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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실학화 – 경제 • 기술




(사)한국정밀공학회 초대,
2대회장 이봉진
과학과 경제성장
인류 역사상 과학에 의해 지금처럼 경제성장을 일으킨 세기는 여태껏 없었다, 경제성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은 과학 활동과 같은 외생적인 것이다, 이 예로서 우리 주변에 구체적인 예가 많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아마 사상 최대의 실례가, 그것도 화려하게 등장한다, 1989년 일이다, 무명이었던 한 젊은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othy John Berners-Lee, 1955, 영국의 컴퓨터과학자)가 소속되어 있는 CERN의 컴퓨터 부서에 한통의 기획서가 제출된다, 그 버너스리의 기획서는 「분산(分散)정보 시스템의 개발」이었다, 이를 받아 본 버너스리의 상사는 기획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는 잘 모르지만 재미있는 기획서네’ 하며 기획서에 go 사인을 한다, 그 때 사인을 한 상사는 아마도 이 기획이 훗날 인류가 맞이한 기술혁명 중 오늘날의 정보혁명의 맹아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 혁명으로 인해 새로 탄생된 연간 몇 조 달러라는 GDP를 오늘날 지구상의 여러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버너스리의 아이디어는 컴퓨터 네트워크로 정보를 공유하는데 기반이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시스템의 단초는 세계 각처에 분산되 있는 소립자물리학자 사이에서 이용되고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버너스리가 구축한 WWW(World Wide Web)는 지금에 와서는 소립자물리학자 간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 우리 모두의 생활과 업무의 스타일, 나아가서는 생각마저 크게 바꾸어 버렸다.
버너스리와 그의 친구들은 1990년 크리스마스까지 web의 기본 개념과, URL, http, html과 같이 귀에 생소한 말을 정의하고 최초의 브라우저, Saba Software의 프로그램을 완성해냈다, 이로서 WWW는 순조롭게 순풍을 타며 출항할 수 있었다,
1991년의 시점에 미국의 페르미(Fermi) 연구소, 스탠포드(Stanford)선형가속연구소,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NCSA(The National Center for Supercomputing Applications, University of Illinois)가 Mosaic라는 브라우저를 공개하였다, 이것이 현재 많이 사용하는 Wind형식 웹 네비게이터(navigator)의 최초 모델로 일반PC와 매킨토시 컴퓨터에 설치되어 가며 급속히 노도와 같이 불어났다.
1994년 5월에는 WWW에 관한 국제회의가 CERN에서 개최되는 등으로 주변이 정리되더니, 이어 Yahoo!, Google, Amazon과 같은 많은 기업들이 등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웹사용을 한층 편하게 해주는 도구들이 나와 친구를 사귀는 일, 집을 사고파는 일, 지식을 검색하는 일 등 어려 상업 활동이 웹을 통해 가능해져 세계 어디에서나 경제활동이 가능해 졌다, 과학기술을 모르고는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21세기라 아니할 수 없다.

수학과 결혼한 경제학
현대의 경제학은 비유적으로 말해, 수학과 결혼하여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물리학이 수학과 결합하여 새 경지를 연 것과도 같다, 말하자면 물리학의 각종 변수(변위, 속도, 가속도 등)들이 추상성을 얻었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고대 헬레니즘(Hellenism)에 있어서는 기하학이 수학과 결합하였다. 기하학의 여러 도형(점, 직선, 원 및 이들로 만들어 지는 여러 도형)이 추상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직선이라 하면 굵기가 없고 길이만 있는 도형이다. 이와 같은 도형은 추상의 산물로서, 실제로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점에 있어서도 점이 있을 장소가 있을 뿐 점은 그 크기를 갖지 않는다, 유클리드(Euclid) 기하학은 추상의 산물에 지나지 않은 채 도형과 형식 논리학만으로 장대한 기하학 원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물리학이 고도의 추상성을 획득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 질점(Mass Point) 이라는 개념을 예로 들 수 있다, 질점이라 함은 물질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질량을 가진 점이라는 뜻이다. 점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다, 만일 실재한다고 하면 질점의 비중은 무한대가 된다. 그래서 이와 같은 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뉴턴역학은 질점에서 시작된다. “질점만이 실재”로 그 외에 것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모형으로 논의하게 되므로 모형 구축법(Model Building)에 관계없는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은 추상적인 모형 구축법을 활용함으로서 수학의 전면적인 사용이 가능해져 급속히 진보를 이룰 수 있었다. 사회과학에서 추상적인 모형 구축법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 지면서 장족의 발전을 이뤄낸 것도 경제학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경제학에서 수학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에 있어서 ‘소유’가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일뿐더러 총괄적이고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근대 자본주의에 있어서는 소유권과 존재의 내용이 관념적, 논리적으로 결정된다, 즉,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중세에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있나 없나, 또는 소유권의 내용이 무엇인가 소유자가 소유물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또는 하고 있었나)를 떠나서 결정할 수 없었다.

경제학의 과학화 – 경제는 실학의 융합과학이다.
케인즈 이론을 과학화한 경제학자는 ‘마리 에스프리 레옹 발라스(Marie Esprit Léon Walras, 1834~1910)’라는 프랑스 경제학자였다. 발라스는 ‘일반균형론(General Equilibrium Theory)’의 창시자이다. 그는 이 이론을 과학화하여 당당히 경제학을 과학으로 만든 경제학자이다, 말하자면 그가 바로 현대 경제학을 만든 학자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가 경제의 여러 변수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폴 새뮤얼슨(Paul Samelson) 등도 발라의 이론을 계승하여 이용한 것이다)

자동화의 경제효과
예전부터 경제학의 주 목적은 자본주의에서의 가치법칙의 해명이었다, 그 중 가장 주요한 과제는 노동문제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한때는 이를 규명할 때 선형인과론을 고집하고 있었지만 경제의 상호관계 복잡화를 예측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고전파에 의한 노동가치설이 있었는데, 이는 상품의 가치가 노동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개념을 과학화 하려면, 과학적 개념으로 해석하여 노동력을 계수적으로 환산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는 이 노동력의 환산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FA의 경제적인 효과를 초보적으로 설명한다면, 종전의 24시간 무인화 노동력으로 48시간을 무인화 한다는 것은 종전의 효과를 배나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단순 계산된다.

과학과 실학의 접점에서
2017년, 전 세계는 곳곳에서 일어난 수재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그리고 일본열도를 종단하며 큰 수재를 일으킨 태풍 등의 뉴스들을 접하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상식의 필요성을 느껴본다, 고대의 자연환경과 오늘의 환경은 인문사회 실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공적인 환경 조성으로 그 본 모습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구 환경에 미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과학적인 시점에서 보면 두 가지의 큰 물줄기를 생각할 수 있다. 물질계의 연구와 생명계의 연구이다, 물질계의 연구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기와 해양과의 상호작용이다. 이 해명이 매우 어려워 빅데이터를 이용해 Simulation모델을 한다고 해도 극단적으로 본다면 공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지구환경에 관한 모든 문제는 이 둘, 즉 대기와 해양의 수수께끼에 달려있다. 생명계의 연구는 야생동물의 절멸에 의한 유전자 보관 문제, 삼림의 감소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 오염물질 등으로 인한 유전자의 변화와 같은 문제들이 있다. 물론, 오늘의 지구환경 문제는 46억년 전의 지구 역사상 물질계와 생명계의 공동 작업으로 생긴 것이라, 양자의 발전과 밀접히 관여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경향과 대책’, 양면에서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경향”이라 함은 인구문제, 식량문제, 에너지문제, 폐기물문제, 도시문제 등이 있다. 이것에 “대책”으로 환경보존 기술과 리사이클 기술개발, 환경경제, 친환경사업, 국제조약과 국제기관이 담당하는 환경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 지역운동과 주민참여 등을 들 수 있다. 이상을 보면 현재 사회의 문제가 과학과 실학간의 접점문제임을 알 수 있다.

접점에서 본 과학과 실학
“아침에 네발로 기고, 낮에 두발로 서 있으며,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생물은 무엇일까?” 이 구절은 그리스 3대 비극시인 소포클레스가 쓴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 왕’에 등장하는 주인공 오이디푸스에게 스핑크스가 던진 수수께끼이다.
젊은 오이디푸스는 이 문제를 듣고 “그것은 바로 인간이다.” 하고 갈파한다, 인생의 아침은 어린애가 네 발로 기는 것으로 시작해서 청장년기에는 두발로 서고, 늙어서는 지팡이에 의존하는 것이 만년에 인간이 사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스핑크스의 저주에서 벗어나 의기양양하게 테베로 향한 것이었는데 가는 길에 또 다른 큰 저주가 있을 줄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이 우화를 우리는 인간의 지(智)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 지구환경의 여러 문제의 배경에 수수께끼와 같은 불가사의를 재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문제가 우리 인간의 지(智)에게 묻는 것이라면 다음과 같은 답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의 지(智)는 네발로 기고 있었다, 앞발 양손은 한쪽이 신화 (또는 신학), 다른 한쪽은 철학에 비유할 수 있다, 뒷발 양다리는 과학 또는 과학적 사고, 다른 한쪽은 실학∙정치∙경제∙사회라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이들은 아직도 과학적인 학문으로 확립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그 단계에 있다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 지(智)는 과학과 실학의 두 다리로 서서 신화와 철학을 떼어내고 걸어왔다, 그 결과 인간은 허리가 아프고 여인은 출산의 고통으로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결국 인간은 현대문명을 이뤄내었으나, 지구환경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를 해결해야할 남은 한 다리는 무엇일까? 이것이 오늘의 과제이다. 이는 신화인가 아니면 철학인가?

제3의 과제는 무엇일까?
지구는 우주 세계의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이다, 신화와 철학으로 이루어졌던 고대의 문명은 과학과 실학의 두발로 이루어 낸 것이었다. 오늘날은 과학과 실학이 한 발로 걸어가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과학과 현실이 하나가 되어 걸어가기 시작한 오늘날은 철학이라는 뿌리가 말라버린 이상계몽과 교양이라는 가치를 잃어 시들어 버린 ‘죽은 지(智)’가 되어 버렸다. 새로운 시점에서의 철학의 탄생을 촉진시키면 시들어 방치된 나무에 새로운 싹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즉 과학과 실학 간의 접점에서 새로운 교양의 시대의 개막을 기대한다. 이 지점이 지(智)의 보고라 생각하고 있다.



2018년 12월
(사)한국정밀공학회 초대, 2대회장
Fellow 이 봉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