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21
VIG파트너스 이철민 대표
코로나19로 인해 실물은 물론 경제 분야까지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국내 M&A 시장은 그야말로 초호황을 경험했다.
동박 제조업체 KCFT, 대성산업가스, 코웨이, 산업폐기물업체 ESG, 프루덴셜 생명,두산솔루스,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 SKC-코오롱 PI, 한국콜마 CMO사업부,폐기물처리업체 EMC 홀딩스,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사업부, 아시아나항공, 할리스커피, 두산인프라코어 등 국내에서 일어난 경영권 M&A만 추려봐도 수천억에서 수조원짜리 거래가 끊임없이 이어진 것이다.
그 결과 소수지분 투자건까지 포함할 경우, 2020년 국내 M&A 거래 금액은 최소 80조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50조원에서 80조원 내외였던 2012년부터 2019년까지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에 M&A 시장이 사실상 멈추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다.
1000억 이상 거래, 그룹사 내부 거래 제외
이런 M&A 시장의 호황은 1) 코로나19에 기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2) 주력 산업 분야의 강화 및 신성장 동력의 확보를 위한 투자, 그리고 3) 막대한 유동성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PEF들의 역할 확대에서 기인한 것이다.
1)에 속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두산그룹, 금호그룹의 계열사 매각이고, 2)에 속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SK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을 들 수 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3)인데, PEF들은 매수자 역할은 물론 매도자 역할로도 시장을 주도했다. 매수자로 역할을 한 거래는 대성산업가스, 대한항공기내식 사업부, ESG그룹, 두산솔루스, 한국콜마 CMO 사업부 등이, 매도자 역할을 한 것은 코웨이, EMC홀딩스, 할리스커피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전체 국내 M&A 시장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도인과 매수인의 역할을 모두 포함했을 때, 적어도 50%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19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2018년 이전의 30% 내외 대비 비약적으로 증대된 것이다.
1000억 이상 거래, 그룹사 내부 거래 제외
PEF가 이렇게 M&A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dry power라고 불리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자금 여력과, 수년간 쌓아온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우선 매년 새롭게 설립되는 국내 PEF의 모집 금액과 해외 PEF의 한국 투자 비중을 고려하면, PEF의 국내 투자 여력은 매년 20조원씩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매년 2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오로지 M&A를 목적으로 국내에서 매물을 찾고있다는 말이다.
VIG파트너스 추정
또한 Exit을 반드시 해야 하는 PEF의 특성상, 국내에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상당수가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거나 나올 예정이다. 특히 경영권 지분 투자의 경우 통상 3년에서 6년 사이에 매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난 5년간 PEF들이 10조~20조 사이의 금액을 매년 투자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가치가 2배 정도 성장했다고 가정하면 20~40조에 해당하는 매물이 매년 시장에 출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M&A 시장에서 PEF의 역할이 확대되는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선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향후 기업들의 M&A 여력은 과거 대비 충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반면, 낮아진 시중 금리의 영향으로 연기금 및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PEF의 투자 여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장 금융, 사모 부채, 스페셜 시츄에이션, 세컨더리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앞세운 신생 PEF와 글로벌 PEF들까지 다수 시장에 등장하고 있어, 기존 경영권 지분 거래뿐만 아니라 기타 M&A 분야에서도 PEF의 비중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000억 이상, 그룹사 내부 거래 제외, 거래 완료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