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경영 연구
경영학 분야에서 최근 수행된
흥미로운 연구 성과를 소개합니다.
학생 연구원이 내용을 정리하여 시사점을 독자들과 나눕니다.

제목이 반이다1)

임정대 박사(BSV 학술연구교수),
jdyim@jnu.ac.kr

Yi Ranfang(박사과정, BSV 교육연구단 학생연구원)
yeumbang720@naver.com

2020년 박찬욱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업적을 달성하였다. 비단 박찬욱 감독뿐 아니라 한국의 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많은 영화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흥행이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한국 영화에 맞는 영어 제목을 짓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박쥐”가 해외에서는 “A bat”가 아닌 “Thirst”로 번역된 것처럼 한국에서 상영된 영화 제목과 해외에서 상영된 영화 제목이 왜 조금씩 다른가 하는 것이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관계자들은 왜 영화 제목을 번역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는가? 본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논문은 이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문화상품(cultural products)2) 문화상품이란 문화를 이용하여 공연, 시각예술, 미디어 등의 형태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이든 여타 상품이든 해외시장에 진출시킬 때 그 상품의 브랜드 이름(brand name)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본 논문의 저자들은 의류나 전자제품, 자동차 등과 같은 비문화상품(noncultural products)과 달리, 문화상품의 브랜드 이름을 심사숙고하여 번역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첫째, 소비자는 문화상품을 구매하기 전 다른 소비자들의 이전 구매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국내시장이든 해외시장이든 동일한 줄거리의 영화 또는 소설일지라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 또는 평가는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이러한 감정 또는 평가와 같은 내적 단서보다는 브랜드 이름과 같은 외적 단서(extrinsic cues)를 통해 문화상품을 구매하고자 의사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브랜드 이름은 외적 단서로써 문화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아주 중요하다.

둘째, 비문화상품은 비교 대상이 명확하기 때문에 유사한 집합 내 비교를 통해 해당 상품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A사가 출시한 전기 자동차와 B사가 출시한 전기 자동차 간에 성능이나 내구성, 유지보수 비용을 따져가며 어떤 회사에서 제조한 전기 자동차를 구입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상품, 특히 영화는 그 나라의 문화 또는 전통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국내의 문화 또는 전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해외 관객은 해당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이러한 감정 또는 평가와 같은 내적 단서보다는 브랜드 이름과 같은 외적 단서(extrinsic cues)를 통해 문화상품을 구매하고자 의사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브랜드 이름은 외적 단서로써 문화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아주 중요하다.”

셋째, 비문화상품은 꽤 오랜 기간 동안 판매된다. 이에 기업은 해외에서 비문화상품의 원래 브랜드 이름(original brand name)을 내걸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툴을 확장시켜 판매량을 늘리는 장기적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상품은 비문화상품과 비교할 때 그 수명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다. 예컨대, 덜 흥행된 영화는 길어야 6주 정도만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점진적 판매량 증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서 문화상품의 브랜드 이름을 적절하게 번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들은 중국 영화시장에 진출한 할리우드 영화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브랜드 이름의 유사성(similarity)이 높아질수록, 또는 번역된 제목이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줄수록 중국 박스 오피스의 수익이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즉, 원래 브랜드 이름과 유사하게 번역되는 것은 해외시장에서 영화에 대한 관객의 선호도가 빠르게 형성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한다. 이는 영화의 수명 주기가 대체로 짧아 빠른 시간에 관객에게 콘텐츠가 홍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본 논문의 결과는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소비자 간에 존재할 수 있는 문화적 격차(cultural gap)를 좁힐 수 있는 번역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해외시장 소비자는 국내시장 소비자에 비해 국내의 역사 또는 전통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문화적 격차를 줄여 문화상품의 문화적 배경을 해외시장의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번역된 브랜드 이름에 보다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문화상품을 생산, 소비하는 행위가 국가 또는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현 시기에, 이 논문은 문화상품 산업, 국제 마케팅 분야의 기업에 브랜드 이름을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1)

마케팅 분야 최근 연구 논문을 요약한 내용이다. Gao, W., Ji, L., Liu, Y., Sun, Q. (2020), “Branding Cultural Products in International Markets: A Study of Hollywood Movies in China.”

2)

문화상품이란 문화를 이용하여 공연, 시각예술, 미디어 등의 형태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