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이 육 할을 넘어가고 있다. 지나간 몇 달과 남은 시간을 둘러보다가 잠시 생각이 머무르게 되어, 올 한해를 쭉 관통하는 사회적 담론이 무엇일지 상상해보니 명실공히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아닌가 싶다. 이쯤에서 누가 나에게 “불확실한 오늘을 사느라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당신에게 딱 한 가지 역량을 줄 터이니 선택해 보십시오.”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창의성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창의성이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해 내는 것과 연관된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과정이다.
창의성을 뜻하는 영어인 creativity는 라틴어의 creo(만들다)를 어근으로 하는 creatio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無에서, 또는 기존의 자료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산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창의적 인물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창의성 이라는 것은 그냥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창조적인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제로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남들보다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하며 단지 뭔가를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은 그들이 경험했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18세기의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는 독창성에 대하여 이러한 명언을 남기기도 하였다.
“독창성이란 단지 사려 깊은 모방일 뿐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창의성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부터 불현 듯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보고 무심코 지나친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도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학문적인 관점에서의 창의성 연구는 초기에 심리학이나 교육학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학문들은 과거의 이분법적 사고를 대체하여 다양한 학문과 방법론을 연계하면서 연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콘텐츠 사업가이자 연구자인 Milena Z. Fisher는 창의성 관련한 연구과정을 8가지 학문 분야의 상호 작용으로 보았다. 이론적인 틀은 심리학, 신경 과학, 인류학 및 철학을 바탕으로 구축되었지만, 이론과 동시에 창의력 연구는 실천에서 배워야 하므로 교육, 예술, 비즈니스 및 기술에서 나오는 정보를 끊임없이 습득하여 이론에 폭 넓게 적용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성 연구에는 학문분야에서 수집된 지식에만 집중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오는 데이터에 대하여 다층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연결하면서 연구문제를 분할하고 정복해 나가는 연구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경영전략의 최고 권위자인 Michael E. Porter는 세상 모든 사물들이 연결되었을 때의 기업 경쟁 전략에 대한 글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14년 11월)에 기고하면서, 과거의 기업들이 한가지 제품을 판매 하였다면 연결된 세상에서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와 시스템을 판매하게 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를 판매할 때 제품 자체를 판매했지만, 앞으로는 트랙터와 트랙터에 부착된 각종 센서, 다수의 트랙터를 서로 연결한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농업 자체’에 대한 서비스를 판매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는 능력으로 기술, 지식, 제품을 융합하여 창의적인 비즈니스로 구현하는 역량이 필요한 대목이며, 그 핵심 요소로는 다양한 개체를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연계하는 능력과 산업과 문화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연결하는 것은 곧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며, 창의성과 맞닿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연결의 의미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 등의 기계적 연결에서부터 서비스간 연결, 생태계간 연결, 인간과 기계간 연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체를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연계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연결의 중요성을 느낄 때가 있는데, 독서를 하는 도중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스크랩을 해두었다가도 나중에 다시 그 부분을 읽을 때에는 왜 내가 이걸 스크랩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디어나 영감은 순간적인 느낌뿐일 경우가 많은데다가 우리는 하루 종일 꽉 짜여진 일상을 살다보니 떠오르는 영감을 제 때 포착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 어떤 정보들을 연결 해두는 것은 매우 유용한 일이 된다. 개인이 속한 커뮤니티나 SNS에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사이에 아이디어를 배치해 둘 경우 서로 다른 연결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영감을 줄 수 있다. 오늘날 지식 강연의 글로벌 브랜드인 TED 또한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의 이니셜을 딴 명칭인데, 이질적이고 다양한 분야의 강연자들을 초청하여 전 세계인들과 연결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30년 넘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창의성을 발현하고자 한다면 사람을 연결하고, 사물을 연결하고, 생각을 연결하고, 비어있는 틈새들을 연결하다보면 불현듯 창의성과 마주하는 순간을 꽤 자주 경험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