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KSIC / 무사히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People in KSIC

무사히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제주대학교병원 김송이

안녕하세요. 제주대학교병원 김송이입니다. 연수를 다녀오고 연수기를 통해 중재시술을 하시는 여러 선생님, 선후배님께 인사드릴 기회를 갖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12월말까지 1년 반 동안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Cardiovascular Research Foundation (CRF) 과 Columbia New York Presbyterian Hospital 에서 해외연수를 했습니다.

2008년 모교인 제주대학교병원에 자리를 잡고 진료와 함께 처음부터 중재시술을 배우고 익혀 나가느라 정신이 없던 중 저희 병원 김기석 선생님과 중앙대학교병원 김상욱 선생님의 소개로 Dr. Gary Mintz 에게 인사를 드리고 연수 허락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IVUS-guided PCI 를 처음 배우고 스스로 IVUS imaging 을 보면서 시술을 시작하던 때라 Dr. Mintz, 그리고 Dr. Maehara 와 함께 했던 간략한 인터뷰에서 그저 혈관 내 영상이나 생리학적 검사에 대해 배우고 싶고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반복한 후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연수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CRF는 잘 알려진 심장 연구 기관입니다. “We help doctors improve survival and quality of life for people suffering from heart and vascular disease.”이라는 슬로건 하에 대규모 임상실험 및 교육을 시행하는 기관으로 Dr. Mintz 와 Dr. Maehara 가 이끄는 intravascular imaging part 는 그 일부입니다. 임상연구의 영상분석을 시행하는 corelab 과는 별개로 각국에서 온 fellow 들이 소속되어 있고 주 2회 정도는 콜럼비아 대학 병원에, 월 1회는 Long Island, Roslyn 에 위치한 St. Francis Hospital 의 Cath lab 으로 파견 나가 실제 임상 시술에서 진행되는 IVUS/OCT/NIRS 등의 intracoronary imaging 과 FFR/iFR/CMR 등의 생리학적 검사를 보조하고 결과를 시술자에게 설명해 주는 일을 합니다. 각 병원에서 시행하는 임상연구를 디자인하거나 진행 중인 연구에 참여하기도 하여 연수생활은 그저 미국에 일하러 온 느낌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연수 동료들은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어렵지 않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으며 레지던트 시절로 돌아간 듯 회춘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기존에 이루어진 대규모 임상 시험들의 IVUS substudy data 를 분석하고 학회에서 발표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좋은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Dr. Mintz는 학회에서 보던 엄한 모습과 달리 매달 열리는 IVUS reading seminar에서 환자 치료와 영상검사에 대한 조언과 논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Dr. Maehara 는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연구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 하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등 연수 기간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진 1.> Washington 에서 열린 ACC 2017 기간에 Dr. Mintz 가 저희를 집으로 초대하여 손수 저녁을 대접하였습니다.

<사진 1.> Washington 에서 열린 ACC 2017 기간에 Dr. Mintz 가 저희를 집으로 초대하여 손수 저녁을 대접하였습니다.
 

가족 모두가 같이 미국에서 생활하기를 계획하였기 때문에 물가가 비싼 맨하탄에 거주지를 구할 수는 없었고 조지 워싱턴 다리를 넘어 북부 뉴저지의 포트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한달 간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무능함을 느낀 기간이었습니다만, 덕분에 차 구입이나 애들 학교 등록, 운전면허 따기 등의 고난이도 미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을 비롯한 동양인의 비율이 매우 높은 동네였기 때문에 아이들도 학교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습니다. CRF 가 위치한 브로드웨이에서 온 가족이 뮤지컬 ‘Kinky Boots’ 를 초연멤버 공연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바쁘고 일이 많아서 여행이라고는 학회가 열렸던 워싱턴과 덴버, 그리고 여름 휴가로 갔던 서부, 돌아오기 직전에 들린 버지니아 이외에 다른 곳을 가보지 못 한 것이 함정이랄까요.

의사 면허를 따고 트레이닝을 받은 시기를 제외하면 일생 동안 제주도에서만 살았던 터라, 뉴욕 그것도 맨하탄에서 생활한다는 생각과 CRF에서의 생활이 매우 고되다는 연수 선배님들의 한결 같은 격려사에 가기도 전에 이미 질려버렸습니다마는, 돌아오고 나서 생각해 보니 지난 1년 반은 스스로와 제 가족들에게 새롭고 행복했던 기억인 것 같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된 이후 네 식구가 연속된 밤을 같은 지붕 안에서 지낼 수 있었던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553일간의 생활이었습니다. 어려운 병원 인력 사정에서도 연수를 보내주신 주승재, 김기석 선생님, 어려운 시간을 버텨내 주신 병원 동료 및 후배 선생님들 덕에 저와 저희 가족이 잊지 못할 553일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학교 일을 쉬고 저와 아이들을 위해 미국 생활을 해 준 제 남편과 영어 한 마디 편하게 못 하는 상태에서 미국에 가서도 씩씩하게 잘 지내다 온 두 딸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병원 한 번 가지 않고 건강하게 지낸 가족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 모든 것이 감사할 일들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