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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흙을 밟으며 살아야죠!


노원 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이은수
글Ⅰ사진 : 지역상생에디터 이동준


먼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 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Robert Frost_ 가지 않은 길 중>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들이 적게 가는 길, 가지 않는 길은 매력적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을 만족시켜 줄 것 같고, 그 길 끝에 무언가 어마어마한 결과가 기다릴 것만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러나 그 길은 그 대가로 불안과 불편함을 요구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보장된 다수가 선택하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기꺼이 불안과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람들이 적게 가는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이유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려 얼마 전 만난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한다. 지금 만나보자.
사진설명
노원 도시농업네트워크 이은수 대표
안녕하세요. 도시농부 이은수입니다.

안녕하세요. 노원 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이은수입니다. 2011년도부터 도시농업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올해로 6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옥상을 푸르게 만들고 싶어서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도시농업이 가장 적은 자원으로 할 수 있어 시작했는데요. 그 활동들이 이제는 환경, 문화까지 다양하게 아우르는 활동이 되어 정말 재미있고 다양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노원 ‘마들장’이 있기까지..

처음에는 도시농부 몇 명이서 노원 지역에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이야기하다 장터를 열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노원 에코센터에 제안했고, 자금을 지원 받아서 진행해 봤죠. 반응도 좋고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세 번 했더니 서울시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먼저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정기적인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어요. 지역주민들을 위한 축제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수공예품 부스와 도시농부, 지역생산자들을 위한 판매부스로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도시민들이 농민들의 양질의 농산품을 사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분들이 담당하는 부분이 있어서 우리가 편한 거거든요. 그러니 꼭 사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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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마들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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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장에서 진행하는 특별부스

‘지하실 팜’, ‘파이프 팜’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최근에 아파트 지하실에서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하려면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이 공간인데 아파트 지하실은 언제나 비어있거든요. 버섯은 광합성을 하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환경을 제공해주면 잘 자라니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해보니 너무 성공적이라 다른 곳에서도 따라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공간을 찾아보고 그 환경에 적합한 농사를 지어보려고 해요. 파이프 팜도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콘크리트에서는 생물이 살지 못하니 부속품이나 시설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건설자재의 파이프를 가져와 수직 화분으로 만들어 봤지요. 여러 파이프를 연결해 남은 구멍을 막고, 하나가 된 파이프 안에 물이 고이게 하면 굳이 사람이 수시로 물을 주지 않아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져요. 앞으로도 이렇게 인공지반위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가지 않는 길

도시농업분야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 누군가는 함께하거나 뒤따라오니까요. 그렇게 도시농업분야를 확장시켜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렁이가 토양을 기름지게 하듯이 나의 활동을 통해 도시농업분야를 발전시키고 싶어요.

도시농부에서 환경운동가로

식물을 잘 키워보려 도시농부활동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환경운동 분야로 활동이 변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빗물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에요. 사람들이 빗물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인체에 굉장히 유해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비의 산성도는 6.2이고 콜라는 3.5(중성은 7)인데요. 사람들은 콜라는 아무렇지 않게 마시면서 비에 대해서는 산성비라고 경계해요. 이러한 비에 대한 오해들을 개선시키고 빗물을 잘 쓸 수 있는 운동들을 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빗물을 모아서 텃밭에 사용하죠. 또 물에 대한 절약에 관해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독일은 물 사용량이 1인당 150L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82L라고 해요.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한 운동, 법제화를 위한 활동을 하는 거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좋아요

활동하면서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전 없다고 해요. 내가 좋아서 하니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예산에 대한 부분에서도 자유로워요. 어떠한 일을 시작하려할 때 처음부터 돈이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거든요. 그냥 작게 해보면 되요. 내 주머니에서 20만원, 30만원 꺼내서 해보는 거예요. 그러고 나면 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또 우리가 하는 일들이 지역에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에 가치를 알아주며 더 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지원해줘요. 마들장도 그렇게 했고, 텃밭 음악회도 그렇게 했어요. 물론 나 혼자서는 못해요. 우리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어요.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연합으로 하는 거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러 사람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가는 그 길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불안과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느끼지도 고려해본적도 없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아 즐겁게 가보길 바래본다.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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