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KSIC

해외연수보고

전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주한

  때는 바야흐로 2014년 겨울. 드디어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1년간 해외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다. 해외연수가 결정된 후 연수기관을 정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던 중, Endovascular 치료와 하이브리드 (hybrid) 시술분야에 해외연수를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컬럼비아대학, 클리블랜드 클리리닉 등을 알아보던중 시카고대학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시카고 대학교 (University of Chicago)는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있는 석유 재벌 존 D. 록펠러의 기부금으로 1890에 설립된 연구 중심 사립대학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총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하거나 교수로 지냈다.

나는 대동맥 센터장인 Ross Milner 지도하에 연수를 시작하였다. 아침 7:00시에 시작하는 회진, 7:30분부터 시작하는 수술 또는 시술 등은 마치 한국에서 인턴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여러과가 모여서 토론하면서 하는 외래는 특이하였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특히나 감명 깊었던 점은 하이브리드 시술을 위하여 잘 갖춰진 기반시설 (infrastructure)과 체계 (system) 이었다. 한 명의 환자를 위하여 다양한 과의 전문가, 예를 들자면 흉부외과, 혈관외과, 그리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심초음파 전문의, 마지막으로 중재시술 전문의가 모두 모여 서로 완벽한 연계를 하고 있었다. 여러 영역의 많은 인원이 시술에 참가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번잡하고 복잡할 수도 있었지만, 마치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손발이 잘 맞아 들어가는 모습과 각자 필요한 부분에서 치고 빠지는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나는 주로 한국에서 이미 시술 중이거나, 시술을 계획하고 있는 분야인 심도자를 이용한 대동맥 판막 치환술 (Transcatheter Aortic Valve Replacement, TAVR), 복부 대동맥류 치료 (Endovascular Aneurysm Repair, EVAR)와 흉부 대동맥류 치료 (Thoracic Endovascular Aneurysm Repair, TEVAR) 등을 주로 참관하였다.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기 전, 그 동안 우리 전남대학교 병원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술을 위한 전용 수술실을 갖추고 있지 못해 심혈관센터에 임시방편으로 hybrid room을 마련하여 EVAR와 TEVAR를 시행해오고 있었다. 특히나 완벽한 개념의 하이브리드 시술이 아닌 주로 우리 순환기내과 단독으로 시술을 시행하였기 때문에 때로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카고 대학교의 하이브리드 팀과 수술실이 부럽기도 하였고 나에게는 감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주말에는 주로 가족들과 시카고와 일리노이주를 여행하였다. 시카고는 미국 중부의 대표적인 도시이고 미국의 3대 도시인만큼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나, 다운타운은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이며 대중 교통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시카고는 특히 유명 건축물들과 미시건 호수, 재즈 블루스의 고향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알 카포테가 시카고 거리의 암흑가에서 활약했던 1920년대, 갱들이 경영하던 클럽에서 시카고의 재즈 블루스가 탄생하였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나 변화한 거리에는 갱들이 없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옛날의 재즈가 어울리는 도시의 정취가 느껴진다. 현재의 시카고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갖춘 건축의 전당으로 시어즈타워를 비롯하여 존 행콕 센터, 마리나 시티, 제임스 톰슨 센터 등 전 세계의 건축계를 이끌어가는 건물군은 시카고의 상징이다. 때로는 미시간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여유를 만끽하기도 하였지만,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에 호수의 강풍이 더해져 체감 온도가 훨씬 떨어져 한국의 따뜻한 겨울이 그립기도 하였다.

  나는 1년간의 미국 생활을 하면서 환자 진료 및 시술 등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의사로 살아온 세월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월에 비하면 짧은 1년이라는 기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순환기내과 의사로서 잠깐의 쉼표가 되었고 그 덕분에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길을 계획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 줄 수 있었던 이런 좋은 연수 기회를 주신 전남대학교 병원과 순환기내과 관계자 분들께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 동안 시카고 대학교에서 보고 배운 진료 및 시술의 모습들은, 앞으로 순환기내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좀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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