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사 최현주 선생님은 또다른 행복교사 오진아 선생님이 2011년 행복수업을 진행하며 가르쳤던 제자를 최근 교생 실습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제자들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고 그 중 몇몇은 교직의 길을 꿈꾸어 행복수업의 맥을 이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인연으로 6년만에 다시한 자리에 모인 오진아 선생님과 다섯 명의 제자들의 인터뷰를 여기 소개합니다.
일시 : 6월 17일 오후 12시~1시
장소 :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 지하1층(행복대학 6기 졸업식장)
Q. 선생님과 처음 만났을 때가 몇 년도였나요?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가다영 학생(이하 가): 중2때 처음 선생님을 뵈었고, 중3때 담임이었어요.
오진아 선생님(이하 오): 선생님이 중2때 가르쳤나?
가: 가르쳤어요. 11년이니깐 6년 전 얘기네요.
정은이 학생(이하 정): 저도 11년 2학년 때는 도덕선생님으로 뵙고, 3학년 담임 선생님이었어요. 나머지 2명은 아니고.
Q. 존경하는 스승님이셨나봐요?
가: 고3때는 핸드폰이 없어서……. 고2때 마지막으로 봤어요. 스승의 날에. 학교가 멀어서 다른 친구들처럼은 못 찾아뵙고 스승의 날, 내보내주는 날에 찾아갈 수 있었어요.
Q.
선생님이 정말 행복연구센터에서 전설, 시초이신데 제자들을 또 다시 행복
수업으로 만나시게 되었네 요. 행복수업을 할 때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가: 부끄러운 때였지만, 재수할 때 썼어요. 우울증이 심하게 왔는데 병원 가기에는 시간도 없고, 어떡하지 하다가 우연찮게 어떤 사람이 네이버캐스트에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들어서 한 달 정도 썼어요.
Q. 그래서 위안이 되었나요?
가: 위안도 되고,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Q. 감사일기 외의 에피소드는 또 뭐가 있나요?
정: 감사일기가 제일 기억에 남고, 또 재능 나누기라는걸 했어요. 그냥 쓰면서 끝나는게 아니라 진짜로 친구한테 기타를 배워서 처음 대학교에 왔을 때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공연도 하고, 배웠던게 도움 되었어요.
오: 신기한게 3명은 감사일기를 잘 썼어요. 다영이를 아끼긴 했는데 자존감이 너무 높아서 안 쓴 것같아요. 그래서 그냥 '그래 넌(가다영 학생) 쓰지 말아라.' 그렇게 생각했죠.
한인선(이하 한): 진로 만들기. 열심히 했었죠. 그때는 마케팅이었지만……. 어릴 때 사진도 넣고, 성장과정을 만들었는데 아직도 집에 있어요. 너무 잘 만들어서 버리기가 싫어서. 또 다른건……. 큰상자 만들기?
오: 맞아, 택배 큰 거 오면 상자 버리지 말고 가져오라 했지, 행복교실을 즐길 수 있기 위해 장난감을 채워놓았어요.
오: 악어도 넣고 게임도 넣고, 그런데 택배상자에 들어가라고도 했었나?
한: 진정 좀 하라고.
Q. 너무 재밌었겠네요.
오: 행복교실을 따로 학교에서 빈 교실을 쓰라고 해서 그렇게 썼었어요.
Q. 그래서 그 상자가 기억에 나는 거네요.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할 때 만지기, 공작 수업을 하는데, 그게 기억나서 초등학교에서 활용방안을 생각해봤어요.
Q. (최에게) 무엇이 기억에 남나요?
최하은(이하 최): 감사일기. 시작은 1학년 때부터 했는데 3학년 때 집안에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힘들었었어요. 그 때 꾸준히 써서 지금까지도 쓰고 있어요.
오: 지금도 쓰고 있어서 한 번 찾아서 가져와보라고 했어요.
Q. 겉만이라도 사진을 찍어서 공개를 해도 될까요?
최: 상관없어요. (다이어리를 꺼냄) 이건 1학년 때행복수업에서, 이건 3학년 때 다이어리,
다이어리랑 같이 쓰는 거라. 밑이랑 위랑 이렇게 구분해서 적었어요.
오: 스승의날에 감사하게 찍어서 문자로 보내줬는 데,
제가 엄청 감동했죠..
최하은 학생이 중학교 1학년부터 써온 감사일기장 (일부)
Q. 중2, 중1때 만났는데, 학창시절 행복수업은 어떤 의미였는지,
그 때의 마음을 회상해볼 수 있을까요?
최: 그 당시에는 저희가 행복수업 하는 동안 다른 반은 그냥 영화보는게 부러웠는데, 돌아보니 남는게 더 많은 것 같아요. 대학 면접에도 도움 되고. 학교에서도 전파하고 다니고 많이 추천해줬죠.
한: 편하게 힐링하는 그런 느낌? 교실이 편하게, 재밌게 꾸며져 있고, 수업시간에 놀고 있다가 수업도 듣고.
Q.(정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정: 사실 중학교 때는 바람직한 학생이 아니어서……. 원래 하던 수업이 아니니깐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기한걸 많이 하고, 사랑하는데 필요한 활동들을 다 한 번 돌아보니까 그게 다쌓여서 큰 재산이 된 것 같아요. 친구들과 같이 활동하는게 많아 친해지고 진로도 다시 생각해보고 그런 의미가 있었어요.
가: 담임 선생님이었을 때가 기억이 많이 나요. 행복수업 때도 음미하기처럼 챕터별로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가장 기억이 남는 담임 선생님이에요. 따돌림 당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조금 부족한 아이, 자기 관리도 잘 안되고……. 그 애가 따돌림이 있을 것 같으니 다 같이 목욕탕 가서 놀고
오게 했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Q.아주 훌륭하네요.
오: 외로웠던 친구라 손내밀어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Q.마음이 울리네요.
가: 중3때 고등학교 입시 때, 집안분위기도 안 좋고, 많이 흔들리는 시기였는데, 상담도 잘 해주시고 항상 활기찬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끔 버팀목이 되어주셨어요.
Q.오진아 선생님 상 받으셔야겠네요.
Q.새로 오신 분 소개 간략하게 해주시겠어요?
김효신 학생(이하 김): 김효신, 한양대 정책학과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어 요.
Q.행복수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그때의 기억을 말씀해주세요.
김: 사실 스티커 준다니까, 수행평가 때문에 한건데……. 수행평가로 생각하다 보니깐 효과가 떨어 지고, 관심이 없고. 그런데 하다보니깐 하나의 습관이 됐어요. 감사일기 쓰기, 관찰일기 쓰기도 있었 네요. 활동이 생생히 기억나요. 새로운 경험, 다신 못할 경험이었지요. 제가 고등학교를 좋은 학교를 나왔어요. (일동 웃음) 그런데 거기서도 이런 교육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직 입시 위주로만. 거기서는 또 막상 대학 진학을 위해 인성교육을 하는데, 일회적 차원의 교육이에요. 지속적이지도 못해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이 교육이 많이 보급된다면, 애들 입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 효과를 실감하진 못하겠지만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고, 느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때 도입이 되었으면 좋았겠다, 아쉬움이 남아요.
Q.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 용서하기. 유영철 사건 피해자 부모님이 용서하는 내용의 영상을 시청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저런 쓰레기를 어떻게……. 어릴 때 하지 못했던 생각에 안목, 시야가 트인 것 같아요. 용서하기가 가장 컸던 것 같고, 재미의 측면에서 보면 음미하기 때. 초콜릿 몰래 많이 먹었어요. (웃음)
행복한 기억만 있는 것 같네요.
지금 행복수업을 받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이게 좋다,저게 좋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성장해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듯해요. 성장하시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나요?
최: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문득 이래서 감사하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는게. 쓰면서 그게 놀라워요.
내 스스로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게 놀라워요. 다른 관점이 생기니깐.
한: 그렇게 많이 기억 남지는 않지만, 교사가 될 거니까, 이 수업을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대서 수업을 하는데, 어떤 교사가 될지 생각해나가는 시기잖아요. 저만의 특색이 있는 수업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 행복수업을 모티브로 해서 교실을 구성하게 돼요.
Q.
(정에게) 어떤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나요?
Q.
(가에게) 재수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셨나요?
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는 정말 극강의 행복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항상 긍정적이고 밝고.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힘든 일, 새로운 상황을 많이 겪어서, 한 번 떨어지니 훅 가버리더라고요. 그때 행복수업이 행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바운더리가 된 것 같아요.
Q.
이건 준비한 것 같네요.
Q.
(김에게) 어떤 측면에 도움이 되었나요?
김: 제가 중학교 때는 학업 측면에서 최고라 생각했는데, 고등학교를 가니 돈 많은 학생도 보고 공부 잘하는 학생도 보고……. 저는 제가 당연히 서울대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못가서 그거에 대한 부끄 러움, 두려움이 많아요. 바쁘게 살다보니 행복을 생각할 겨를이, 여유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시간이 많았어요. 여기서 배운 것들이 이제 나이가 먹고 나서 보니 진짜 실생활에서 적용을 안 하면 행복하지 못하게 되는 것들인, 그런 걸 느낀 것 같아요.
Q.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정: 교생 나갔을 때 그 얘기를 한 번 했어요. 행복 수업이 중2때 한번하고 끊겨요, 중3때. 고등학교 때는 기회가 없고, 초등학교에서 선생님 재량으로 수업을 해요. 애들이 그걸 했는데 1년 뒤에는 없어지고, 중학교에도 없어지고, 그렇게 차단시켜버리면 하는 애들만 하는 거고 저희 같은 애들은 기억 속에 묻고 살아가는데. 어릴 때부터, 저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쭉 해나가면 극대화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학년 때부터 시행해야 한다, 그 얘기를 주변에 많이 해요. 회의적인 시각의 선생님도 있어서 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애들 입장에서 보면 하는 게 좋은 듯해요.
Q.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해주시고 싶은 말씀 들어볼게요.
오: 너희들 선생님 되면 행복수업 하고 싶을걸? 교사대상 연수하니깐 이거 받으면 재밌겠다. 그땐 내가 또 특별히 강의를……. (일동 감탄) 저도 행복수업을 하면서 처음에 반신반의하면서 했어요. 도덕교사로서의 의무로 했는데 하다 보니 저한테도 도움이 되고. 저는 지금 휴직을 2년째 하고 있는 데, 하다 보니 행복수업 하던게 리마인드 되면서 스며드는구나. 앞으로 살아가면서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학교 다닐 때, 대학교 다닐 때 각자 다른 선택의 고민이 있는 거고, 거기에 행복수업이 도움이 돼요. 계속해서 나에게 20대의 질문을 하면서 끝까지 갖고 가야 해요.
Q.
두 분께서는 행복수업의 맥을 이어가야 하겠네요.
이번엔 선생님께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볼게요.
정: 궁금한게 있는데, 선생님은 행복대학을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오: 담당 과목이 도덕이었고, 교직생활을 하게 되면서 도덕 책 말고 뭐 없을까 찾다가 하버드에서 행복학이 생기는 걸 봤어요. 우리나라에는 그런게 없을까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데, 서울대학교에서 행복 연구만 하고 있다가 곧 교사 연수를 할 것이라는 기사 내용을 봤어요. 전화를 하니 올 여름에 시작할 거라고. 근데 연락을 안주시더라고요. (일동 웃음) 행복에 대한 느낌이 이거다 촉이 왔죠, 해보고 싶다. 적극적으로. 처음 들어온 시범학교에서 선생님들 다 잘 모르는데도 팀을 짜서 신청해서 행복 수업을 했죠, 그때 정은이가 행복수업 소감인터뷰(2012 여름)에서 말했어요. “전국에 다 했으면 좋겠어 요!”
가: 전 선생님 하는걸 수업이라 안했는데. 후문에는 선생님이 아니라 강사다, 그런 말이 있었어요. 저희가 알고 있는 수업이 아니고, 방과 후 수업도 아니고, 처음 오신 선생님이 수업하시니 강사인줄 알았죠. 저희는 도덕을 선생님한테 안 배웠어요. 저희가 배웠던 도덕은 이런거죠. 인내, 인내란 무엇인 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선생님한테서 그런걸 배우니 처음 보는, 신선한 수업 방식이라
생각했죠.
Q.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하실 말씀이 있나요?
Q.
훌륭하신 분이네요,
오늘 이렇게 보니까 중요하고 훌륭한 일을 하신 듯합니다.
오: 다들 잘 따라와주어서……. 2~3학년을 함께 했으니 실컷해봤죠. 다들 여학생들이라 잘 따라오 고, 잘 하기도 하고.
최: 앞으로 잘 될 것 같아서 그냥 지금도 선생님이 자랑거리에요. 저희 교수님에게도 자랑 많이 하고 그래요. 되게 큰 전환점을 주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