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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와의 대담

경영학과 BK21 지속가능 기업가치 교육연구단 연구자의 최근 연구를 소개합니다.
저자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중요 쟁점과 배울 점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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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소통 이대로 괜찮은가?
고객과 구성원의 발언과 침묵에 대한 대담

대담: 김상희 교수,최용득 교수, 김경애 박사, 박연지 조교

발언과 침묵에 관한 두 연구자의 논문

김상희. (2020). 서비스 실패상황에서 서비스종업원지원인식과 고객침묵의 관계에 관한 연구.

융합정보논문지. 제10권, 제12호, pp. 256-265.

김상희. (2019). 친밀한 침묵의 영향에 관한 연구: 서비스실패상황에서 유대강도와 고객의 친사회적 침묵, 친사회적 발언의 관계.

마케팅연구 제34권, 제4호, pp. 1-27.

김상희. (2017). 서비스실패상황에서 고객침묵이 관계의 질에 미치는 영향.

고객만족경영연구, 제19권, 제4호, pp. 17-37.

김상희. (2016). 침묵은 금? 고객 침묵,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고객의 또 다른 메시지.

경영학연구, 제45권, 제2호, pp. 557-592.

최용득, 조영삼. (2021). 조직구성원의 리더에 대한 조망수용과 감성지능이 발언행동에 미치는 영향: 발언에 대한 자기효능감의 매개역할.

인사조직연구, 제29권, 제1호, pp. 1-24.

최용득, 조예슬, 이동섭. (2019). 리더 유머와 구성원 발언 행동: 촉진 조건과 과정에 관한 연구.

인사조직연구, 제27권, 제2호, pp. 125-149.

최용득, 이동섭. (2017). 발언행동의 개념적 검토와 분석.

인사조직연구, 제25권, 제2호, pp.129-157.

들어가는 글

최용득 교수는 인사조직 분야에서 조직구성원의 발언과 관련해, 김상희 교수는 마케팅 분야에서 고객의 침묵과 관련해 각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직의 외부와 내부를 대표하는 중요한 두 이해관계자인 조직구성원과 고객의 발언과 침묵을 주제로 오늘날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조직소통에 대한 대담에는 BK사업단의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박연지 조교도 함께 참여하였으며 지문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최용득교수

오늘 함께 조직소통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신 김상희 교수님, 그리고 김경애 박사님, 박연지 조교님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발언과 침묵으로 상징되는 조직의 소통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김상희교수

지속 가능한 기업경영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는 침묵보다는 불평이 대세였어요. 소비자가 불평을 해야지만 거기에 대해서 서비스 실패를 해결하는 서비스 회복이 가능하거든요. 이때 기업이 서비스 회복을 제대로 시켜주면, 기업은 소비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충성도보다 더 큰 충성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불평을 관리하는 게 대세였어요. 이러한 것을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라고 하는데요. 그 때문에 기업은 ’불평관리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불평을 관리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일련의 자료를 조사해 보면 20% 미만이 불평하고 나머지 80% 이상은 침묵하고 있는 점이에요. 그런데 기업은 고객의 침묵을 고객이 만족한다고 착각을 하거나 불만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80%에 해당하는 고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침묵의 동기나 침묵의 이유, 이것에 대해서 알게 되면 고객의 생각과 바람 혹은 불평과 불만을 해결해 나가면서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지요. 저는 이런 발언과 침묵을 이해하는 것이 고객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에서 흥미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용득 교수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Hirschman(1970) 1) 이라는 학자가 기업경영에서 발언이 왜 중요한지를 제시했던 책이 생각납니다. 그 책에서 저자는 발언이야말로 퇴보하거나 쇠락하는 기업에게 ‘회복의 기제(repercussion mechanism)’가 될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고객과 구성원의 발언이야말로 기업의 문제를 알리고 소비자의 불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기업의 장수와 관련해서 발언이라든가 침묵에 대해서 뭔가 큰 의미를 줬던 책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발언과 침묵이라는 소통의 방식은 더 중요한 맥락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먼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그리고 새로운 혁신과 창의적인 IT 기업이 전체 산업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기업들에서 기업경영에 필요한 혁신과 변화를 위한 핵심적인 정보는 서비스 접점 혹은 역량을 가진 구성원이 더 많이 가지고 있게 되었습니다. 지식의 다양성과 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직무 기술서에 적힌 내용이 현재에는 유효하지 않은 내용이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하려면 그 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무를 폭넓게 해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발언해서 정보를 위로 올리고 지원을 받아 변화를 주도하는 것입니다. 옛날처럼 경영진에서 하향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세상이 온 것이지요.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고객의 불평과 불만도 가장 가까이에서 제일 먼저 파악하는 사람은 바로 서비스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침묵하면 고객의 이야기도 위로 전달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고객서비스에 대한 제안도 사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상희교수

고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비스 이용이나 제품 사용의 당사자이므로 문제와 개선점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지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문제를 잘 알지만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다가 다른 브랜드로 이동하게 되면, 해당 기업은 고객이 경험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계속 잘못된 길로 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그런 것들이 누적되다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최용득 교수

공감합니다. 오래전부터 소비자의 목소리는 정말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적극적인 대응이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소통의 환경이 정말 크게 변한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소비자와의 소통 실패의 임팩트도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SNS라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전방위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잖아요.

김상희교수

맞습니다. 온라인으로는 그게 가능하지요. 오프라인 구전을 넘어 온라인 구전은 면 대 면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친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익명성으로 이루어지고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훨씬 크지요. 그러니까 이제는 기업이 고객의 불만족 사항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준비를 하거나 선제적으로 고객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불평을 끌어내는 게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이 불평관리시스템을 관리하려고 노력을 상당히 많이 해요. 고객이 불평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 80%나 되는 다수의 고객들이 기업 측에게 불평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야기해 봤자 변화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라는 체념적 침묵도 있고, 불평을 말하면 부정적 피드백을 받거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방어적 침묵도 있으며, 친한 사이의 경우 관계 유지 차원에서 발언하지 않는 친사회적 침묵도 있습니다. 방어적 침묵과 체념적 침묵은 부정적인 침묵으로 볼 수 있지만, 친사회적 침묵은 긍정적 침묵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소비자행동 측면에서 친사회적 침묵이 긍정적 침묵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친사회적 행동에 속하는 친사회적 침묵 역시 소비자 행동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친사회적 침묵은 조직구성원이든 서비스 종업원이든, 상사 혹은 고객과의 사회적 유대 관계 때문에 침묵할 수 있거든요. 문제가 무엇인지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침묵하는 겁니다. 침묵의 동기가 이타적이라는 점에서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를 알릴 기회가 사장된다는 점에서 기업에게는 결코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지요.

마케팅 측면에서 이러한 친사회적 침묵을 생각해 보면 고객관계관리(Comsumer relationship management), 즉 CRM에 시사하는 바가 있어요. CRM은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 서비스 접점에 있는 직원과 고객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 친밀함을 유지하고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고객이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 고객은 문제를 발견하고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게 되거나 입을 닫아 버리게 된다는 거예요.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기업에 대해 문제를 이야기하면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직원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되지요. 즉,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기업에 이야기하면 그 직원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입을 닫게 되고, 직원한테 얘기하자니 자신이 이렇게 지적을 하면 기존에 맺어왔던 좋은 관계가 잘못될까 봐 침묵하게 됩니다.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즉 친밀한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도 문제가 있을 때 고객이 이야기할 수 있게 유도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것이지요. 저는 침묵과 발언에 관하여 상충하는 욕구에 대해 기업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이 불평에 대해 발언하더라도 직원과의 관계가 손상되지 않고, 관련 직원 역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고객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용득 교수

조직의 내부를 들여다보더라도 ‘구성원들은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왜 발언을 안 할까? 왜 침묵할까?’와 같은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연구가 여기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요. 조직의 리더들은 이런 하소연도 합니다. 부하들에게 편하게 무슨 이야기든지 하라고 해도 발언을 안 한다는 것입니다. 왜 안 할 거 같아요? 왜 안 하세요? 여기 계신 박연지 조교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학생일 때 혹은 지금 업무를 하면서 문제나 개선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계시지요?

박연지 조교

상사나 어른들(교수님들)께 이야기하기가 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씀을 드려도 바뀌는 게 없을 것 같아서요.

최용득 교수

지금 말씀하신 짧은 문장 속에 발언하지 않는 이유가 다 나와 있어요. 말을 하기가 심리적으로 불편하거나 문제아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반을 둔 심리적인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의 부재와 말을 해봤자 안 바뀐다는 무익함에 대한 고민(futility concern)을 말씀하신 것 같아요.

김상희교수

침묵으로 보자면, 그게 방어적 침묵과 체념적 침묵인 것이지요.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조직에서는 발언의 대상이 나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사람에게는 이런 두 가지 심리적 안정감 혹은 무익함을 놓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고객의 경우에는 사실 다른 측면이 있어요. 조직구성원과 달리, 발언하는 고객은 ‘내가 갑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쪽이 더 힘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심리적 안정감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까 김상희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직원과의 관계가 밀접한 고객이라면 의도적으로 다른 곳을 선택하지 않는 한, 지금 상대하는 직원에게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마음이 분명할 텐데요. 그렇다면 직원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의 부재보다는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침묵할 것 같기는 해요. 반면에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별달리 느끼지 않는 제품이나 기업에 대해서라면 고객은 그냥 말하지 않고 다른 대안이나 기업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김상희교수

그러니까 고객이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조직원들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이 더 흔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지요. 사실 불만이 있으면 다음에 안 오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인 겁니다.

최용득 교수

고객에게는 서비스 대체라는 그런 옵션이 있군요.

김상희교수

그렇지요. 고객에게는 대체안이 너무 많은 거예요. 고객이 기업에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얘기하는 것도 시간과 에너지 투입이에요. 그러다 보니 발언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비교해 보면 ‘그냥 다른 데 가는 게 낫지. 굳이 내가 여기에서 얼굴 붉히면서까지 직원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최용득 교수

말씀을 듣고 보니, 발언과 침묵이 조직 내부의 직원과 조직 외부의 고객에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조직의 구성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맘에 안 든다고 쉽게 조직을 그만두고 이탈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고객은 발언하기보다 떠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김상희교수

네, 고객은 조직구성원보다 이탈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지요.

최용득 교수

이탈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발언을 못 하는 것과 이탈이 쉬워서 발언할 필요가 없는 상황,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탈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발언을 촉진시킬지, 조직 외부에서는 이탈이 쉬운 상황에서 어떻게 발언을 유인할지에 대한 차이가 있으면서도 각각 중요한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요즘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하나 들자면, 밀레니얼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대요. 즉, 상대적으로 발언을 하고 조직을 떠나거나 다른 서비스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밀레니얼 세대를 보니까 직장에 구속되기보다는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최용득 교수

발언과 침묵의 문제를 밀레니얼 세대와도 연결해 볼 수 있겠네요. 한 연구에 따르면, 조직구성원 중 어차피 떠날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발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거든요. 어차피 이탈할 생각이니 잃을 게 없이 속 시원하게 말하고 가겠다는 것이지요. 사표를 가지고 가서 과장한테 딱 던지고 한마디 하는, 그런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그런데 만약 밀레니얼 세대가 그런 경향이 높다고 한다면,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 관리가 조직에서 상당히 중요해지는 상황이에요. 할 말은 하는 세대의 경향성을 생각하면, 조직에서는 어떻게 일탈을 동반한 발언이 아닌 일상의 운영에서의 소통의 장을 만들 것인가를 좀 더 빠르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중소기업에서도 이런 문제가 많이 불거지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세대가 취업하고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 되면, 해결을 위해 부딪치기보다는 다른 직장을 찾아 바로 떠나는 것이지요. 조직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자기가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요.

김상희교수

소비자의 선택과 매우 비슷한 점이 있어요.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MZ세대에 속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기업에 대한 소속감이 크지 않으며 무엇을 바꾸거나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떠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김상희교수

조직에서 침묵의 여러 요인을 살펴보면, 조직문화나 조직 분위기, 구성원들 간의 관계, 일에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 상사와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관계된다고 할 수 있지요.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러한 것을 경험하고 판단하면서, 만약 그것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바로 반응을 하는 겁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의사소통이 월등히 빠른 세대잖아요.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조직구성원들은 소통이 더 강한 세대이고, 문제를 참고 견디는 건 또 잘 안되고요. 일과 소비에서 모두 자유롭게 말하고 삶을 즐기려는 욕구가 강하지요.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문제는 조직이 닫혀 있고 소통이 안된다면, 구성원들은 조직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그 소통의 결핍을 다른 곳에서 채운다는 점에 있습니다. 기업에는 안 좋은 방향으로요. ‘블라인드 앱’이라는 것을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이 씁니다. 회사에 재직한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만이 회원이 될 수 있으며, 이들은 여기에서 익명으로 자신들이 느끼는 회사의 문제, 상사의 문제, 복지, 문화, 성과평가, 직무에 대한 문제 등등 회사의 모든 것들에 대해 털어놓고 신랄하게 비평합니다. 즉, 조직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그럴 것이라 믿게 되면, 조직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즉 제삼자에게 구전하는 것처럼 다른 곳에 이야기합니다.

최용득 교수

그러니까 발언을 하되 회사에는 안 할 뿐, 쉽게 공유될 수 있는 다른 곳에서는 하는 것이네요.

김상희교수

소비자 행동도 마찬가지예요. 기업에 직접 하지는 않지만, 뒤에서 하는 거예요. 떠나가면서 부정적인 구전까지 하는 것이지요.

최용득 교수

요컨대,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고객과 구성원은 기업에 안 할 뿐이지 인터넷에 한다고요. 이런 현상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발언은 조직을 위한 기능적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다.’ 이렇게 말이지요. 민주주의가 성숙해질수록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 발언의 의미는 중요하잖아요. 부속품이 아닌 이상 의견을 제시하고 문제를 알리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논하기 전에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상희교수

잘 알고 계신 것처럼, 사람들이 뭔가 억누르는 게 있으면 그것을 풀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인터넷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지요. 마치 대나무밭에 가서 하소연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러면 어떤 고객들이 기업에게 직접 발언을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생기는데요. 제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심리적 주인의식이 높은 고객, 그리고 기업 혹은 브랜드에 대한 관계 품질과 같은 요인들이 발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적 주인의식은 법적인 소유와 상관없이 대상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심리적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상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자기가 잘 가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좋은 쪽으로 이야기해 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으로 건설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지요. 고객도 마찬가지로 기업이나 브랜드를 자신의 것처럼 여기게 되면, 더 잘되게 하려는 마음에서 좋은 정보나 해결안, 아이디어나 충고 등을 제시하게 되는 됩니다.

그 다음으로 브랜드 관계 품질(Brand Relationship Quality, 이하 BRQ)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가 없는데요. 브랜드 관계 품질도 고객발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에는 HOT BRQ와 COLD BRQ가 있는데, 이것은 소비자 중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해 줘요. HOT BRQ는 사실 굉장히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해요. HOT BRQ를 설명하는 이론이 ‘사랑의 삼각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사랑은 친밀감(intimacy), 몰입(commitment), 열정(passion)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세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지요. 고객은 브랜드에 대하여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있으면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소비자 행동에서는 지금까지 불평만 발언으로 다뤄왔어요. 그런데 사실은 발언이라고 해서 불평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조직에서 이야기하는 건설적인 발언도 있지요. 불평을 소비자가 자신의 보상이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기적인 측면에서 하는 발언이라고 한다면, 건설적인 발언은 기업의 지속적 개선을 위한 배려적 발언인 셈이지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 HOT BRQ가 높은 고객이 주로 건설적, 배려적 발언을 합니다. 즉, 친밀감도 있고, 열정도 있고, 어떤 기업에 대한 몰입도 있는 고객들이 주로 배려적 발언을 하게 됩니다. HOT BRQ와 달리 COLD BRQ는 자기중심적입니다. 만족이나 신뢰 등, 자기가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과 관계됩니다. COLD BRQ가 높은 고객의 경우, 만약 어떤 제품을 샀는데 거기에서 자신이 이득을 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만족과 신뢰가 낮아지고, 다음에 다른 브랜드로 갈 가능성이 높아져요.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물건을 샀을 때 얻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얻지 못했을 경우 브랜드 전환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결국은 고객이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해 자신의 것처럼 애정을 가져야 건설적인 발언을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최용득 교수

저도 주인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격하게 공감합니다. 하지만, 사실 요즘 기업의 구성원들이 기업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이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 세대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져요? 주인이어야지만 내 것처럼 생각하고 말을 할 거 아니에요.’라고 말이지요. 또한 조직구성원으로서 발언을 하면, 조직은 이 점에 대해 문제나 지적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즉, 요즘 세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기가 이야기를 했는데 회사가 안 받아준다는 것은 자신이 그 회사의 주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석하게 되는 것입니다

김상희교수

구성원들이 심리적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상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조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해요. 그것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힘들다고 봐요.

최용득 교수

이와 관련해서 또 이야기기해 보고 싶은 주제는 좋은 발언과 나쁜 발언이 따로 있는지에 대한 문제에요. 아까 교수님도 잠깐 말씀하셨지만, 발언 자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발언과 나쁜 발언으로 분류하려는 흐름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발언에 대해서는 조직에 역기능적이며 부정적으로 보는 접근이지요. 조직이 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며 제기하는 의견은 나쁜 발언이라고 보는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과연 발언 자체가 나쁘고 좋은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다 보니 발언의 태도나 형식에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발언의 내용에 주목해 거기에서 어떤 문제나 아이디어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마케팅에서 보면 고객의 불평 중 나쁜 불평이 있나요?

김상희교수

저는 기업이 고객의 불평을 두고, 그것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모든 고객의 불평 자체를 가치 있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면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아이디어로 여겨야 한다고 봅니다.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그런데 그 불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게 불평이나 실패에 관한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럽게 그것을 이용하는 그런 심리들이 있는데요. 흔히 블랙 컨슈머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걸 구별하려고 하는 거예요. 부정적인 어떤 해를 끼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사람인가를 구별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김상희교수

블랙 컨슈머가 있긴 한데 기업이 이 문제를 불평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그런 접근이 고객을 침묵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설령 블랙 컨슈머가 있다 하더라도 그거를 참작하고 그냥 고객의 불평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카드 같은 경우에는 통곡의 벽이라고 하는 것이 있어요. 이게 뭐냐면, 회사 본사 로비에 큰 전광판을 세우고 고객 불평을 모두 올려놓고 직원이 다 보게 해요. 잘못된 서비스 때문에 얼마나 고객이 고통을 받는가를 모두 다 볼 수 있게 한 것이지요. 그게 통곡의 벽이거든요. 이와 같이 고객이 자신의 입맛에 짜면 짜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떤 불평을 말하더라도 고객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블랙 컨슈머가 있긴 하지만 사실 대다수가 아니고 소수이기 때문에 모든 고객의 불평은 중요한 정보라 생각하고 접근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최용득 교수

그래서 사실 조직문화가 중요한데요. 조직의 구성원이 발언을 했을 때, 조직이 어떤 반응과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발언을 시도한 구성원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조직이 발언을 좋은 발언과 나쁜 발언으로 구분하려고 하거나 평가하려고 한다면 구성원들은 자기 검열처럼 더 보수적으로 발언하게 되고 침묵으로 이어질 것 같아요. 아까 교수님이 하신 말씀처럼 통곡의 벽의 경우, 자신들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어떤 신호라고 생각되거든요. 조직에서도 이런 태도를 견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박연지 조교님이 MZ세대시니까 묻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발언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 젊은 세대들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박연지 조교

일단 저의 경우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상급자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부정적이거나 화를 내는 반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요. 무엇이든 이야기해 보라고 해 놓고는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는 이야기를 하면 바로 안색이 변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해요. 좋은 이야기가 아닌 것은 하지 말라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에 그래요. 예를 들어, 어떤 의견을 제시하면, 팀장은 그 의견을 듣고는 왜 진작 말하지 않고 이제야 이야기를 하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입니다. 친구는 그런 상황을 겪은 이후로 이야기를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최용득 교수

교수님께서 아까 통곡의 벽을 말씀하시니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 제가 들은 이야기 중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었던 사례가 있는데요. 이를테면 가짜 소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업은 소통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익명게시판, 익명 불만 및 고충처리제도 등등을 만들어 두고는 이런 제도가 소통을 장려한다고 믿고 대내외적으로 자랑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정말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구성원들은 익명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이야기하지는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진심으로 소통을 하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공개하고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개선하고 어떤 변화를 추진하려면 그렇게 익명으로 해서는 신뢰하기도 어렵고 후속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구성원이 어떤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분위기라면 우리 조직에서는 발언을 양성적으로 환영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실제로 소통이 잘 된다고 믿는 기업의 내부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건물 복도의 전등 교체나 화장실 고장 문제 등 시설에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만 가득하다고 합니다. 사실 익명게시판이 이런 의견을 공유하자고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

김상희교수

그러고 보면 조직문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관건이지요. 우리 사회가 다소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진 편인데,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용득 교수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어떤 기업이 있을까 싶은데, 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리더십 분야에서는 겸손이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옛날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 의미의 겸손, 즉 군자로서의 겸손 같은 게 아니라 리더가 겸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실수나 지식의 부족 같은 것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사실 요즘처럼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리더가 구성원보다 더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잖아요. 빅 데이터의 활용이나 고객의 최근 트렌드 같은 것은 오히려 그 일을 담당하는 구성원이 더 많이 알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위계와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모르는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구성원에게 물어보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김상희교수

조직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나 절차를 잘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구성원에게 심리적 주인의식을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적으로 기업이 소통의 프로세스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것 말이지요. 고객이 불평할 때마다 담당자 선정이나 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로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 절차, 상호작용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서비스 회복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결과, 절차, 행동에 대한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어떤 불평을 할 때 기업이 어떻게 회복을 시키고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를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고객의 불만과 불평이 있을 때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 기업이 어떻게 해줄 것인지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내부의 직원이나 고객의 입장에서는 혼란이나 실망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그런가 하면, 어떤 기업은 끝까지 불평을 못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운영하기도 해요. 불평 한마디 쓰려고 해도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르게 복잡한 경로를 제공해요. 고객이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죠.

김상희교수

백화점의 경우 고객상담센터 같은 곳이 있죠. 보통 여기는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비스가 불친절할 때 고객이 찾아와서 해결을 요청하는 곳이지요. 그런데 보통 이 고객상담센터는 정작 고객이 제일 찾기 어려운 맨 위층 구석에 있는 경우들이 있어요. 1층 제일 중요한 자리에 상담센터가 있으면 고객이 언제든지 올 수 있을 텐데요. 기업에서는 방어 기제가 있어서 누군가가 불평하면 그 자체가 불편하잖아요. 기업은 제도를 운용하더라도 과거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두면 변화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기업들이 불평관리시스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서 불평해 달라고는 하지만, 많은 고객들이 불평하지 않은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발언할 기회를 계속 주고 발언에 대한 어떤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발언했을 때 이런 변화나 효과가 있구나’라는 것을 계속 경험하게 되면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되니까요.

김상희교수

맞습니다. 우리 기업이 현재 고객의 발언으로 인해 어떻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발언을 더 많이 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발언이 소중하게 취급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발언이 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가를 알게 된다면, 그 사실이 진짜 심리적 주인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지요. 고객이 심리적 주인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고객이 기업을 자기 것처럼 여긴다는 말이거든요.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제가 중간고사 때 자체적으로 수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의견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지요. 코로나로 제가 비대면을 하니까 학생들은 줌이나 실시간 강의에 대한 것을 포함해 다양한 건의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따로 제작한 영상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요구에 맞게 조정은 했는지, 조정이 어렵다면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거든요.

김상희교수

그렇게 해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사실 제가 그걸 생각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어쩌다가 우연히 보게 된 홈쇼핑 프로그램에서 그런 A/S 프로그램을 운영하더군요. 일주일간 팔렸던 상품 중에서 A/S 요청이 들어온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불평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고객에게 감사의 선물도 주는 내용이었어요.

김상희교수

이제 모든 기업이 소비자든 조직구성원이든 이런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용득 교수

이제 긴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누었던 것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고객과 구성원 간의 소통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조직을 꾸려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소비자의 발언이 구성원에게 전달되어서 다시 그 구성원이 소비자의 의견을 조직의 상층부에 전달하는 경로의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 말입니다. 고객으로부터 서비스 접점에 있는 구성원, 그리고 조직 위로 의견이 전달되는 경로가 사실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많은 서비스 기업들은 그 접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을 어떻게 보고 대우하고 있을지에 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많은 서비스 기업에서는 접점에 있는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채용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조직소통의 중요한 연결고리라는 인식을 못 해서 직무 안전성도 낮고, 주인의식도 기대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일을 맡기는 상황입니다. 자신이 잠깐 있다가 가는 사람으로 대우받고 있다면 굳이 변화에 필요한 문제나 문제를 알릴 필요가 없겠지요. 순간만 모면하면 더 편하니까요. 고객 불만의 전달이 직원에게서 끊기는 셈입니다.

김상희교수

맞아요. 고객이 서비스 접점에 있는 직원에게 이야기를 하면 제대로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거기에서 막혀버리게 되면 고객 불만은 의사결정 라인이 있는 곳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 문제를 한 걸음 더 들여다보려면, 외부 마케팅하고 내부 마케팅의 연결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고객과의 서비스 접점은 외부 마케팅, 종업원하고 기업하고는 내부 마케팅인데요. 외부 마케팅을 내부 마케팅으로 연결해서 기업이 종업원을 통해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듣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려면 기업과 종업원의 소통이 원활해야 하고, 종업원과 고객의 소통이 원활해야 합니다. 기업, 종업원, 고객의 소통이 원활하면 기업은 종업원의 현장경험을 통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또 다양한 고객정보도 듣게 됩니다. 이렇게 하게 되면 더 좋은 방안도 세울 수 있고, 사전에 고객불만사항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있게 됩니다.

최용득 교수

그럼 마무리로, 기업에 주는 제안이나 시사점을 한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김상희교수

충성심을 넘어서 심리적 주인의식을 만들어 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인의식은 기업이 고객을 주인으로 대접할 때 더 강해지거든요. 주인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기업이 고객의 발언을 얻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고객이 자신을 진짜 주인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김경애 학술연구교수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침묵도 의사소통의 한 부분이잖아요. 말을 안 하는 행위 역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요. 말을 안 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박연지 조교

저는 회사에서 구성원의 발언을 촉진하려면, 첫 번째로 ‘화 안 내기’, 두 번째로 ‘인정해 주기’, 세 번째는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기’라고 생각합니다.

최용득 교수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침묵도 두렵고, 발언도 두렵다고 느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진짜 소통을 하려면 어떤 것도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교수 평가에 대한 판도라의 박스를 열고자 한다면 각오를 해야 합니다.

김상희교수

기업이나 리더도 그만한 각오를 해야지만 소통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으로도 그런 각오가 없으면 좋은 것만 취하게 되더라고요. 심리적 편안함을 위해서 좋은 것만 취득하게 되는데, 그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들지요.

1)

Hirschman, A. O. 1970. Exit, voice, and loyalty: Responses to decline in firms, organizations, and state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