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비주얼
‘학부모 행복을 말하다’ 이 제목은 내가 학부모 교육이나 특강을 진행할 때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주제가 되어 있다. 2018년은 내가 광신정보산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지 22년째 되는 해다. 서른이 훌쩍 넘어 프로그래머에서 교사로 직업을 바꾸기까지 다양한 진로변경이 있었지만 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사에서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진로교사로서 행복수업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지금 나에게는 가장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 중 하나다.

교직 10년차가 넘어가면서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닌 뭔가 인생의 깊이있는 질문을 던지는 감동적인 교사가 되고 싶었다. 600여시간의 ‘진로진학상담교사’ 부전공 연수로 자신감있게 시작한 나의 교과목은 ‘진로와직업’. 의욕과 자신감으로 시작했던 진로교사로서의 첫 해는 일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예전의 교과목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동적인 가르침에 익숙한 아이들은 생각하기를 거부했고 자신에 대해 들여다 볼 마음의 여유가 없이 진로 수업시간을 힘들어했다.

그 해 겨울 난 우연히 서울대행복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행복수업’ 교사 기초연수에 참여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는 이 슬로건은 온통 내 교육적 가치를 흔들어 놓았다. ‘그래 내가 먼저 행복해야겠어’ 이런 다짐과 열정만으로 2013년 봄부터 행복수업을 시작했고 올 해도 6년째 난 행복수업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아이들과 진로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한 가지를 말하자면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아픔이다. 특히 부모와 자녀와의 상처로 깨어진 관계는 교사도 어찌할 수 없다. 학교에서 행복수업으로 아이들과 좋은 관계로 행복경험을 쌓아나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학부모에게도 행복수업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다행히 학부모를 위한 진로아카데미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어 운영이나 계획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외부강사보다는 내가 직접 아이들과 함께했던 행복수업의 내용을 공개하고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하다’ 는 큰 주제아래 정신없이 삶을 살아내는 부모 세대를 행복수업으로 위로하고 싶었다. 함께 행복을 이야기하면서 그늘져있는 부모님들에게 힘내고 용기내시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싶었다.

학부모를 위한 행복수업은 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아카데미 기간에 1일이나 2일정도 시간을 할애하여 학생들과 같은 주제로 진행한다. 하지만 10개의 주제를 짧은 시간내에 다 할 수 없는 일이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비교하지 않기, 감사하기, 관계돈독하게 하기 등을 각각 2시간 정도씩 진행하는게 전부다. 10개의 주제를 모두 진행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함께 참여하신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참 감동적이다. 단순한 강의를 기대하고 왔는데 오랜만에 오리고 만들고 그리고 하는 작업들을 통해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움으로 수업에 참여해 주신다. 처음엔 서먹하던 분들끼리도 금새 얼굴을 환하게 펴고 웃고 떠들며 서로의 나눔을 통해 행복을 이야기한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었구나,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나봐’ 서로를 위로하며 눈물 바다가 되기 일쑤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행복은 우리 옆에 조용히 자리잡고 다시 행복해 지기로 선택하고 용기내 보자고 학부모들은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한다.

학부모 행복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명호’ 어머니 아버지이다. 지금은 멀리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셨다. 아이가 원치않는 이민으로 자녀와 서먹해 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낯선 땅으로 떠나기를 결정하신 명호 부모님들은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모임에 인사차 들리셨다가 4일의 학부모 교육을 꼬박 참여하셨다. 감사하기를 통해 당연한 것들을 찾아보고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며 아들녀석이 지금껏 탈없이 잘 커준 것에 대한 감사 편지로 함께한 모두에게 감동을 선물하셨다.

사진
부모의 삶 돌아보기, 자녀에게 용기주는 글 쓰기, 감사 표현 하기, 관계 회복 편지, 자녀행복 꾸러미 만들기, 좋은 말 더해가기 등은 학부모 행복수업의 짧은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열심히, 진지하게 진행되어진다.

행복수업을 통해 만나는 학생들이, 학부모가 이제는 성공해야 행복한 것인 아닌 행복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란다. 바쁜 현대인의 삶을 잠시 멈추고 학부모 자신의 행복, 자녀와의 행복을 한 번 더 점검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 학부모 행복수업 프로젝트’라는 행복한 상상이 ‘학부모 행복을 말하다’로 연결되길 희망하면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 행복하니?’

행복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인격체로 만나고, 삶에 대한 좋은 관점과 태도, 습관과 문화들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을 더하고 실천하려는 나는 진짜 행복한 교사가 아닐까?*
광신정보산업고등학교 행복한 진로교사 은혜정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