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 급성심근경색증 응급진료의 지역불균형 해소 방안

Special Feature

급성심근경색증 응급진료의 지역불균형 해소 방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매년 2만 명 넘게 발생하는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생사는 PCI를 골든타임 내에 받았는가에 따라 갈린다. 국가가 책임지고 심혈관질환 응급체계를 구축해야 우리 국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에 PCI를 받을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유독 의료분야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급성심근경색 환자 응급진료는 시장에 맡겨져 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 응급진료를 시장에 맡긴 결과 PCI를 하는 병원은 전국적으로는 과잉 공급되어 있지만, 지역적으로는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적지 않은 국민이 급성심근경색 응급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 응급진료를 시장에 맡긴 결과 불평등과 비효율이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이 많아도 대도시에만 몰려 있으면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약 20%는 골든타임 내에 PCI를 하는 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 사각지대라고 하면 흔히 시골을 떠올리지만 서울 인근 경기지역도 사각지대이다.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환자의 사망률이 증가한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운명이 갈리고 있다.

PCI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은 생각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각지대에 있는 병원을 심혈관응급센터로 지정하고 외상센터처럼 정부가 24시간 365일 운영할 수 있도록 의료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하면 된다. 이러한 사각지대에 국가가 지원하는 심혈관응급센터를 18개 정도 추가로 운영하면 전 국민의 90% 이상이 골든타임 내에 PCI를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을 시장에 맡기지 않겠다는 발상의 전환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반면에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는 24시간 급성심근경색증 PCI를 시행하는 병원이 수요에 비하여 오히려 많은 것이 현실이다(그림).1) 우리나라를 56개 중진료권으로 나누고, 각 중진료권별 현재 PCI 시술병원, 학회 인증병원, 적정병원 수를 비교한 결과이다. 적정병원 수는 병원별 PCI 시술량을 낮게 가정했을 때(연간 최저 및 최대 시술건수를 150~300건) 골든타임 내 치료률 77%, 높게 가정했을 때 치료율 98%일 때 약 80개로 추정된다. 적정병원 수는 병원별 진료량에 대한 가정과 골든타임 내 치료율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PCI 시술을 하는 병원 수는 적정 공급의 약 2배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과잉은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소진시킨다. 급성심근경색과 같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기 어려운 경우에 공급과잉은 병원의 수익을 떨어뜨린다. 병원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필요한 만큼 인력을 충원하는 대신 있는 인력을 쥐어짜서 24시간 365일 응급진료를 이어나간다. 의사와 간호사는 오지 않는 환자를 기다리면서 계속되는 당직으로 심신이 지쳐간다.

병원이 너무 많으면 효율성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도 떨어진다. 시술건수가 일정 건수 이하가 되면 숙련도가 떨어져 합병증이 더 많이 생기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전체 PCI 시술건수의 약 1/3 정도를 응급 PCI라고 가정하면, PCI 시술병원 중 약 1/3은 적정시술 건수에 미치지 못한다. 병원이 많아도 24시간 응급진료를 하지 않는 병원이 많아지면 응급의료체계를 교란시켜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전원되는 환자가 많아지고 결국 사망률이 높아진다.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생명을 더 이상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 이는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공급과잉을 초래해 환자와 의사, 병원 모두를 잘못된 의료체계의 피해자로 만든다. 환자는 생명을 위협받고, 의사는 소진되고, 병원은 경영 위기에 내몰린다. 학회와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공공적인 심혈관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다.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학회와 협력하여 모든 국민이 골든타임 내에 PCI를 받을 수 있는 심혈관질환 응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 학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책’이 가능하다. 먼저 학회가 PCI 병원을 인증하고, 이를 근거로 복지부는 진료권별 수요에 맞는 적정 수의 PCI 병원을 심혈관응급센터로 지정해야 한다. 지정된 센터에는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서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도시 공급과잉도 피할 수 없다. 이미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 대도시에서는 순환당직제 등을 도입해서 응급의료체계 교란과 의료진의 소진을 막아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119 구급대가 치료역량을 갖춘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해야 한다. 이송 중에 의사의 지시를 받아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1)우리나라를 56개 중진료권으로 나누고, 각 중진료권별 현재 PCI 시술병원, 학회 인증병원, 적정병원 수를 비교한 결과이다. 적정병원 수는 병원별 PCI 시술량을 낮게 가정했을 때(연간 최저 및 최대 시술건수를 150~300건) 골든타임 내 치료률 77%, 높게 가정했을 때 치료율 98%일 때 약 80개로 추정된다. 적정병원 수는 병원별 진료량에 대한 가정과 골든타임 내 치료율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