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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운중학교 교사 윤미숙



 
수업이 잘 안됐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수업은 잠 못 드는 밤을 만든다. 블록수업 90분 동안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통제하려고 했다. 속도의 차이를 느린 학생들에게 맞추려고 했다. 준비물이 부족한 학생들이 쓸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중2 병을 지나온 아이들 에겐 그들만의 특화된 에너지를 품어 낼 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잠깐 잊었다. 월요일이라 기준 자체가 엄격했음은 또 어쩌랴!

수업이 마음먹은 대로 풀려나가지 않으면 편도체의 과잉 충성으로 악수를 두게 된다. 잔뜩 긴장한 채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만 찍어낸다. 자업자득! 종두득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안다. 잘 알고 있다. 먼저 제대로 못해놓고 힘 겨루기라니 참 못났다. 교사와 학생 사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권력자면서 마음은 버려두고 행동만 억압하려 했으니 KO 패다.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곱게 보이질 않는 아이가 두어 명 있다. 서운함마저 든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되돌아봄은 실종되었고 변명과 논리를 합리화하려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하고. 분위기의 확산은 빛의 속도라 집중하던 학생들의 동요를 유발하고. 어쩌란 말이냐! 고작 16살인 아이들인데. 못난 생각 끊으려 이불을 박차고 나와 컴퓨터 두들기며 셀프 토닥토닥한다.

파울로 그랑종(Paulo Grangeon)의 1600마리 판다 프로젝트로 동기 유발된 멸종 위기 동물 만들 기의 시작은 좋았다. 잘 되는 반은 노동요가 필요한지 떼창이 저절로 나오기도 했다. 리듬 맞춰 몸을 움직이며 열 손가락으로는 신기할 정도로 동물을 만들어 내었다. 신문지를 뭉쳐서 테이프로 고정하여 원하는 동물을 만들어 내면 된다. 처음 경험하는 것은 ‘난 못해!’라는 학습된 기억이 없어 누구든 자신 있게 접근한다. 그런 순간을 함께하는 것은 행복하다.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어깨 뽕을 과하게 세워 올린다.

교사 한 사람이 교실 수업에서 마음을 살펴야 하는 것은 삼십 여명이다. 행복수업 초창기에 행복 연구센터의 모니터링을 받은 경험이 있다. 〈4장 비교하지 않기〉를 주제로 했었다. 행복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행복수업 컨설팅을 받고 싶었다. 여기저기 학부모대상, 교사대상 강의를 하고 다니던 때라 자신감도 있었다.

객원연구원은 되지 못했다. 5분 정도 행복수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만 주어졌을 뿐. 그때 수업한 자료를 묶어서 제출했더니 우리 청 행복수업 연구대회에서는 상을 주었다. 계속된 자료를 모아 작년 에는 자유학기 수업 실천사례로 상과 상금도 받았다. 더욱 궁금했었다. 객원연구원은 왜 될 수 없었을까?


행복대학 4기 시절이었나 보다. 우연히 답을 찾았다. 홍영일 교수의 수업에서 “일대 삼십이지만그 와중에도 일대 일 수업하시는 분을 우리는 객원연구원으로 모시고 있다.” “지금 수고하시는 객원연구원분들이 다 그렇게 수업을 하시는 분이시다.” 그 순간 전율했다. 일대 삼십이 함정이었구나! 일대 삼십으로 말하고, 웃음 주려하고,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했지 면대 면 고민이 빠져 있었구나! 울림이 있었고 요즘 아이들은 일대 일이 아니면 자기에게 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속상해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아이가 위의 수업에서 “울라프 만들어도 돼요?” 울라프가 눈사람이면 어떠랴. 멋지게 만들었다. 화판의 앞 뒷면을 그려야 하는 모둠수업에서 자신의 차례를 오래 기다리던 아이를 위하여 화판을 세워 양면을 색칠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더니 두 녀석이 엄지 척을 했다. 준비한 테이프를 다 쓰고 빌려달라 못하고 보호색을 드리운 아이에게 건네준 테이프는 아이를 살려 놓았 다. 그러고 보니 늘 그냥 하던 것이었고 일대 일은 가까이 있었다.

학기 초 재미있게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생활과 직결되는 미술시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행복수 업과 융합시켜 우리 학교 3학년의 문화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다짐했었다.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고늘 고뇌하며 실천해 나가려 애쓰고 있다. 토닥토닥! 으쌰으쌰! 셀프 응원을 하며 풀잎처럼 다시 일어선다. 결국 오늘 밤 같은 날의 반복이다.

이렇게 자가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은 행복연구센터가 아낌없이 주는 것들에 있다. 행복수업 기초워크숍, 심화워크숍, 교사행복대학의 반짝이는 강좌들! 그리고 행복수업연구회 교사들이다. 날이 갈수록 서로의 힘이 연결되어 큰 힘을 만들어 상생하고 있다. 전국에서 달려오는 연구회 선생님 들의 열정은 놀랍다. (사)행복가교의 출항을 위해 헌신하는 실행위원들과 이사진들의 수고도 존재의 기쁨을 안겨준다.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음이 신나고 뭐든 도움이 되고 싶은 의욕이 하늘땅만큼 넘쳐난다.


이제 충전이 끝났다. 수업의 달인이 아닐지라도 좋은 수업을 위하여 고뇌한다. 수행평가 마무리하고 행복수 업을 시작해야할 때다. 전공수업보다 행복수업이 두려운 것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나의 행동이 일치하는가 하는 것에 있다. 교과서와 수업이 아니라 교사의 일상 모습에서 전파될 행복이 더 빠르고 쉽고 견고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잠 못 드는 난 아이들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마법이 약간 필요하긴 하지만 좀 괜찮은 대한민국 교사다. 아니 괜찮은 대한민국 교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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