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 제도화 돌입
우리나라 수련환경에 맞는 역할·범위 정립부터 시작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 이하 대전협)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방법으로 주장했던 ‘호스피탈리스트’가 본격적인 제도화를 위한 가도에 들어섰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내과학회 등이 한자리에 모여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를 제도화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나눴으며 참석자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회의는 내과학회가 먼저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통해 전공의 처우개선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고, 그에 대한 재정 부담과 개념 정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결론에는 이르지 못하고, 내과학회가 호스피탈리스트의 개념과 업무 범위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면 복지부에서 이를 토대로 제도화에 필요한 연구용역 및 연구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정제혁 사무관은 “저의 시선에서는 현재 전문의의 영역과 호스피탈리스트의 영역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도입하자는 주장이 많다는 것은, 다른 시선에서 생각하기에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제도들과 다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각자 생각이 너무 다르기에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복지부 내부에서도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지만, 의료계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념과 업무범위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내과학회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화를 위해 유관부서들과의 준비에 돌입했으며, 3월 이후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미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위해 준비에 돌입한 수련병원들도 있다. 가천대길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춘천한림대성심병원 등 수련병원들은 이미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에 나섰다. 이 중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내과 전문의 1명 총 3명을 채용해 1월 초부터 근무를 시작했으며, 춘천한림대성심병원도 내과 전문의를 채용해 1월 중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가천대길병원은 내과 입원병동 및 중환자실, 신경과 입원병동 및 응급실에서 근무 할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임상교수에 준하는 대우를 약속했으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응급센터 야간당직을 맡아 주중 오후 7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격일 근무 할 호스피탈리스트를 모집 중이다.
또 서울대병원도 올 상반기 중으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병상 가동률 높이기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진료과장들이 공감했으며, 현재 지속적인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전협 측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논의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반갑고 기쁘다”면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통해 전공의들의 수련과 업무의 비율이 합리적으로 조절되고, 건강한 수련생활을 통해 국민 건강에 최선을 다하는 전문인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뜨겁게 달아 오른 의료계, “의료 본질 지키자!”
의협・병협・대전협・의대협 등 이견 없이 한 목소리
의협, 비대위 구성 으로 본격적인 대정부투쟁 스타트
정부의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1월 25일 오후 4시 30분, 의협회관 앞마당에서 열린 '보건의료 기요틴 저지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에 500여명의 의사대표자들이 참석해 본격적인 대정부투쟁을 알렸다.
'국민건강 경시하는 관치의료 저지하자', '국민건강 훼손하는 영리화를 중단하라', '저질의료 조장하는 기요틴을 철폐하라', '책임없는 의료행정 국민건강 죽어간다'는 구호를 열창하며 궐기대회의 분위기가 고조되어 갈 무렵, 3층 회의실에서 개최되고 있던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비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이 승인 되었다. 위원장에는 추무진 의협회장이 선임되었다.
의협은 궐기대회를 통해 정부에 ▲의학육성특별법 제정 ▲전공의특별법 제정 ▲제2차 의정합의 결과의 조속한 시행 ▲일방적인 원격진료 시범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 16개 시도의사회와 개원의협의회,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등 의협 산하 단체들이 의협 정책 노선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으며, 대한병원협회와 한국의학교육협의회도 이견 없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규제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카이로프랙틱 자격 및 문신사 합법화, 의료기기와 구분되는 이·미용기기 마련, 특히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추진 등을 포함한 '규제기요틴' 정책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이하 의협)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보건의료정책을 전문가들과의 소통 없이 비전문가들이 정략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리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운영, 복지부 항의 방문 및 집행부 1인 시위, 성명서와 서신문 배포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1월 20일 오전 10시부터는 의협 추무진 회장이 의협회관 앞마당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목숨을 건 투쟁을 시작했다. 농성장에는 매일 십 수 명의 정치, 의료계 인사들이 방문하며 추 회장을 격려했다.
대전협, 전 회원 홍보에 총력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 이하 대전협) 역시 정부의 규제기요틴 정책 추진 의사에 즉각적인 반대의사를 밝히는 성명서를 배포하고, 회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난 1월 2일 발표된 성명서에서 대전협은 "규제기요틴은 의료체계에 되돌릴 수 없는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의료비용의 비효율적인 상승을 일으킬 것"이라며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무작정 허용은 의료계와 한의계간 극단적인 갈등만 초래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경제인들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국가가 앞장서서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건강을 돌볼 책임을 포기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의료영리화 정책들을 패키지로 묶어 얼렁뚱땅 추진하려는 정부는 재벌과 경제단체의 민원사항에 봉사하기 위해 국민들의 보편적인 권익을 짓밟고 있다. 의료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전공의협의회, 아주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에서 규제기요틴을 규탄하는 강도 높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대전협의 행보를 지지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9일에는 한 전공의가 밤샘 당직 중에 쓴 익명의 편지를 공개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이 정확한 진단과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사용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진료는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해당 편지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분노와 질책의 말들이 담겨 있었다.
전국 시도의사회, 성명서 통해 정부 보건의료 기요틴 규탄
의협 산하 전국 시도의사회장들도 분노하고 나섰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1월 12일 성명을 통해 "규제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에 위배된다"며 "규제 개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어 국민의 소중한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보건의료정책을 비전문가들이 정략적으로 결정한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의사로서 사명감과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걸고 의료관련 분야의 독단적인 '규제기요틴'이 철회 되는 날까지 의협 12만 전회원의 뜻을 모아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경북의사회, 전남의사회, 인천시의사회, 경기도의사회 등이 연달아 성명서를 발표하며 규제기요틴 저지에 나섰으며, 서울시의사회는 24일, 의사회관에서 규제기요틴 관련 성토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의대협,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의료인의 신념 걸로 막겠다”
의대생들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회장 함현석, 이하 의대협)는 지난 1월 17일 비상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고 정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결의문을 채택한데 이어, 20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각 학교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대응TF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의대협은 "산업적 발전에만 치중하고 국민건강을 저버린 이번 규제기요틴 정책은 순리에 맞지 않는다"며 "이번 규제기요틴 정책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의 전문성을 무시함과 동시에 전국 각지에서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1만 5000명의 의대생들의 열정을 멸시하는 행태임을 중언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을 천명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의사회・의학교육협의회도 보건의료 기요틴 철회요구
한국여자의사회는 22일 성명을 내어 “여의사회 2만 3000명 회원들은 참된 의사로서, 현명한 여성으로서, 건강 사회의 수호자로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세우고 있다”며 "회원 일동은 정부가 이제라도 왜곡된 경제논리에 의한 시장창출과 경제활성화보다 국민건강과 안전이 우선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보건의료 기요틴 과제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입장을 촉구했다.
이어 "보건의료 기요틴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의 모든 활동에 여의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도 지난 1월 2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학교육협의회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발전을 위한 의료계 대표 단체들의 협의체로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상 명백히 규정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국민건강과 안전에 크나큰 부작용을 가져오는 정책으로 정부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정책 추진을 철회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학과 한의학 교육의 통합과 현재 이원화된 의료면허제도의 개선을 제시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정부를 포함한 한의학교육단체와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병협도 투쟁 동참, ‘그릇된 정책’에 공동 대처키로
의협의 투쟁에 병원계가 동참을 선언한 것도 매우 오랜만의 일이다. 지난 1월 20일, 의협과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 이하 병협)는 제3차 의·병협 정책협의회를 열어 보건의료 기요틴을 '직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그릇된 정책'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처키로 다짐했다.
박상근 병협회장은 “규제기요틴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으며, 이계융 병협 상근부회장도 "국민건강과 의료계 발전을 위한 행보에는 두 단체간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국민 건강과 직역간의 화합을 위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전 의료계가 이견 없이 하나의 목표로 단합하게 된 것이다.
전 의료계가 투쟁에 돌입했다. 모두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보건의료 기요틴과 의료영리화 정책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다짐한 의협 비대위와 의료계가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