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가 들려주는 BSV 쟁점
BSV 전문가 기고

ESG 공시 의무 법제화 움직임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박재흠 파트너
(EY한영 기후변화 및 지속가능경영서비스 리더)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병치레를 한다. 찰과상 같은 사소한 상처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행여 몸 안에 오장육부가 탈이 나면 생명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주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인(法人)이라 부르는 기업 또한 성장과정에 다양한 질병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기업은 아프고 병들면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기까지 많은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에 대한 보다 철저한 진단과 지속적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기준은 대부분 재무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정보가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매출, 영업이익, 자산, 부채 등의 재무실적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건전한 재무제표를 유지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과 관계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받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를 넘어 가치사슬 내 협력사 혹은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 강화 요구, 비정부기구(NGO)들의 환경과 사회적 이슈 제기, 사업장 안전 사고 발생 등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생산 차질 및 기업 명성 하락 등의 위기 관리는 이젠 재무제표 관리만으로 그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 우리는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사 실태 고발이나 환경 및 안전에 관한 다양한 사건과 사고, 지역주민 반발로 인해 사업장 건립이 지연되는 사례 등을 목격해 왔다. 이는 공급사슬망 내 협력사의 인권 및 노동 현황, 환경 및 안전에 대한 관리체계, 또는 지역사회와 현지 NGO 간의 불협화음 및 관리 실패로 인해 재무실적이 하락하거나 기업 명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 사례들이다.

바야흐로 기업의 외형적 재무성과 외에 비재무성과에 대한 관심과 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2014년 유럽 연합(EU)의 권역 내 일정 규모의 기업(노동자수 500인 이상, 자산 총액 2,000만 유로 또는 순 매출 4,000만 유로 이상의 기업, 공익법인)들에 대한 환경, 사회적 정보 공시공개 의무화를 시작으로 향후 관련 공개범위 및 규제 강도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가 자산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 상장사들에 대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ESG 정보공시의무화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되어 2030년 이후에는 코스피 등의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확대되어 많은 국내 기업들의 ESG 정보보고 공개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외 많은 기업들의 ESG 성과에 대한 공식적인 보고서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의 발간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공시하는 ESG 정보의 질적인 측면과 보고범위의 이슈이다. 필자는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재무성과에 대한 관리와 통제 수준이 높은 기업에서도 상대적으로 ESG 성과에 대한 낮은 관리 수준과 다수의 개선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업경영은 체계적인 데이터관리가 선행되어야 이를 기반으로 개선 전략과 성과를 창출할 수 있기에 향후 더 많은 경영진의 관심과 투자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보고범위를 보더라도 재무정보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공시함에도 불구하고, ESG 정보의 경우에는 해외사업장과 자회사 등이 누락되어 보고되는 사례들이 발견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취약한 부문은 개발도상국에 위치한 해외사업장의 근로 환경과 해당 지역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ESG 성과의 공시 범위 또한 재무정보 보고 범위에 준하는 관리 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이제 주요 국내기업들의 몸집과 체형은 해외기업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ESG에 대한 관심 증대 및 정보 공시 규제의 강화 논의 흐름에 즈음하여, 국내 기업들이 외형적인 위상에 걸맞도록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한 ESG를 통해 기업 경영 측면의 내실을 다지고 기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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