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1
이베스트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
재난은 소비를 바꾼다. 때는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병해 2003년 중국을 덮친 SARS가 발병했을 시기. 당시 중국은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고 있었고, 전염병으로 인해 집에만 갇혀있던 소비자들이 중국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중국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이커머스를 주도하게 된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징동의 JD.com이 크게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재난 덕이었다.
2011년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이 발생한 일본 대지진도 비슷했다. 대지진 이후 일본의 주요 사회 인프라들이 무너지면서, 이들의 기능을 생활 밀접형 유통채널인 편의점이 흡수하기 시작했다. 지진 피해 지역인 도호쿠 지방에 물자가 부족해지다 보니, 편의점은 전국 점포 네트워크를 활용해 생필품 공급을 늘렸다. 또한 지진 지역 시민들에게 화장실과 온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지진이라는 큰 재난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일본 편의점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증가했으며, 근거리 유통채널로 다시 한 번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발병도 사회 재난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주도 유통채널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한다. 처음으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재택근무를 해보게 되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극장이 살아남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 중 단연 메가 트렌드는 온라인 쇼핑으로의 이동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물리적 상점을 방문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택트(Un + Contact) 소비는 유통업 내 무인점포 등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면서 원래도 서서히 커지고 있었는데, 전염병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쇼핑을 늘리면서 과거 대비 증폭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기 시작했으며, 거대 플랫폼 업체들은 서둘러 커머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돌이켜보면 플랫폼 업체들의 사업 초기 서비스들은 다양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SNS로 시작한 회사도 있고, 네이버처럼 검색 포털로 시작한 회사도 있으며, 틱톡과 같은 동영상 컨텐츠도 있을 것이다. 다만 공통점은 이들이 초기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 중 하나가 이커머스다. 그리고 이 때문에 최근 유통업 내에서 M&A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 인터넷 플랫폼 기업: 이커머스 Ecosystem
자료: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대표적이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0년 3월 미국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100%를 매각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당시 매각가는 약 5조원이 예상되었으며,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회사지만 이커머스 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성장폭은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5조원이라는 금액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러한 시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2021년이다.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따라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재평가 및 키맞추기에 대한 의견 일치가 시장에 널리 나타났으며, 이에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들도 인수 가능 후보로 꼽히기 시작했다. 사실 기존 유통업체들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을 때는 시너지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데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가 커머스를 성장 동력으로 삼은 상태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20조원에 가까운 트래픽을 한꺼번에 확보하면서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수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결국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는 카카오가 발을 뺐지만, 여성 패션 모음앱인 지그재그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 이베이코리아 실적 추이
자료: 이베이코리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비단 플랫폼 업체뿐만 아니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여성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주식 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다. 남들과는 다른 패션을 지향하면서 합리적인 금액에 편리하게 구매하고 싶어하는 MZ세대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는 버티컬 쇼핑몰이다. 더불어 GS홈쇼핑은 ‘부릉’으로 잘 알려진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의 지분 인수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온라인 쉬프트로 배송과 물류 또한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잡음에 따라 이러한 인프라를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배송은 이커머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인데, 온라인에서 주문된 상품은 무조건 실물로 고객에게 배송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익일배송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배송에 대한 눈높이를 상향평준화 시켰고, 이에 빠른 배송을 구현하고자 하는 유통업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물류 관련 스타트업 투자다.
이처럼 유통업계 M&A 및 지분 투자는 이커머스 및 이커머스 제반 사업들(물류, 배송, 자동화 설비 등)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유통업체 외에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플랫폼 업체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프트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꾸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