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보는 세상

2020년 12월호 vol.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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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장근영,
길 위에 홀로 도전하다



산다는 것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고, 원하는 곳이 있으면 갈 수 있고, 주어진 날개에 힘을 주어 힘껏 날아오르기 위해 비상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면서 장애를 갖게 된다는 건 장애를 갖기 이전에 생활해오며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의 색을 갖게 된다. 이번호에서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 장근영 씨를 만나본다.
“안녕하세요. ‘어쩌려고 혼자다녀’ 에세이를 출간한 장근영입니다. 저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일하며, 망막색소상피변성증으로 인한 중도 시각장애인입니다. 30년 가까이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장애인이 되니, 생활해오던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 안에서 장애인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이 달라졌고, 그로인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생기고, 원하지 않는 감정이 생기게 되었다.
“오늘 퇴근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거기에 서 있던 어떤 분이 저에게 길을 비켜주라며 자신의 동행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 맹인이야, 조심해!”

“거기까지는 괜찮았으나 그들이 저에게 길을 비켜 준 뒤에도, 흰지팡이로 가는 저의 뒷모습에 대고 한참이나 바라보며 나누는 이야기는 참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제가 시각장애가 있지 청각장애는 없는데 어쩜 저리 큰 소리로 신기하다고 대화를 하는지요.”

때로는 장애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상황을 만들어준다. 원하지 않는 상황들과 원하지 않는 시선들.

“어떤 날은 제가 동물원에 원숭이가 된 느낌도 듭니다. 정말 한참 오랫동안 저를 쳐다보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민망할 정도로요. 저는 시각장애인이지만 희미한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한참 쳐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그렇게 사람 오랫동안 쳐다 볼 거면 금액 지불하고 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속으로 생각하는 말이지요.”

누구나 함께 가는 동행인이지 어느 누구도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장애라는 인식 앞에 왜 문턱이 존재할까?

“저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제가 우리 사회 속에서 분리되거나 구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연스런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요상한 특별대우나 시선을 바라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발간된 그녀의 책 속에는 세상 사람들이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 그리고 세상이 달라지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 책이다. 장애인이 되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서의 두 경험을 책으로 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흰지팡이로 세상에 서니 그 전과는 정말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시각장애인이지만, 제가 모든 시각장애인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저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처음 접하는 분은 저의 모습과 생각을 모든 시각장애인의 모습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라, 글을 쓰면서 혹시 저의 이야기를 모든 시각장애인의 생각, 모습으로 일반화를 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분들이 지나친 걱정이라 하더군요. 맞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니까요. 많은 시각장애인 중 한 사람의 일상, 그리고 생각을 들어본다는 느낌으로 책을 접하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장애인 인식개선을 바라본다.

“강의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장애인 인식개선이라는 건 참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학교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중 한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반에 ○○○ 친구 있지요. 오늘 강의 잘 듣도록 합시다.”

“강의 전에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코로나로 모두 등교하지 않는 날이라 그 자리에 없었던 그 반 장애학생을 말하며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장애 학생이 있기에 그 강의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으로 인해 강의를 듣게 되니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제가 그 학생이라면 이 상황이 너무 싫을 것 같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 한 마디로 분위기는 그 강의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강의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 반에 유일한 장애 학생이었고, 어린 학생이기에 그 상황이 더욱 마음 아팠던 것 같습니다. 다수의 비장애인 학생 속에 한 명의 장애학생이 있는 교육환경이 과연 장애통합교육에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갖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이 되어 바라보는 장애인 인식개선은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 왔을까?

“장애인을 다수 속에 특별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저 다를 뿐. 다르기에 살아가는 방법이 다를 뿐. 그 다름을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녹아들게 하는 방법을 늘 고민합니다. 사람은 서로를 알게 되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살아가길 바라는 게 올바른 교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전히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 마트에서 예비 안내견 출입 거부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비장애인의 인식개선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는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저는 가장 큰 것이 서로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제 주변 사람들도 제가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시각장애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시각장애인이 있고 그의 생활을 알게 되니, 가까운 생활 속에서 부터 사회까지 어떻게 변해나가야 하는지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시력이 좀 좋았을 때 일인데 직장동료 언니가 같이 전철을 타고 가다 전철 계단 색을 구분 못해 힘들어하는 저를 보더니, 그 전철역에 전화를 걸어 시각장애인이 계단 내려가기 힘드니 계단에 경계표시 좀 잘 해달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저는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서로를 알게 되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변하게 될 것이고 행동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공감이라는 단어에 작가 장근영이 사회에 있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서일까?

“얼마 전 한 뉴스에서 김예지 국회의원이 조이법을 발의하며 한 말이 인상적이고, 공감되었습니다. 장애인과 장애인 안내견에 대해 거부하는 것을 일회성, 표면적인 과태료 등의 부정적인 방법으로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나 공익광고 등의 긍정적인 방법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부정적으로 지적하기보다는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가 사회 안에서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기념일에만,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이 있는 경우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안에서 누구나 당연히 아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좌측보행이던 사회를 우측보행으로 변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장애인이 되고도 많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 장근영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제 계획은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일이지만, 저에게는 엄청난 일인데요. 시각장애로 못하게 된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그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는 게 저의 계획입니다.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로 살기에는 장벽이 참 많습니다. 흰지팡이로 그 장벽에 용기를 내어 부딪치는 일이 저의 엄청난 과제입니다. 한 예로 카페나 식당에 동행인 없이 혼자서 가는 일, 이거 무척 대단한 거거든요. 이거 하시는 시각장애인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이런 일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제가 남은 사람이라 마음이 늘 다양하게 두근거립니다. 하루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고 장애인이라고 시간이 덜 주어지진 않잖아요. 살면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늘 설레니까요.”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함께하는 사회에 더 이상 장애라는 문턱이 없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