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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문초등학교 조수영마리비안네타수녀



 

입학 후 학교에 온 첫 날.
“수녀님 몇 살이에요?”
“음 120살!”
“진짜요?”
“그럼 그럼.”

다음 날.
“수녀님 몇 키로에요?”
“음 백만키로!”
“진짜요?”
“그럼 그럼.”


이렇게 시작한 1학년 꼬맹이 혜인이와의 인연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2학년 땅꼬마 숙녀가 되었다. 오세암에 나오는 소녀처럼 앞머리에 귀가 보이게 자른 단발머리를 하고 매일 아침 뛰어와 안긴다. 아침 맞이를 하는 기쁨 중의 기쁨이다.

퉁퉁하고 넓직한 배에 볼을 대고 ‘아 포근해. 백만키로 수녀님!’ 하고는 내가 준 축복을 금새 갚아준다. 두 발을 모은 채 까치발을 하고는 두 손을 모아 있는 힘을 다해서 키 큰 내 머리위로 팔을 쭉 뻗는다. 나는 이 녀석 까치발로 애쓰는 모습이 귀여워서 키를 조금만 낮춰준다. 어느 새 ‘교장수녀님, 데따많이 축뽁~!’ 하는 뒤돌아서 달려가는 혜인이를 보면서 생각한다. ‘사랑스러운저 아이의 지금 저 순수한 행복을 어떻게 하면 지켜주고 더 키워줄 수 있을까?’ 혜인이의 일상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행복도 참 크기에 더욱 그렇다. 혜인이처럼 자기도 행복하고 만나는 이들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성품의 비밀은 무엇일까?

아침 등굣길에 혜인이 같은 친구만 있는 건 아니다. ‘가방이 너무 무거워요!’해서 열어본 가방 속에는 내가 들기에도 버거운 두꺼운 학원 영어책에 보조교재까지 가득 들어 있다. 아이들이 가방 무게 때문에 뒤로 넘어갈 지경이지만 맞벌이를 하는 엄마는 아침부터 학원 책까지 챙겨서 학교에 보낸다. 울면서 올라오는 친구는 ‘아침에 늦장 부려서 엄마한테 야단맞았어요.’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표정이 없이 땅만 바라보며 오는 친구들은 특히 마음이 쓰인다. ‘그냥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슬펐어요. 가끔 그래요.’하기도 해서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다.

공개수업 시간에 자기가 대답을 해야 하는데 친구가 먼저 대답을 했다고 큰 소리로 한 참을 우는 친구를 볼 때 난감해 진다. 무엇보다도 친구가 없어서 쏜살같이 일등으로 밥을 먹고 도서실로 뛰어가는 친구도 있다. 자기가 밥을 늦게 먹었을 때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을까봐 그렇게 빨리 먹고 가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한 사람이 풀 수는 없다. 올 해는 우선 내가 한 학년을 대상으로 행복 수업을 해 보기로 했다. 5학년 부장선생님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행복수업 편성이 가능한지 의논했다. 총13회에 걸쳐서 각 반별로 26차시씩 시간을 얻었다. 지금까지 총4회에 걸쳐서 8 차시의 행복수업을 했다. 심화과정을 통해서 열정적인 선생님들께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웹하드에 부지런히 올려주시는 자료들 또한 게으른 나에게는 요긴한 수업자료가 된다. 얼마나 감사한지!

올 1학기에는 자신의 강점 찾기부터 시작했다. 자기 강점 찾기를 하고 난 아이들의 나눔을 들으며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평소에 장난꾸러기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몇 몇 친구들이 자기는 강점이 너무 많아서 뭘 고를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평소에 나무랄 데 없다고 소문난 친구가 자기는 점수가 다 낮아서 강점이 없다고 실망하는 눈치여서 내심 당황하기도 했다. 교사가 바라보는 아이들과 스스로 느끼고 있는 아이들은 때로는 참 차이가 많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자기 강점 찾기를 제일 첫 시간에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하고 난 다음 날 등굣길에 5학년 친구들에게 손 마이크를 입가에 대주며 ‘나의 강점 은?’하고 물었다. 아뿔사……. 이럴 수가! ‘생각 안 나는데요.’하며 휙 지나가는 무심한 친구들 같으니라구. ‘바로 어제 수업을 했는데 글쎄 그걸 기억 못하다니……. 최인철 교수님께서 매 시간 바로 이런 심정이시겠구나.’ 했다. 그래서 2주 뒤에 맞이한 행복수업 시간에 기억을 되살려 꽃잎 다섯 개에 자기가 강점을 적고 바람개비를 만들어 달리기를 했다. 예쁘게 돌아가는 바람개 비를 들고 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의 강점이 꽃처럼 피어나 세상에 퍼져나가는 상상을 하는 것은 참 즐거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행복의 꽃이 활짝 피었다. 참 예뻐 보였다.

신문지로 인간바퀴 만들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특성을 잘 볼 수 있었다. 계획부터 진행의 모든 단계를 모둠원들 스스로 하도록 했다. 모둠 친구들과 협동하면서 자신들의 강점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한 시간이다. 자로 잰 듯이 붙여나가는 잔뜩 긴장한 꼼꼼이가 있는가 하면 너덜너덜 붙이면서도 즐거워하는 여유 만점의 친구도 있었다. 신문지의 두께, 길이, 어떻게 붙일 것인지 방법을 결정한다. 알맞게 테이프를 자르고 견고하게 붙이는 모든 과정이 좋은 공부가 되고 있음을 알았다. 수업을 마치고 소감을 들어보니 모둠 친구들끼리 계속 이야기하면서 만들고 같이 바퀴 안에 들어가서 굴리다보니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좋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선생 님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함께 스스로 하는 것이 많아 훨씬 더 값진 것들을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나눠준 친구들이 있어 감사하다.

애써 붙여둔 신문지가 조금 찢어졌을 때 다시 붙이면 된다며 모둠 친구들을 격려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쭉 찢어버리고는 서로 먼저 찢었다며 싸우는 모둠 친구들도 있었다. 이미 형성된 이두 모둠친구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긍정적인 마음을 지닐 수 있을까? 작은 실수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성품을 기를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강점 찾기에서 시작한 행복수업을 하면서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첫 번째 행복전도사였다는 생각이 스쳤다. 인간을 속속들이 잘 알고 계시는 그분께서 인간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이렇게 간단하게 다섯 개의 단어로 요약을 해 두셨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어린 친구들이 자신을 잘 알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들이어서 행복하길 빈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사랑하고 이웃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데 기여하는 이들로 성장하길 빈다.

나는 아직 서툰 행복교사이다. 그러나 행복한 아이 혜인이의 비밀을 우리 친구들이 행복 수업을 통해서 스스로 찾고 배울 수 있도록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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