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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1

M&A Ins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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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랩이 전하는
스타트업 M&A 길안내

김기사랩 김원태 대표 파트너

  • · 現 김기사랩, 대표 파트너
  • · 現 김기사컴퍼니 공동 대표
  • · 前 카카오
  • · 前 록앤올 공동 창업 및 공동 대표

2010년 록앤올을 창업하면서 공동창업자와 함께 다짐했던 3가지는 ‘투자받지 말자, 상장하지 말자, 매각하지 말자’였습니다. 그러한 다짐은 2000년에 창업했던 그 이전 회사에서 겪었던 경험에서,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기억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 회사는 총 3차례에 걸쳐 투자 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당시 사업을 담당하던 임원으로서 경험했던 투자자는, 사업하기도 바쁘고 힘든데 중간중간 찾아와 끊임없이 체크하던 시어머니 같은 존재였고, 창업 초기부터 전사 워크샵 때마다 외쳤던 구호이자,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코스닥에 2006년 상장했지만, 이후 주가 부양을 위한 실적 달성에 허덕이던 힘든 기억으로 구성원 누구 하나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회사의 성장과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M&A가 이루어졌지만 기대했던 시너지는 예상치 못한 외적 사유로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로 인해 함께 했던 직원들을 구조조정까지 해야 했던 아픈 기억들과 죄책감으로 우리도 회사를 떠날수밖에 없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그 3가지 다짐들이 세상물정 몰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이해는 갔습니다.

이후 2011년 3월 야심차게 시작했던 국민내비 김기사 서비스는 짧은 시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었지만, 투자받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인해 외주 용역과 병행할수 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초기부터 흑자를 내긴 했지만 항상 쪼들리는 자금 걱정으로 서비스 성장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대기업 2곳으로부터 M&A 제안을 받게 되었으며, 그들은 내노라하는 큰 기업들이었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협상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약 두 달에 걸친 두 회사와의 협상은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참으로 다행히도 성사되지 못했지만, 당시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우리가 받은 타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작은 회사이다 보니 협상 과정에서 필요한 준비들로 인해 두 달 동안 전혀 사업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우리가 가진 데이터들은 아주 디테일하게 상대 회사에게 우리 손으로 전달되어졌으며, 초기 스타트업 경영자로서 협상이 진행될수록 대기업의 M&A 전문가들을 상대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협상 실패에 대한 타격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라는 걸 알게 된 값진 경험이었으며, 이후에도 여러 번 있었던 크고 작은 M&A 제안에도 휩쓸리지 않고 우리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 우리 편에 서서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로서의 투자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잘 나가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우리가 맘만 먹으면 쉽게 투자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소개로 만나게 된 몇몇 VC들로부터 대기업이 수백억씩 투자하며 키우는 경쟁 서비스를 상대로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무료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했으며, 조금씩 IR에 지쳐갈 때 즈음, 당시 수익이 나지 않던 카카오에 과감하게 투자를 밀어붙였던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박영호 수석팀장(현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을 당시 카카오 대표를 맡고 계셨던 이석우 대표님(현 두나무 대표)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하면서부터 이후 후속 라운드까지 좋은 VC들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오랜 외주 용역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됨은 물론, 오롯이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으면서 회사 가치를 빠르게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2015년 초, 카카오택시 서비스 오픈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던 당시 다음카카오로부터 긴급하게 서비스 제휴 요청이 들어왔으며, 택시 기사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연동 요청에 빠르게 대응해 줌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M&A 의향 타진과 함께 인수 협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약 3개월에 걸친 협상 테이블에는 항상 공동창업자였던 박종환 공동대표와 신명진 CTO와 함께했으며, 여기에는 법무/재무 실사, 기술 실사 등 회사에 대한 철저한 실태 파악을 통해 계약 조건들을 구체화하고 그에 따른 인수 가격 협상을 거쳐 계약 체결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후 성공적인 M&A를 위한 PMI(인수 후 통합) 작업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으며, 이는 기술과 사업의 융화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통합을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당시 다음카카오가 인수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에 대한 존중과 신뢰, 그리고 인수 후 우리 직원들의 보상과 처우에 대해 약속한 것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들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M&A의 과정과 결과로서, 그동안 M&A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인식들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조직의 안정적인 결합을 위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카카오는 3년간의 락업기간을 요청하였고, 그 기간동안 국민내비 김기사는 카카오내비로, O2O 사업부문은 카카오모빌리티로 분사하면서 국민들의 빠른 길안내를 위한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택시, 대리는 물론 자율주행기술의 초석이 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들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수 차례의 인수 협상들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돌발적인 인수 협상들로 인해 지연시키거나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지금의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성장의 가속화에 주력하는 것이 결국에는 그어떤 협상보다도 우리를 더 유리한 입장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존중받고 있는지, 우리와 우리 회사의 사업들을 진심으로 간절히 필요로 하는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먹이사슬의 포식자로서 접근하는 것과 앞으로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높일 동료로서 접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며, 협상 과정에서 그러한 자세들은 경험상 숨기지 못하고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게 되는 듯합니다. 이것은 왜 우리를 인수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근거로 이어집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건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서인지, 우리 구성원들을 쉽게 채용하기 위함인지, 심지어 향후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싹을 조기에 제거하기 위함인지도 포함되며, 업계 현황을 파악하거나 잠재적인 경쟁자를 분석하기 위해 인수 협상 명목의 실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인수제안이 왔다고 무작정 끌려다니기 보다 여러 상황을 다방면으로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며, 경험 많은 기존 투자자들과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M&A의 성사로 인해 창업자 본인 뿐만 아니라 함께 고생한 직원들, 그리고 어려울 때 믿고 투자해 준 기존 투자자들 또한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지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각이란 것이 그들과의 인연의 끝이 아니라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이후 더 큰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험도 매우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록앤올에 함께 했던 직원들은 대부분 카카오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으며, 록앤올에 투자했던 심사역들 또한 각자 크게 성장하여 투자사를 직접 창업하거나, 핵심 임원으로 승진하여 지금도 김기사와 친구들이라는 타이틀로 자주 만나 친목도 다지면서 업무에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중요한 절차들과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겠지만, 여러 책들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철저히 경험한 것들 위주로 언급하였음을 밝힙니다.


카카오가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했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게 불과 5-6년 전의 일이지만, 최근 조 단위의 유니콘 스타트업의 등장과 엄청난 규모의 M&A 딜들을 국내에서 목격하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하고, 실리콘밸리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투자 규모와 활성화된 스타트업 생태계가 해외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대상이 된 것이 너무나 기쁘고, 수많은 분들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기에 참으로 감사한마음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난관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바른 길안내를 할 수 있는 김기사랩이 될수 있도록 열심히 엑셀러레이터로서의 역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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