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비주얼
사진출처: plxabay
‘나의 가치로움을 느끼는 것’
이를 교육심리학에서는 ‘자기가치(Self-Worth)’라 한다. 이는 자아에 관련된 하나의 요인으로 자신에 대한 가치를 의미한다. 자기가치감을 느끼는 영역에서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경험을 반복적으로 할 때 자아존중감(Self-esteem)을 증진시킬 수 있고, 이렇게 높아진 자아존중감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즉, 우리는 행복을 위해 자신이 가치감을 느낄 수 있는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자존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 대한 가치감을 느끼는 영역은 외모, 능력, 경제력, 인간관계, 인정 등 다양한데, 나는 남편과 이 영역이 꽤 다르다. 남편은 자신이 애써 한 일에 대해 인정받는 것을 가치롭게 여기는 반면, 나는 나 스스로 만족하는 것을 가장 가치롭게 여긴다. 그래서 남편은 무슨 일을 하고 나서 내가 그것을 치켜세워주고 칭찬해주면 자존감을 느끼지만, 나는 남편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나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나는 나만 만족하면 그만이다. 남편은 인정을 받음으로서 자신의 가치로움을 느끼고 행복해질 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치감을 느끼는 영역이 서로 다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는 너무 획일화된 성공과 행복에 대한 신화가 존재했다. 자신이 가치감을 느끼지 못하는 영역이어도, 다른 사람들이 그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하면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 온 것이다. 이전 세대에서 부모들이 경쟁, 돈, 출세 등의 가치를 자녀들에게 강요했던 것이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부작용들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등을 생각해보게 하고 자신만의 의미있는 삶을 계획해 보도록 교육하기 시작하였다.

무엇이든 과도기를 지나는 세대가 가장 힘들기 마련인데,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는 오늘날 현재 부모세대가 가장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 생각된다. 자녀가 성적을 잘 받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한 것을 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임을 알지만, 막상 어떠한 방법으로 자녀를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당연하다. 현재 부모세대는 자신의 행복을 삶에서 최우선으로 해 본 노력과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아이들의 자아존중감이나 행복을 높일 수 있는 자녀교육법에 관한 강의나 서적들이 많아졌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하라’, ‘민주적인 부모가 되어라’, ‘자기조절력을 길러주어라’, ‘정서지능(EQ)을 높여주어라’ 등 많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두 많은 연구들을 통해 검증된 바람직한 방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가 자기조절력은 부족하고 도덕성은 그저 그런 수준이며, 칭찬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인색한 완벽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인데, 세상이 변하고 자녀가 생겼다고 하루 아침에 이런 사람이 되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예민한 기질의 소유자로 정서조절을 훌륭하게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이의 정서를 수용하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도록 아이를 지지해주는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기에,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같이 방법을 찾아보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얼마 전 새로운 신발을 샀는데, 그 신발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이야기 하기로 했다. “너도 신발을 벗고 싶지 않은 네 마음이 있듯이, 엄마도 네가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왔으면 하는 엄마 마음이 있어. 너도 네 마음대로 안되니깐 울고 싶지? 엄마도 엄마 마음대로 안되니깐 울고 싶어. 울지말고 말로 해주면 엄마가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하자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신발 신고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서상태가 되었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사람 사는 데 정답이 없듯, 아이와 함께하는 삶에도 정답은 없다.

그저 자신이 완벽한 부모가 아님을 인정하고, 나와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자녀와의 생활에서 갈등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갈등을 행복을 향한 기회로 만드느냐, 불행을 향한 기회로 만드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 이 세상에 갈등이 없는 관계는 없다.
사진
現)행복연구센터 연구원 윤 영
부모 자신이 자기가치를 느끼는 삶의 특정 영역이 있듯, 자녀도 자신의 가치감을 느끼는 자신만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자녀와의 갈등을 행복을 향한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예컨대, 화장을 하고 등교하는 것, 밤 늦게까지 게임하는 것, 이성친구와 교제하는 것,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보다, 자녀가 그러한 행위에서 어떠한 가치를 느끼는지 이해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가짐이 준비되고, 그렇게 시작된 소통의 과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껴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보다는 완벽하지 않은 부모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부모가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완벽한 부모는 자신과 자녀를 모두 불행하게 하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녀를 자녀 모습 그대로 존중하는 부모는 자신과 자녀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의 위시 리스트(wish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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