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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칼럼 진로교육,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시인 류시화 잠언시집에 소개된 킴벌리 커버거(Kimberly Kirberger)의 詩,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의 첫 구절이다.

작년 진로교육법 제정(2015. 6. 22.)에 이어 최근 발표된 제 2차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2016~2020)을 접하면서 ‘진로교육’에 대한 단상으로 퍼뜩 뇌리를 스쳐간 문구이다.


1. 진로교육 목표와 성취기준


진로교육 현안에 대해 2010년 당시 교과부는 제 1차 진로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12년 4월 진로교육의 지향점을 설정하고자 진로교육 목표와 성취기준을 처음 제시하였다.
학교 진로교육의 목표는 “학생 자신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로 설정하였으며, 교육과정 편성과 관련해서는 “① 자아 이해와 사회적 역량개발, ② 일과 직업세계의 이해, ③ 진로탐색, ④ 진로 디자인과 준비 ”라는 4가지 대 영역으로 구분하고 초·중·고 학교급별 세부 사항을 제시하였다.

교육과정 편성의 대 원칙은 각각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들이며, 특히 ‘자아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밑줄을 치고 여러 번 되뇌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현 시점의 사회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40~50대가 교육을 받던 30~40년 전의 교육 목표와 진로교육은 어떠하였는가? 직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일들을 선망하며 어떤 꿈들을 꾸고 있었는가?


2. 화이트칼라(White Collar)와 인공지능


올해는 이른바 ‘알파고(AlphaGo) 쇼크’ 로 전 세계인들이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과 미래 사회의 변화 양상에 대하여 급격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 영역이 상상을 넘어서는 현장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알파고 외에도 사람을 대체할만한 ‘인공지능 직원’의 활약은 최근 전문직을 비롯한 화이트칼라(White Collar) 직업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금융 관련 인공지능 프로그램 '켄쇼(Kensho)'를 도입하였고, 뉴욕타임즈는 그 결과에 대하여 “로봇이 월스트리트를 침공했다.” 고 보도했다. 왜냐하면 켄쇼는 금융전문가들이 몇일간 분석하고 밤새 매달렸던 문제들 – 이를테면, 오늘의 유가 1% 상승이 A항공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 – 에 대한 답을 순식간에 처리해내기 때문이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시스템은 국내를 포함하여 금융업계에 대중화되어 고객 투자성향과 재무목표를 분석하여 투자 전략까지 제시하고 있다.

로봇은 창조적 업무의 대명사인 기자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야구 경기 결과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실적 기사는 ‘퀼(Quill)’과 같은 로봇 기자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의해 작성할 수 있으며, 로봇 기자가 쓴 글은 인간 기자가 쓴 글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울러 사실의 표현할 뿐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해 역전극인지 박빙의 승부였는지 등의 경기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며, 야구 경기의 특정 팀 팬들을 위해서는 해당 팀 활약에 집중된 기사를 제공할 수 도 있다.

최근 5월에는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 가 100년 역사의 미국 대형 로펌 베이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에 취업했다. 파산 관련 업무에 특화할 예정이지만 업무 효율이 높을 경우 보다 조금 더 복잡한 영역의 법률 문제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유수 병원에 ‘인공지능 의사’가 도입되어 전자의무기록을 검토하며 의사의 진단을 돕고, 의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치료법을 권고한다.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한 MD앤더슨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백혈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의사’가 권고한 치료법은 인간 의사의 결정과 80% 일치했다고 한다.


3. 불확실성 시대의 진로탐색


사람들은 대개 직업을 통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에 능력을 발휘하며, 육체적·정신적 노력의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받아 생활을 지속해 나간다. 개성에 맞는 분야의 직업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적인 보람까지 찾을 수 있다면 진로교육 목표를 최선으로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시대를 사는 오늘, 진로교육은 모레를 살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모레가 어떤 세상일지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통념적으로 선망하던 직업 선호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게 된다.

진로교육에 대한 탐색 중 뒤늦게 개인적으로도 몇가지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과거 내가 직업 선택시 혼란했던 것은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이유였고, 몇몇 과목에 학습동기가 적었던 이유는 적재적소에 해당 과목이 쓰임이 있을 뿐 아니라 삶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혜를 줄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에 알았더라면 나의 희망과 진로에 맞추어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느꼈다. 세월이 지난 뒤에 후회하는 것은 소용이 없지만, 그 누군가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을까 싶어 잠시 고민을 이어보게 되었다.

그 결과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한 가지 해법을 제안하고자 하며, 그것은 바로 과거에 우리가 별로 강조하지 못했던,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이는 것”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의 시구가 떠오른 것이 단지 과거에 행하지 않음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작은 지침을 제시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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