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비주얼
어린 시절, 어떤 사소한 이유로 기분이 좋아지면 하루 종일 그 이유를 잊지 않으려 애쓰는 습관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다가 아빠가 “이번 주말에 시골 할머 니집에 놀러 갈까?” 하시면 나는 주말까지 한참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입이 귀에 걸린 채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 보면 어느새 아침의 일은 잊어버리고는, 뭔가 중요한 걸 놓친 듯한 기분에 빠진다.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아 참, 주말에 할머니집에 놀러 가기로 했었지! 그러고 나면 또 기분이 좋아져서 함께 흙장난을 치던 친구 얼굴도 왠지 더 밝아 보이고 하늘도 구름도 더 싱그럽게 느껴지는 것이 다. 지난 일주일 동안 같이가치with kakao의 ‘마음날씨’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매 순간 나의 기분을 체크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메모하다 보니, 끊임없이 내 행복의 이유를 찾아내고 기억하려 했던 어린 시절의 그 습관을 되풀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같이가치 with kakao’는 카카오톡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누구나 카카오톡 친구검색 칸에 ‘같이가치’를 검색하고 친구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다. ‘같이가치’는 크게 3개의 서비스를 제공 하는데, 댓글, 응원, 공유로 쉽게 기부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같이기부’, 속마음 버스에 탑승해서 소중한 사람들과 속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같이타요’, 그리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상태(안녕지수)를 측정하고 마음의 안녕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마음날씨’가 그것이 다. 마음날씨 서비스에서는 최소 3시간 간격으로 자신의 기분이 ‘최악, 별로, 보통, 좋아요, 최고’ 중어디에 해당하는지 선택하는 방식으로 마음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나의 성격이나 사회비교 성향, 삶의 만족도, 감사하기 능력, 자존감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안녕지수 테스트와 마음챙김 명상, 힐링사운드도 제공된다. 나는 5가지 안녕지수 테스트를 모두 해보고 일주일 동안 매일 1~3회씩 마음날씨를 측정한 뒤 그때그때의 단상을 메모로 적어두었다. 마음날씨 서비스와 함께한 일주일의 기록을 여기 공유해보려고 한다.

인물1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측정한 나의 마음날씨 그래프


9월 28일 목요일 11:27 - 좋아요 인물1

박복미 선생님이 알려주신 마음날씨 측정 서비스에 대한 글을 읽고 바로 이용해보기 시작했다. 오늘의 기분은? 좋아요:) 한동안 피로가 쌓여 있었지만 어젯밤 푹 자서 개운한 데다가 오랜만에 아침도 든든히 챙겨 먹었더니 기분이 좋다. 적당히 선선해진 날씨도 한몫 한 것 같다. 행복감이 충만하다고는할 수 없지만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길지 살짝 기대가 되는 정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래."
앨리스처럼, 나도 오늘의 기분을 '좋아요'로 체크하고 나니 어쩐지 행복해진 기분이 든다.
9월 28일 목요일 15:32 - 보통 인물1

마음날씨 측정 탭을 한참 찾아 헤맸다. 이제야 '같이가치'라는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가 '마음날씨'이고 그것의 주요 기능이 사용자의 '안녕지수' 측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같이가치에서 제공하는 컨텐츠가 워낙 다양해서 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여튼 이번엔 내마음날씨를 '보통'으로 체크했다. 해야 할 일이 좀 쌓였기 때문이다. 적당한 일은 모험심과 성취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과도하면 부담스럽다.

9월 28일 목요일 23:40 - 별로 인물1

오랜만에 고향 친구와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이상하게도 흥이 안 난다. 우린 늘 만나기만 하면 그저 즐겁기만 했는데. 서로 오늘 분위기 참 이상하다, 날이 아닌가 보다, 하다가 평소보다 일찍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뭐, 가끔 이유 없이 일이 안 풀리거나 친구와의 대화가 재미 없는 날도 있는 거니까.

9월 29일 금요일 07:38 - 별로 인물1

기분 나쁜 꿈을 꿨다. 가족들과 인천공항에서 만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미적거리다 보니 비행기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당황한 나는 허둥지둥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잡히질 않는다. 거대한 포크레인이 다가와 내 앞에 멈추더니, 택시 대신 이거라도 타고 가시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그 순간 이렇게 무거운 게 택시만큼 빨리 갈 수 있으려나 걱정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냉큼 올라탔다. 아니나 다를까, 포크레인은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면서 온 도로를 헤집어 놓다가 결국 비행기 시간까지 놓쳐버렸다. 악몽이었다.

9월 29일 금요일 13:54 - 좋아요 인물1

점심 먹고 달콤한 낮잠을 잤다. 마치 스페인 사람들의 씨에스타처럼. 힘내서 할일 해야지.

9월 29일 금요일 23:28 - 최고 인물1

저녁시간 내내 청소와 빨래와 냉장고 정리를 했다. 오랫동안 미뤄뒀던 집안일을 끝내고 나니 정말 개운하다. 예전부터 느끼던 건데 나는 집안일을 하면서 일종의 힐링을 하는 것 같다. 치우고 쓸고 닦고 정돈하여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두는 것, 좋다.

9월 30일 토요일 11:36 - 보통 인물1

긴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늦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찌뿌둥한 컨디션을 좀 회복해보려 조깅을 하고 왔지만 여전히 찌뿌둥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주말에도 평소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좋다는 건 알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9월 30일 토요일 15:37 - 최고 인물1

연휴 계획을 세워 보았다. 오늘 저녁엔 지난 3년간 그토록 보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봤던 여의도 불꽃 축제를 친구들과 보러 가기로 했고, 내일은 해야이모네에서, 월요일엔 친구들과 양궁 카페를, 화요일엔 인천에 있는 고모네 집, 수요일엔 정이이모네, 그리고 대구 내려가기 등등……. 다들 현재에 충실하라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말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기대되는 미래가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도 있다. 단순히 즐거운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10월 2일 월요일 19:58 - 보통 인물1

친구들과 하루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더니 피곤하다. 난 아무래도 매일 매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좀 피곤한 일이라, 컨디션이 좋을 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더없이 즐거운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사람을 만나기가 귀찮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서 체력을 길러 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A sound mind in a sound body, 즉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몸이 지치니 마음도 지친다. 그래서 지금 마음날씨는 '보통.'

10월 3일 화요일 23:18 - 최고 인물1

즐거운 추석. 인천에서 오랜만에 친가 식구들이 다 모여서 놀다가 저녁에는 부모님과 함께 덕수궁을 거닐었고 밤에는 엄마랑 이모랑 같이 한강에서 맥주를 마셨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소중한 건 없는 것 같다. 정말 행복하다:)

10월 4일 수요일 13:38 - 최고 인물1

이모, 엄마와 함께 잠실 코엑스에 새로 생긴 '별마당도서관'에 왔다. 오자마자 이곳이 내 취향에 딱 맞는 공간임을 직감했다.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책, 나를 자극하는 적당한 인파, 그 속에서도 조용히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사용하기 좋은 책상과 은은한 조명, 정말 하루종일 여기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나를 사로잡은 건 잡지 코너에 비치된 소박한 디자인의 독립출판물들이 었다. 평소에도 북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데다가 요즘은 일반인들의 자서전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 나중에 다시 여기에 와서 수많은 참고서적을 천천히 음미하며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인물1
인물1


일주일간 마음날씨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주로 일상에서 어떤 사건이 생길 때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감정의 변화가 생길 따마다 스스로 마음날씨를 측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보통 "요즘 잘 지내?", "요즘 좀 힘들지?"와 같은 식으로 '요즘'의 감정을 살피는 데에 익숙하지만 사실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하루 중에도 내 마음상태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음날씨' 서비 스를 소개하는 글에 의하면 감정의 흐름도 규칙이나 경향성이 있다는데, 진짜로 이 마음날씨 측정을 통해 내 감정의 흐름도 조금이나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면 좀더 윤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 까, 즐거운 기대를 해 본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의 '마음날씨'는 다른 어느 나라나 기업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주 그리고 실시간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서비스다. 바로 그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입장에서더 편하고 규칙적으로 마음날씨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현재 방식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같이가치with kakao’와의 카카오톡 대화창을 열고 같이가치 플랫폼으로 접속하여 안녕지수 탭을 누르고 현재 기분을 입력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주기적으로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라며 이용자의 안녕을 물어 보는 메세지가 온다면 더 편할 것 같다. 또한 마음날씨를 측정하면서 즉시 짧은 메모나 일기를 남길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좀 흐른 뒤 과거의 내 마음날씨 그래프와 메모를 읽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니까.
Center News - 나는 수요일, 밤에 기분이 좋아요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