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KSIC / COVID-19과 연수하기; Stay Home, Stay Safe, Save lives in Jacksonville......

People in KSIC

COVID-19과 연수하기;
Stay Home, Stay Safe, Save lives in Jacksonville......



중앙보훈병원 이창훈

정말 운 좋게 저와 아내는 플로리다주 잭슨빌이라는 도시에서 플로리다 주립대학과 메이요클리닉에 각각 DS-2019를 발급받고 정말 급하게 아무 준비 없이 이민 가방 2개만 가지고 잭슨빌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전 연수를 하신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미리 한국에서 타운하우스를 렌트해서 계약을 했었고 인터넷을 참고로 전화개통을 한 후 은행을 개설하고 차를 구입하고 SSN을 받고 마지막으로 DMV에 가서 우리나라 면허증을 플로리다 면허증으로 변경한 후 모든 정착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신분증과 IRB를 위한 여러 서류작업을 하고 신입사원처럼 여기 저기 인사한 후 열심히 연구실에 나가면서 별일 없이 2달을 보냈고 12월에는 병원식구들과 하는 연말파티에 참석하고 모두의 휴일인 크리스마스에는 칸쿤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새해 맞이를 위해 올랜도의 디즈니랜드에 가서 카운트 다운도 외쳤습니다. 저는 주로 병원에서 일주일 중 화, 목은 Mitral clip과 TAVI 시술을 참관했고 다른 요일은 담당교수인 Dr. Angiolillo (Dr. A)의 지도하에 논문을 작성하면서 일과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면 초겨울 날씨지만 그리 춥지 않아서 가끔 잭슨 해변으로 산책도 나갈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꿈 같은 생활은 트럼프 대통령이 COVID-19를 잘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 후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COVID-19 감염속도는 급속했고 비교적 한적한 도시인 잭슨빌에도 Stay home 명령이 발효되면서 병원에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 왔고 식료품을 제외한 다른 가게는 업무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잭슨빌은 의료사업이 중요한 기반으로 큰 병원이 많아서 ICU 60% 정도만 사용될 정도였고 지역사회에 의료인이 많아서 인지 마스크 및 식료품 사재기 같은 일은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도 대부분 하는 분위기로 위생과 일상적인 부분은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20년간 집에서 뭔가를 해 본적이 없는 나 자신이었고 한국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집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넷플릭스 종일 시청으로 (binge watching) 한달이 그냥 지나갔고 정신차려 보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homebody)라 이런 생활에 금세 적응했고 아내는 계획을 잘 세우고 실천하고 있어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일단 아침은 꼭 챙기기로 했고 샤워 후 산책하고 책상에 앉는 연습을 했습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지역도서관을 통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빌렸고 코세라를(coursera) 통해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교육을 수강했고 Dr. A가 내주었던 review article도 조금씩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 한국에서 안부를 궁금해하시는 선생님들 통해서 향수병도 조금 달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동안 새삼 미국에서 진행하는 연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IRB가 단순해서 익명화 된 자료에 한해서는 매우 유연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다기관연구를 하는 중에 협동이(co-work) 활성화되어 책임연구자 한 명이 전권을 가지지 않고 데이터 등 대부분을 공유하고 협의합니다. Stay home 명령 중에도 지속적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역할을 꾸준히 교류합니다. 물론, 한국과 비슷하게 미국 연구자들도 금요일을 좋아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습니다. 공손하게 돌려서 말하는 문화도 한국과 비슷하고 e-mail 에서도 직접적인 의문문을 피했습니다.

이제 미국도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을 재개하였습니다. 여행 불가로 국립공원 한 곳 못 가봤고 뉴저지에 있는 처제 졸업식도 참석 못했던 저희 부부는 이제 슬그머니 여행책자를 폈고 처제에게 방문 계획도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경찰에 의해 사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건으로 또 다시 통금이 생겨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주어진 연구와 공부는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귀국할 그 날이 이렇게 기다려질지 몰랐습니다. 건강하시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조지 플로이드를 기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