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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2002년 Alain Cribier가 프랑스의 한 병원에서 57세의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서 세계 최초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을 성공한 이후로 고령화 시대에 점차 늘어가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다. 당시 Alain Cribier는 현재의 Edwards-Sapien 판막을 이용하여 정맥을 통하여 심방중격 천공 후 시술하였다. 이후 2004년 코어밸브(CoreValve)가 도입되었고 이때서야 TAVI를 대퇴동맥을 통하여 시술하게 되었다. 현재는 Lotus 밸브를 포함하여 십여 개 이상의 회사에게 TAVI 치료기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TAVI 시술을 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보면 향후 우리나라에서 TAVI의 미래를 알수 있겠다. 그간 독일에서 TAVI 시술한 케이스를 모두 모아 정리해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N Engl J Med 2015;373:2438-47) 2007년부터 TAVI를 시행하였는데 이후 점차 케이스수가 증가하여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서 2012년 이후로는 TAVI가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보다 더 많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압도적으로 TAVI가 SAVR보다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75세 이하에서는 5명중 4명은 SAVR, 그리고 한명에서 TAVI가 시행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75세 미만에서 시행한 SAVR도 금속판막보다는 조직판막을 훨씬 더 많이 삽입하였다는 것이다. 고위험군에 국한하여 시행하던 TAVI가 최근에는 점차적으로 중등도 나아가 저 위험군 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합병증 발생도 2012년 9.4%에서 2014년에는 3.9%로 낮아졌으며 치명적 합병증은 0.3%이하이고 수술로 전환되는 경우도 1.2%에서 0.6%로 감소되었다. 입원기간중 사망율도 2008년의 10.4%에서 4.2%로 현저히 감소되어 독일에서는 TAVI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잡아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에서는 2012년 11월 TAVI가 신의료기술로 지정되어서 2012년 12월부터 국내에서 첫 시술이 시행되었고 이후 점차 케이스 수가 증가되어 2015년에는 국내에서 총 155건의 시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치료비를 전적으로 지원받는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치료비 부담이 상당하여 시술건수의 증가율이 독일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후 선별급여가 있기 전까지 환자들이 100% 치료비를 부담했었고 2015년 6월 8일 건강보험공단에서 20%만 지급해 주는 선별급여를 시작하였다. 인공판막의 가격이 3,2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사전 검사비와 입원비 등을 합하면 현재도 약 3,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환자와 가족들이 부담해야 해서 선별급여가 시작된 이후에도 시술건수 증가율이 이전과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도 정부에서 100% 비용지불을 하기 때문에 환자부담이 없어 우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림을 보면 2014년 시점에서 전세계 국가들의 인구 백만명당 TAVI 시행건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을 볼수 있다. 80세 이상의 고령환자에게 국가적으로 상당한 의료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은 비단 TAVI뿐 아니라 향후 새롭게 도입될 신의료기술의 상당수가 고령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 주체들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향후 TAVI의 한국내 전망을 두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이나 일본처럼 시술비용의 상당수를 공단에서 부담하게 되면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TAVI 시술건수가 SAVR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 침투속도는 PCI와는 조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술 합병증이 상당히 감소되어 현재는 비교적 안전하게 시술되고 있지만 한번 발생하게 되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흉부외과 의사의 수술적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두명의 숙련된 중재시술의사와 심초음파와 심장CT의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시설적 준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의 수가 PCI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고위험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시술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려면 적어도 50케이스 이상의 시술경험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국내 케이스 수가 적다 보니 이만한 시술건수를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아 한국에서 TAVI가 많은 병원에 정착하기까지는 중재시술의사와 학회의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것이다.

둘째, 시술의 경험이 쌓이고 좀 더 경량화되고 개선된 TAVI 판막들이 도입되면서 초창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시술 합병증이 감소되었으며, 점차 저위험 환자군에서도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새롭게 개선된 판막들은 paravalvular leak의 발생을 현저히 감소시켜서 이 문제에 대한 우려는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방실차단의 발생율이 10%정도이고 조직판막의 속성상 판막수명이 10-15년이상을 넘길지 아직 자료가 없어 70세 이하의 저위험 환자군에게 TAVI를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100세 시대이다. 향후 중증 대동맥판막 환자들의 수와 함께 TAVI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어갈 것이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중국과 일본의 케이스 수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고 우리는 점차 뒤쳐질 것이다. 우리가 PCI에서 보여 주었던 놀라운 시술성적 그리고 연구성과들을 빨리 TAVI 시술에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각 나라별 인구 백만명당 TAVI 시행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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