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스텐트 급여고시 논란

대한심혈관중재학회-대한심장학회 스텐트 고시 TFT 공동팀장 전동운
공동팀장 한규록
공동팀장 김병옥
보건복지부는 2014년 9월30일 급여고시 행정예고를 통해 PCI(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 시술 시 심장 스텐트의 개수 제한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고시 내용을 보면 심장 스텐트는 의학적 근거만 있으면 개수 제한이 없는 것처럼 기술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험혜택에 대한 사전심사제라고 할 만한 ‘내외과 간 의무적 협진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의학적 근거 및 환자의 선택에 따라 치료받아도 급여로 인정받지 못 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수술 (개흉수술) 이 모두 치료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는 환자는, 스텐트 시술을 받기 전에 반드시 내과의사와 흉부외과의사가 만나 합의를 거쳐 스텐트 시술로 치료방침을 결정한 것이어야만 개수 제한없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얼핏보아 치료결정과정이 보다 신중해지고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협진 의무화를 두고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 어느 병원에서도 법규로 협진을 강제하지 않는다. 현재도 협진이 필요한 환자는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외과와 협진을 하고 있음에도 복지부는 협진이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한 환자까지 의무적인 협진을 고시로 강요하고 있다. 대상환자가 전체의 25%라지만, 매년 만 여명의 환자가 의무적 협진을 강요당하면, 보험급여를 인정받는 기준이 엄격해져 실제로는 환자 편의성 및 보장성이 악화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결정과정 대기 중에 사망하는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심장수술팀이 없는 스텐트 시술 기관은 심장수술의가 있는 병원과 의무적으로 MOU(의료협약)를 맺고 내외과 협진을 통해 스텐트시술이나 개심수술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데 MOU를 맺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지역마저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런 지역의 병원에 입원한 증증의 환자는 의무적 협진을 거쳐 건강보험급여혜택을 받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던지 외과의사와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제는 다혈관질환의 스텐트 시술 전에 반드시 내외과 일대일 협진을 거치도록 하는 “사전심사제” 방식을 급여 심사에 적용하려는 의도이지만, 사전심사제는 급여를 초과하여 진료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급여를 인정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심평원에서 검토 중인 바 시술대상자의 요건(적응증 등)이 명확하고, 응급을 요하지 않는 경우(사전 승인 기간 동안 치료 지연이 가능한 항목)에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응급 및 준 응급환자가 대부분인 다혈관 관상동맥질환을 대상으로는 애초에 사전심사가 불가능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또한 심평원이 아닌 제 3자 (흉부외과의사)가 개입하는 변형된 사전 심사제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사후에 심평원에서 사례별 심사를 통하여 인정한다는 조항 또한 예측 불가능한 심사 기준으로 인한 진료 일선의 혼란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의무적 협진의 결과 내외과 의사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 어느 치료행위가 급여 대상인지, 환자 퇴원 후 사후 심사에서 사례별 인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삭감에 의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며,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스텐트 시술을 포기하고 의무적 협진을 위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게 되어 환자가 치료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면, 병원은 윤리적, 법적 책임공방에 휩싸이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지게 마련이다. 의학적 근거 및 환자의 선택과 동의가 있어도 치료를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복지부 중증질환 보장성 팀은, 외과의가 없는 스텐트시술 병원의 존재이유를 평가절하함으로써 ‘국민건강에 대한 위험천만한 발상’을 드러냈다. (인근에 90분 내 개심수술이 가능한 협약가능 대상병원이 없는 기관은 자체 심장팀을 꾸리지 못한다면 스텐트 시술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환자가 오더라도 큰 병원으로 보내는 게 맞다.), 또한 전국의 심장 수술팀이 있는 병원의 실태(수술능력, 실적, 지리적 접근성 등)에 대한 파악 없이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 실시 가능 요양기관’ 과의 협약을 강제했는데, 이는 현장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증거라고 밖엔 볼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수술팀 없는 기관의 스텐트 시술 (PCI without On-Site Cardiac Surgery)의 안전성은 이미 입증됐다. 국내에서도 이에 해당하는 스텐트 시술기관은 이미 사망률 합병증 등 시술 성적이 우수하면서(심평원 자료) 응급환자의 PCI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국민 건강의 보배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복지부 에서는 “스텐트 시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환자에서도 무리한 PCI 남용이 많다. 개정된 급여기준 (강제적 협진)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 이라고 해명 (국정감사 답변)하고 있으나, 이 또한 의료기술 발달로 스텐트 시술 적응증이 확대되었으며, 수술마취가 어려운 고령환자의 증가에 따라 세계적으로 수술(CABG)이 감소하고 PCI 시술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를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환자 안전의 문제는 수술이나 시술의 질을 높이고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의 추가적인 대책이 요구될 수 있으나 문제가 된 급여고시는 스텐트 치료재료 관련 사안임에도 시술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강요하는 것은 치료재료의 소모를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불합리한 급여고시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한국의 인구 대비 스텐트 시술건수는 OECD국가 평균의 절반 이하일 뿐이고, 국내의 허혈성심질환으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지속적 증가함에도 2011년 이후 PCI 시술건수는 증가 없이 유지되는 추세를 보아도 한국의 스텐트 시술이 남용된다는 지적은 주관적인 견해일 수 있다. 물론 스텐트 시술의 질을 높이고 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전문가 단체에서 시행하는 기존의 방침(시술인증의 제도, 시술관련 학술활동, 학회 레지스트리 사업)을 보완하고 확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며 국가적으로도 지방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보건복지부 고시는 응급환자 및 전신상태가 나쁜 중증 허혈성심질환 환자의 생명을 시키는 유일한 치료 방법인 스텐트 시술을 관상동맥우회수술 보다 위험하고 남용되는 행위로 가정하고 통제하려는 편협하고 불순한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오히려 위해를 줄 수 있으므로 유예기간을 통하여 재고하기로 한 것이다. 향후 전문학회 및 의료계 의견을 참조하여 합리적인 개선 방향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