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사람마다 경험과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 교육을 정의하는 방법도 각자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많은 나라에서는 한 나라의 교육의 방향과 목적을 법률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서는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문서를 통하여 전 국민에게 고시한다. |
교육과정을 논의할 때 많은 사람들이 편성과 운영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초래되기도 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과정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과정 편성이 단순하지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대학, 직장에 가서 전공할 분야에 따라 본인이 준비 과정으로서 고등학교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약간 복잡한 느낌이 든다.
가장 바람직한 교육과정 편성 방식은 대학에서 “우리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은 이러이러한 과목을 배우고 오면 우대하겠다”라고 미리 안내를 해주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공학을 전공하고자 하면 물리 과목을 심층적으로 공부해오게 하고, 의학을 전공하고자 하면 생명과학이나 화학을 수준높게 배워오게 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수학 과목에서는 인문, 사회 과정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과 수리, 자연 과정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배우는 과목이 일정 부분 나눠져 있고, 수능 시험도 그렇게 나눠서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편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내신 성적을 잘 받거나 수능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쉬운 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하기가 어렵더라도 본인의 공부에 꼭 필요한 과목을 찾아 신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학생들은 고등학교 단계에서 정작 배우고 가야 할 과목을 배우지 않고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으로 쉬운 과목만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수차례 학교 교육과정위원회 등의 협의를 거쳐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나면 운영으로 넘어간다. 이 대목에서 많은 학교에서는 수업기법을 혁신하려고 애를 쓰거나 평가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도우려고 애를 많이 쓴다.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 이후에 많이 거론되고 있는 담론은 교과별 “내용 성취기준”이다. 예전에는 교과 교육과정 문서에 “이러이러한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지금은 학생이 성취해야 할 기준만 제시하다보니 아무래도 용어가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국가-시도교육청-학교 간에 이 성취기준에 대한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신이나 수능이라는 평가 체제에 맞춰 학생도 과목을 선택하고, 선생님도 수능에 맞춰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국가 수준에서 달성하여야 한다고 설정한 성취기준은 어디에도 설 자리를 못 찾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고시만 하면 전국의 선생님들이 잘 가공하여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많은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이 바뀌든 말든 여전히 교과서 내용 중심으로 가르치는 실정이다. 중앙교육연수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찾아서 국가 수준에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이 문제를 건드려 교육과정 전문가 100인 양성 단계를 지나, 1,000인 양성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광역시교육연수원에서 교육과정 세르파(Sherpa) 1만명 양성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나름대로 특색있는 연수를 기획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국가 차원에서 꼭 챙길 필요가 있는 분야의 연수는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주도하는 것이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이다.
2017년에 초등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수업 설계 단계에서 평가를 미리 구상하는 백-워드(Backward) 설계형으로 가겠다고 천명(闡明)하였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이런 백-워드 수업 설계를 할 수 있는 인력풀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 변화를 중앙교육연수원이 어떻게 준비하고 연수로 연결시켜 현장까지 파급시킬 것인지에 대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2017년이 되었을 때 실망스런 교육과정 운영 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단위학교 차원에서 이렇게 거창한 그림을 통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이런 연습을 해본 적이 없는 교사들에게-특히 고등학교 선생님들-갑자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받아들이는 측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내용 성취기준을 학교 현장의 눈높이를 맞춰 설계한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미리 연습을 시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업 방법 개선을 논의할 때 수업 기법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슨 내용을, 어느 정도로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선생님이 안목을 가지고 소신껏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조직이 필요하다. 가르칠 내용을 지역이나 학교 실정을 감안하여 적절히 재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사가 그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절히 수업 기법을 구사할 때 학생들의 이해와 참여가 증대될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 이미 평가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설계가 되어 있으면 지필 고사나 수행평가를 통해 성취기준에 도달하면 학교의 기능은 끝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가 모든 내용을 다 가르쳐놓고, 방과후 학교도 모자라 밤에까지 학습을 시켜야 하고, 대학입학 결과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대신에 교실에서 가르칠 교육과정 내용 성취기준을 교사와 학생이 같이 협의하면서 진행하고, 평가 방식은 교사에게 일임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꿔줘야만 교육을 통한 국가 경쟁력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화 교육이 도입된 이후에 정보 지체 현상을 겪는 기성세대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판도 많이 하면서 정작 학교 교육의 근간(根幹)인 교육과정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문해력(Literacy) 지체 현상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우리 교육계의 자화상(自畵像)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비록 앞뒤가 바뀌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국가 차원의 교육을 선도해나가는 연수 기관에서 교원들의 교육과정 활용 능력을 제고해나간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빠른 시간 내에 단위학교에 안착되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