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비주얼
오진아 선생님은 행복수업 초창기였던 2011년부터 행복교사로 참여해오셨습니다. 당시 오진아 선생님의 행복수업을 들었던 정은이 학생은 어느덧 예비교사가 되어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그곳에서 지도해 주신 선생님 역시 행복교사인 최현주 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행복수업이 세대를 거쳐 가는 움직임이 특별하다고 생각되어 오진아 선생님과 당시 수업을 들은 정은이, 김효신 학생을 모셨습니다. 학생의 관점 에서 바라본 행복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이날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일시 : 2017년 8월 3일 (목) 장소 :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 시진핑홀

Q. 최인철 교수: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은이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16학번 정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부천여자중학교 2, 3학년 때 행복수업을 받았고, 그 뒤에 대학을 진학하여 이번에 교생실습을 나가서 현 행복교사이신 최현주 선생님을 만나 이런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효신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한양대학교 정책학과에 재학 중인 김효신이라고 합니다. 저는 교사가 꿈은 아니고요, 오진아 선생님께 2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행복수업을 받았습니다.

Q. 최인철 교수: 먼저, 오진아 선생님이 이 생소한 수업을 선보였을 때 학생들이 처음에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 니다. 또 수업을 듣고 나서 어떤 좋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지도요.

김효신 학생: 선생님이 학교 왔을 때, 다른 애들이 선생님이 교사 아니라 강사 아니냐고 그랬어요. 기존에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은 컨텐츠를 가지고 오셔서 수업을 하시는데 수업 방식조차도 기존 교사들이 하는 수업과는 다른 거예요. 이 선생님은 교사가 아니라 강사다, 이런 후문이 돌았고 요. 저는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는데, 맨 처음에는 시키는 것만 하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니까 ‘아 그냥 하면 만점을 주니까 좋다,’ 그런 생각을 하며 했어요. 두 번째는 다른 수행평가, 다른 시험은 뭘 더 공부하고 해야 하는데 이건 저에 대해서 생각해보 면서 뭔가 콘텐츠를 만들고 해나간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상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전까지 학생으로서 저 자신을 돌아볼 생각조차 안했던 것 같아서. 이게 계속하다 보면 그냥 수행 평가는 부차적인 게 되고 결국 저 자신에 대한 것이 핵심으로 들어오게 돼요. 만점을 준다는 것은 더 이상 내게 어드밴티지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새롭고 좋았던 수업으로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정은이 학생: 저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어요. 처음에 말했듯이 완전 새로운 수업방식이었기도 하고, 제가 원래 도덕 수업이라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서. ‘이게 과연 도덕의식 함양에 도움을 주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감사 일기를 쓰기도 하고 친구들과 나누고 베풀기, 이런 활동을 하면서 이게 진짜 도덕 수업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정말 많이 당황 했어요. 이게 정말 수업이 되는가?

오진아 선생님: 한 말씀 드리면, 7년 만에 제가 강사로 보였다는 걸 알게 됐는데, 애들은 수업 들어가면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여요, 이게 무슨 수업이지? 이때 선생님들은 당황하시지 마시고 그냥 밀어붙여서 저처럼 수업하시면 나중에 애들이 ‘뭐지?’ 하다가 수업에 빠져들어요. 애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게 중요하죠. 그렇게 저는 수업 했던 것 같아요.

메인비주얼

Q. 최인철 교수: 수행평가 얘기가 나왔는데, 행복수업을 교과목의 일환으로 하신 건가요, 아니면 체험활동으로 하셨나요? 행복수업을 어떤 형태로 하셨는지를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진아 선생님: 제가 2011년도에 시범학교를 하면서 2학기에 행복수업 9개의 활동을 만들어야 해서 부담감이 되게 컸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진로, 창체 이런 걸 맡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제가 다행히 도덕 교사여서 도덕 시간 3달에 이 수업을 다 했거든요. 그러면서 이걸 수행평가에 넣었어요. 그렇게 수업을 진행을 했고, 이 학생들이 3학년이 됐을 때에는 제가 창체로 9개 반을 들어갔어요. 그때는 창체 1시간, 도덕 1시간에 섞어서 많이 했고. 제가 이걸 수행평가로 넣어보고 안 넣어보기도 했는데 요, 올해 7년 차로서 내린 결론은 수행평가에 넣는 게 현실적이고, 선생님 부담도 덜하다는 것. 행복 수업을 평가해야 하나 말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하기에는 수행평가로 넣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최인철 교수: 학생의 관점에서는 교과목의 형태로 하는 게 좋은지 창의체험의 형태로 하는 게 좋은지, 또 평가를 하는 게 좋은지 안 하는 게 좋은지 궁금하네요.

정은이 학생: 저는 수행평가가 있었다는 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수업 자체를 즐겼고요, 그때 했던 활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두고 했기 때문에 어떻게 점수가 나오든지 개의치 않았어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저자신의 발전 같은 것들이 눈에 보이는 제대로 된 성과라고 생각했어요.

김효신 학생: 어려운 질문인 것 같은데……. 저는 2학년 때 오진아 선생님을 만났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키팅 선생님에게 꽂힌 것처럼 저도 오진아 선생님을 만나고 꽂혀버렸어요. 그래서 평가 방식 이런 건 잘 모르겠고 선생님이 좋아서 한 것 같아요. 아마 행복수 업을 함께 진행하면 선생님들한테 빠지실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 잘 따라올 것 같습니다.

메인비주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고 현재에 충실하도록 하는 교육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오진아 선생님: 덧붙이자면 행복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수업이 되게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수업이 될까? 그러려면 우선 즐거워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 고, 그리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다 참여할 수 있는 수업, 그리고 수업시간에 과제를 주지 않고 수업시간 내에서 다 할 수 있는 그런 수업을 만들려 하였습니다.

그런 환경과 더불어서, 저는 처음에는 외적 보상을 많이 제공하여 동기유발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애들에게 얘기 들어보면 처음에는 그런 의도로, 도장 받으려고, 먹을 거 얻으려고, 수행평가 점수잘 받으려고 시작을 하게 됐지만 어느 순간 그게 무의미해졌다,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젖어들 었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자유학기제라 수행평가가 없는데, 그럴 때는 생활기록부에 잘 적어주겠다, 이렇게 제가 제공할 수 있는 외적 보상을 최대한 제공해서 애들이 처음에 하고 싶게끔 처음 마음을 좀 건드려주고, 그다음에 수업이 재밌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Q. 최인철 교수: 학교에서 행복수업을 하겠다고 하셨을 때 어떤 반응이 었고, 혹시라도 학교 내에서 갈등이나 오해가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오진아 선생님: 이 질문을 굉장히 기다렸는데요, 저는 처음 행복수업할 때 울면서 했어요. 왜냐면 대부분 반응이 "선생님 행복 수업 해요?", "그럼 선생님 애들은 다 행복하겠네요?", "행 복수업 열심히 하시던데, 가출하는 누구누구 어떻게 된 거냐." 등이었어요. 애들에게 너무 반응이 좋다 보니깐 뭔가 조그만 문제가 있거나 제가 지쳐하면 행복 수업하는데 안행복하시냐고, 그런 시선들을 많이 느꼈었어요. 그럴 때마다 힘도 빠지고. 또, 관련된 일을 많이 저에게 주셔서 행복 수업 하니 평화교육도 해보라고, 관련 있으니 계획서 내라고 하고. 그런 식으로 엮이는 게 힘들어서 처음에 할 때는 울면서 했었어요.

제가 교무실 2층이었는데 행복교실을 1층에 만들었거든요. 2층에서 1층 내려가면서 훌쩍훌쩍 울면서 수업하러 가는데, 당시 얘네들은 수업을 할 때 제가 들어가면 모둠별로 행복 노래를 부르게 했었 어요. 그러면 잘 부른 2, 4모둠 득템! 이렇게 했었거든요. 그게 자리 잡으니까 제가 들어갈 때 세팅이 다 되어있고, 애들이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는 복도 끝에서 울면서 들어가고 있는데, 애들이 “선 생님 온다! 노래 시작!” 하며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저는 거기에 또 울컥해서 교실에서 차마 못 들어가고. 복도에서 한 번 더 눈물을 훔치고. 그래서 들어간 다음에는 애들이 노래 부르니까 너무 기분이 좋았고, 애들이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라고 물으니 신기하고 새롭다는 느낌이 많았 어요. 그런 애들의 반짝반짝한 모습을 보며 힘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환경이 안 좋아도 애들의 반응이 행복수업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최인철 교수: 간증 집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네요.(웃음) 학생들에게도 궁금한 게 있어요. 저도 학부모의 입장 인데, 제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학교가 우리 아이에게 이런 걸 하고 있다고 그러면, 당연히 부모로서 혹시 공부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혹은 그거 하면 공부가 잘 되는지 질문을 해볼 수도 있거든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행복수업이 공부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나요?

김효신 학생: 저는 학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서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선 중학교 때부터 그런 경쟁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지도 않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 인문학 강연 같은 걸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잖아요. 그런데 그게 결국 어릴 적부터 누적된 경쟁의 시간에서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행복을 찾기 위해서 배우러 가는 것 같아요. 이러한 시스템이 처음부터 학교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이뤄졌다면 어른이 돼서도 굳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도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커서 생각해보면 그때 배웠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서 보면 지금 나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제가 여기서 제일 어린 것 같지만요(웃음). 생각해보면 저를 있게 해줘서 굉장히 고마운 수업이고, 잠시 해방감, 이름 그대로 행복함을 주는 행복수업이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정은이 학생: 저도 참 동의를 많이 하고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는 행복수업을 안 했잖아요. 그때 학업 슬럼 프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는데, 그 이후에 행복수업을 만나고, 감사일기를 쓰고, 행복한 활동을 하다 보니깐 이게 학업에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래서 항상 행복수업을 기다 렸었고, 제일 먼저 뛰어가서 앉기도 하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원동력을 얻어서 집중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학업에 방해되거나 공부에 짐이 되는 그런 활동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Q. 최인철 교수: 얘기를 듣다 보니 혹시 행복수업이 원래부터 성실한 학생들은 잘 따라오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 들은 힘들어하는 게 아닌지, 그래서 행복수업이 진짜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면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셨나요?

오진아 선생님: 일단 행복 수업은 공부를 안 하는 애들이 더 좋아했어요. 전반적으로 잘하는 학생들은 수행평가로 뭘 주니깐 따라오는 것이었고, 안 하는 학생은 재밌으니까 따라오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학교에그 학년에서 꼽히는 애들, 반에서 1~2명 있는 애들은 수업시간에 아무리 참여하게 해도 너무 졸리 니까 일어나지를 않았는데, 그런 학생을 제가 억지로 깨워서 안 한다고 벌을 주거나 하지는 않았어 요. 저에게 행복수업은 90% 정도 애들의 반응이 오면 그걸로 만족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너무 신기했던 경험이, 한 학생이 학교를 너무 띄엄띄엄 나오고, 수업 활동할 때 참여 하고 싶을 때는 참여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그래서 저는 그 아이를 그냥 내버려 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수업 들어가면 항상 자고 있어서 당연히 안 할 줄 알았던 애가 깨어 있어서 "선생님 저도 할게요."라고 말해 줘서 엄청 감동을 받았어요.

기다려 주는, 너무 억지로 시키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행복수업이 모든 학생들을 다 만족시키고 해결할 수 있는 마술과 같은 수업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들에게 행복이란 것에 대해 생각 하게 해주는 수업이라 생각을 했어요. 이왕이면 많이 참여하게끔 촘촘한 규칙 같은 건 많이 만들었 어요. 개인 활동이나 모둠 활동도 하고 도장도 다 찍어주고, 그래도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기다려 주다 보면 2학기 되어서는 같이 참여하기도 했어요.

메인비주얼


Q. 최인철 교수: 정은이 학생은 본인이 행복수업을 받아 봤고, 이제는 선생님이 돼서 기회가 주어지면 이 수업을 하실 의향이 있는 것이잖아요? 자기 경험에 기초했을 때 이 수업은 이렇게 하면 더 잘될 것 같다거나, 꿈꾸고 있는 행복수업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정은이 학생: 맨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처음에는 행복수업을 접하고 당황했었는데, 이전까지 일반적인 수업을 듣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접하게 되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행복수업을 해서 지속가능한 수업이 되면 좋겠다고 저는 항상 생각을 하고 있어요. 4월에 초등 학교로 실습을 갔는데, 거기서 이미 행복수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아이들이 그곳에서 행복수업이 라는 것을 접하고, 거기서 길러진 행복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중학교, 고등학교, 성인이 돼서까지 쭉이어나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해요.

Q. 최인철 교수: 김효신 학생은 사범대는 아니지만 만약 본인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행복수업을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 같은가요?

김효신 학생: 우선 가르쳐주시는 컨텐츠나 수업을 이끌어 주는 방식은 이대로 하셔도 될 것 같고요.(웃음) 그상태로도 만족해요. 그런데 한 가지, 이 친구가 말해준 것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일찍 시작해서 늦게 까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고등학교에서는 이 수업이 더 필요해요. 삶이 피폐 그 자체란 말이죠, 고등학생이 되면 진로 시간에는 다 자요. 그때는 취침시간, 아니면 가끔씩 깨서 인적성 검사 하는 시간이거든요. 그런 시간에 이 수업을 학생들이 1주일에 한 번이라도 한다면 피폐해진 정신이 조금이라도 촉촉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메인비주얼

Q. 최인철 교수: 이제 선생님들의 질문을 받아볼게요. 실질적으로 궁금한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질문 1: 선생님과 제자분들 모습이 너무 훈훈해서 좋습니다. 올해 400명에게 도덕 교과를 가르치며 설문조사를 했어요. 도덕 시간에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물어봤는데, 많은 애들이 감사일기 제발 안 썼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과제에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 하셨는지, 어떻게 이끌고 나가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오진아 선생님: 저는 감사일기에 집착하면서 수업을 진행했어요. 이게 장기간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단은 애들에게 감사일기를 쓰게 하면 ‘아, 쓰기 싫어!’ 이런 느낌이 아니라 ‘쓰면 좋아!’ 그런 느낌이 들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감사일기의 효과에 대해서 보여 줘요. 그렇지만 저희도 몸에 좋은 게 뭔지는 알지만 그렇게 살지는 않잖아요. 아무리 좋다고 얘기를 해도 막상 해보라고 하면 귀찮아해요. 그래서 저는 외적 동기를 어마어마하게 줬어요.

첫 번째로는, 감사일기를 하루 쓸 때마다 도장을 하나씩 찍어줬고, 도장이 일정 개수가 될 때마다 먹을 걸 줬어요. 그것도 아무거나 주지 않고 애들이 좋아하는 것에 맞춰서, 가격은 뭐 한 개 100원 짜리로 주더라도 애들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도장 1번 쓸 때마다 줬어요. 두 번째로, 정말 강조하고싶은 게 절대 감사일기를 숙제처럼 주시면 안 돼요. 제가 너무 좋다고 해서 제가 하고 있는 감사일기 양식 그대로 하시는 선생님이 있는데, 얼마 전에 전화가 왔어요. 애들이 너무 싫어한다고. 그 선생님 역시 이게 숙제가 되어버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단 수업 시간에 쓸 시간을 줬어요.

수업을 5분 일찍 끝내면 선생님도 좋으시잖아요. 약간 진도에 욕심을 내려놓아 쓸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처음은 1달은 힘들어도 마음먹고 검사, 피드백해주고. 애들 쓰는 줄임말 같은 걸 간단하게나마 써주면서 검사를 해줬어요. 검사를 수업시간에 할 수 있게 4번째 주는 감사일기 검사하는 날로 정하기도 했고요.

메인비주얼


그리고 제가 교과목 시간에 공부 잘하는 애들은 학습지를 빨리 풀고 그러잖아요. 그런 애들에게는할 것 없어서 놀지 말고 감사일기 꺼내서 써라. 이런 식으로 계속 자투리 시간에 감사일기를 쓰게 했어요. 제가 툭하면 “남는 시간에는 감사일기 써도 되고,” 이렇게 말하고 쓸 시간 주고 발표할 시간도 주고. 하나 할 때마다 먹을 거 주고. 그게 또 개수가 모여서 수행평가도 되고. 약간 반전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소심한 아이들이 발표나 이런 걸 잘 못하잖아요. 그런 애들은 감사일기 매일매일 꾸준히 써가지고 오면 도장 많이 받고 성실성으로 수행평가 들어가게. 제가 학교를 한 세 군데 옮겼 는데, 어떤 학교에는 인문사회부에 상이 있어서 그걸로 상도 주자고 한 적도 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걸 많이 주면서 시작할 때 애들이 ‘감사일기 한 번 써볼까?’ ‘썼더니 좋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도 록. 애들이 막 먹고 있는 것 때문에 자기도 먹고 싶으면 지금 하나 써서 내게 하도록 분위기를 형성 하고. 감사일기 쓰는 게 즐겁다는 분위기를 위해 한 달만 선생님이 고생하시면 나머지는 정말 자동 으로 돼요. 저는 감사일기 매일매일 쓰게 했거든요, 방학 때도 쓰게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애들이 마지막에는 반에 절반은 되더라고요. 물론 그래도 안 쓰는 애들은 있죠. 그런 애들은 시간 줄 때지금 하나 써라. 이렇게 독려하고 절대 화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Q. 최인철 교수: 이건 저희가 가진 숙제이기도 합니다. 쓰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는데, 여러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생님 태도도 되게 중요할 것이고, 어느 간격으로 얼마 만큼 쓰게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돌발적인 변수에 역효과가 일어나는 일들도 있을 수있습니다. 많이 경험해보셔서 선생님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스스로 발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요. 지금처럼 여러 가지 평가나 먹을 걸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닐것 같아요.

질문 2: 저는 남자 중학교다 보니까 학생들과 자전거도 같이 타고 이렇게 사제동행을 많이 하는 편입 니다. 행복수업을 진행할 때 교사도 학생들의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어떤 식으로 학생들과 끈끈한 동료애를 쌓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질문 3: 요즘은 자유학기, 창체, 진로 등 비슷해 보이는 활동들이 많은데, 학생들이 그런 활동에 익숙 해지면서 '또 이거 해?' 이런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 수업을 1년간 어느 정도의 빈도로 하시는지, 그리고 교과수업이었을 때와 창체였을 때 각각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Q. 최인철 교수: 추가하자면 중학교, 초등학교 교과서 여러 챕터가 있는데요, 모든 챕터를 다 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해야 하는지, 한 학기로 해야 되는지, 1년으로 해야 되는지, 그런 형식의 문제를 다 아울러서 오진아 선생님 경험에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진아 선생님: 선생님의 질문 또한 제가 너무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에요. 저는 행복수업을 할 때의 기준이라고 해야 할까, 꼭 제가 먼저 해보고 애들한테 하게 했어요. 비교하지 않기 챕터에서 모방시를 쓰게 하면 저도 모방시를 써 봐요. 나는 내가 좋다고 하면서 스스로 시를 쓰고 애들에게 제가 한걸 얘기를 해요. 감사편지 써서 문자 날려보고 그 경험을 애들에게 먼저 얘기를 해요. 선생님도 했는데 너희들도 해야지, 그렇게 말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에피소드나, 선생님이 한 것들 얘기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또 처음에 제가 시범학교를 하면서 학교에 선생님 5명과 행복 동아리를 하면서 활동을 만들 때. 5명이 선생님이 먼저 다 해봤어요. 우리끼리 해본 후에 제가 학생들에게 해보고 피드백을 받아서 행복수업 활동을 만들어 냈거든요. 행복수업 하기 전에 선생님이 해보고 그걸 아이들에게 얘기해줌으로써 아이들과 소통하고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데에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저는 행복 수업을 제일 적게 했을 때가 한 학기 동안 1주일 1번 했을 때였어요. 그 이상 더 했던 것같아요. 최소한 1주일에 1시간, 2시간 할 때가 많았고, 교과에도 많이 접목했고. 평상시에 그렇게 수업을 하다가, 11월에 3학년 프로그램 돌릴 때는 제가 먼저 선생님들께 제안을 했어요.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즘 영상이나 활동이 너무 많이 비슷해지다 보니깐 저는 애들한테 확인하면서 했어요. 이런 영상 봤으면 빨리 얘기해달라고 하고 비슷한 활동 하는 거 아니깐 그런 건 빼서 진행하고. 그런데 실제 선생님들이 활동하실 때에는 겹치는 게 많았다고 하시더라고요.

Q. 최인철 교수: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비슷한 활동이 많으니 식상하지 않은지, 또 그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효신 학생: 저는 행복수업은 기존 수업과는 뚜렷이 차별되었다고 생각해요. 진로, 창체 개념과 행복수업은 서로 다르게 생각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거든요. 그리고 행복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어떤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진로나 창체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뭘 같이 하려고 잠깐 들어왔다가 나가는 식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때는 활동이 겹친다든가 하는 것 없었어요, 지금은 학기제가 바뀌고 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저는 컨텐츠를 2년 동안 하면서 식상해서 하기 싫다는 생각이 없었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했었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보여주시던 영상 중에 유영철을 용서하는 그 영상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요. 영상 컨텐츠를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애들이 보지 못 했던 것으로 진행한다면 지루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 것 같아요.

메인비주얼


정은이 학생: 저도 활동들이 다채로웠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은 많이 발전해서 어떤 것이 있는지는 잘은 모르 겠지만, 상상도 못 했던 활동 있잖아요. 친구 손에 핸드크림 발라주기, 재능 나누기로 기타 배우기, 이런 지금까지 해오지 못한 새로운 활동들을 접할 수 있었어요. 초중고에서 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따라 새로운 활동들을 고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각각의 챕터들이 많이 있고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활동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우려하는, 많이 해서 식상할지도 모르는 롤링페이퍼 같은 것과는 별개로 다른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업이라 생각합니 다.

Q. 최인철 교수: 지금 궁금해하시는 내용들을 같이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게 행복가교*인 것 같아요. 선생님들끼리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필요한 부분들을 같이 연구해보기 위해 만든 게 행복가교이니까, 행복가교에 가입하셔서 같이 활동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선생님들이 가지고 계신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선생님과 두 학생분, 감사합니다.

*(사)행복가교는 어떤 모임인가요?
행복가교는 행복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사들의 단체이며 교육현장에서 행복수업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행복교육에 힘써 교육공동체의 바른 인성 함양과 삶의 질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메인비주얼


Special Session - 행복수업, 맥을 이어가다(II)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