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의대 삼성창원병원 박용환
우여 곡절 끝에 미국 연수를 떠나는 날,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촌놈이 서울에 처음 와서 신촌하숙집을 찾아갈 때처럼 2014년 7월말 어안이 벙벙하게 시카고 공항에 가족들을 이끌고 1년간의 연수를 시작한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한국에 온지도 6개월이 지나 버렸습니다.
실험보다는 실제 환자를 접하는 임상으로 연수를 가기로 마음 먹고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 complex abdominal aortic aneurysm(AAA)의 intervention에 대해 알아보던 중 시카고 대학교 병원의 Vascular surgeon인 Dr Milner 교수에서 e-mail로 여러 차례 연락한 후에 연수 가기 6개월전 직접 병원에 찾아 뵙고 연수를 와도 된다는 확답을 받고 저의 미국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Complex AAA는 단순히 표현하면 수술과 시술이 모두 어렵고 복잡한 경우를 말하며 대동맥류가 흉부에서 복부까지 걸쳐 있거나 대동맥의 주요 분지를 포함한 경우, aortic neck이 짧은 경우, 굴곡이 심한 경우 등 보고에 의하면 30-50%정도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Complex AAA에 대한 치료방법으로는 크게 복부를 열고 하는 수술, fenestrated stent를 이용한 시술, Chimney stents를 이용한 시술로 나눌 수 있으며 한국에 있었을 때 이에 대한 저의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서 이 모든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이러한 복잡한 환자에 있어 다양한 치료적 접근법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래 참관, 수술 및 시술, 병동회진을 함께 하면서 복잡한 복부대동맥류를 가진 환자에 대한 초기 진단에서부터 치료 및 경과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었으며 정기적인 conference를 통해 여러 가지 의견들을 청취할 수 있어 내과 의사로서 외과적인 경험을 넓히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혈관외과 송년 파티. 일부만 사진을 찍었죠. 중간에 있는 분이 지도교수 Dr. Milner.
시카고 대학교는 세계에서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죠. 특히 경제학과는 시카고학파가 있을 정도로 파워가 있다고 합니다. 시카고 대학교 병원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있는데요, Charles Brenton Huggins, MD로 1966년 '전립선 암의 호르몬 요법' 연구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전 원자폭탄에 대해 실험을 했던 곳이 바로 시카고 대학교입니다. 또한 오바마가 정계로 진출하기 전까지 시카고 대학교 법대에서 교수로 있기도 했었죠.


▲인류가 처음으로 1942년 12월에 핵실험을 했다는 표시를 비석으로 남겨 놓았고
핵실험 25주년을 기념하여 1967년 헨리 무어가 만든 조각 작품입니다.
연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뿐 만 아니라 낯선 문화를 경험하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제가 시카고에 처음 정착할 때부터 학교생활 및 일상생활에 많은 도움과 조언을 해주신 전남대학교 순환기내과 김주한 교수님과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지원해시고 격려 해주신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동료 교수님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