맛이 달라요. 즉, 어떤 품종을 언제 도정했느냐에 따라 밥의 맛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거죠. 이외에도 어떤 잡곡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요.

사진설명
곧 만들어질 쌀 카페 내부 조감도
7일 7맛

매일 다른 품종으로 밥을 드신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매일 다른 맛의 밥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루치의 쌀을 일곱 가지 품종으로 나눠서 파는 거죠. 실제로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에요. 일본은 어렸을 때부터 미식교육을 하기 때문에 밥맛에 민감한데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상품인 거죠. 우리도 이러한 부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1인 가구를 위해서 다양한 품종의 쌀을 커피믹스처럼 스틱포장으로 팔아보는 것은 어떨까? 밥을 하는 것조차 어려운 요즘 사람들을 위해 퇴근시간에 맞춰 갓 도정하고 갓 지은 밥을 제공해 볼까? 하는 것들이죠. 소비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많은 사람들의 필요에도 부합해야 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번기회를 통해 다양하고 맛좋은 밥을 많이 먹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진설명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았다. 이러한 매장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어떠한 모습일까? 서울의 각 구마다 하나 둘씩만 생겨나도 우리가 요즘 말하는 지역상생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의 삶의 모습이 조금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앞으로 진행될 이 새로운 시도를 기분 좋게 응원하며 지켜보고 싶다.
인사말
맨위로 이동 맨아래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