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심혈관 질환은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약 33%가 심뇌혈관 질환에 의해 사망한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대표적인 심뇌혈관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가장 중요한 선행인자는 동맥경화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서구식 식습관의 영향 및 고령화 인구 증가 등으로 동맥경화 환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동맥경화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위험인자로 인해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을 입게 되고 지방이 침착되어 동맥내벽이 비후되면서 죽상판 (atheromatous plaque)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 과정은 단순히 지방 축적(lipid accumulation)에 그치지 않고 염증세포의 침윤(inflammatory cell infiltration)과 죽상판 기질의 와해(matrix degradation) 및 세포의 괴사(apoptosis) 등을 통해 불안정한 동맥경화반(unstable plaque)으로 변화하게 된다. 특히, 지질을 탐식한 대식거품세포(macrophage-foam cell)의 괴사로 형성된 지방 핵(necrotic core)을 덮고 있는 얇은 섬유막(thin fibrous cap)이 파열하게 되면 그 부위에 혈전(thrombosis)이 발생하게 되고 혈관 내강을 막게 되어 경색증을 유발 하게 된다. 이렇듯 경화반의 파열 및 혈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병변을 취약성 경화반(vulnerable plaque)이라 지칭하며, 이를 탐지해내는 영상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해부학적 영상기술들(관상동맥 조영술, 관상동맥 전산화 단층 촬영)은 취약성 경화반의 원인에 해당되는 분자생물학적 정보(molecular alteration)를 제공한다기보다 그 원인에 의한 결과, 즉 혈관 내 협착과 같은 구조적 변형(structural change)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동맥경화의 조기 진단과 죽상판 불안정성 평가 능력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분자영상(molecular imaging)은 특정 세포나 수용체의 유전자 활동, 단백질 활성도 및 상호작용과 같이 과거에는 시험관 수준이나 병리 조직학적으로만 관찰이 가능했던 분자-세포 수준의 현상을 생체 상에서 실시간으로 영상화하는 기법으로, 이를 통해 취약성 경화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병태생리적 변화들(염증, 산화 LDL 축적, 단백분해효소의 활성, 세포의 괴사, 혈관 신생 등)에 대한 표적 영상화를 가능케 하였다. 이를 배경으로 최근 십 년간 동맥경화와 관련된 분자영상기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고, 몇몇 분자영상기법은 이미 임상에서 사용 중이다.
본 특집에서는 동맥경화반 분자영상과 관련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법들[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광단층-근적외선 형광 분자영상(Optical Coherence Tomography-Near Infrared Fluorescence, OCT/NIRF) 및 근적외선 분광법(Near Infrared Spectroscopy, NIRS)]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염증반응은 경화반(plaque)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병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염증이 심한 곳에서는 당 대사가 항진된다. 18F-fluorodeoxyglucose(18F-FDG) PET 분자영상 기법을 활용한 이전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염증세포가 많은 취약성 경화반에서 고신호 강도가 관찰되었고 이를 조직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신호가 염증반응 강도 및 대식세포 밀도와 비례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대부분 경동맥과 같은 큰 혈관에서 시행되었으며, 관상동맥과 같은 작은 혈관에서는 아직까지 여러 가지 한계점들(FDG의 심근섭취, PET의 해상력 등)로 인해 사용이 미미한 실정이며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반면, 최근에 Joshi 등은 18F-sodium fluoride(18F-NaF)를 활용하여 급성 심근 경색 환자에서 PET-CT 분자영상 기법의 유용성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서는 18F-NaF PET-CT를 이용하여 비침습적으로 경화반의 파열 및 culprit 병변을 정확하게 구분하였고 (그림 1), 18F-FDG PET-CT 기법에 비해 우월한 병변 구별 능력을 보여주었다. 향후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 된다면 매우 각광 받는 분자영상 기법 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단층-근적외선 형광 분자영상(Optical Coherence Tomography/Near Infrared Fluorescence, OCT/NIRF)
기존의 연구들에서 PET-CT 및 MRI를 이용한 비침습적 분자 영상 기법의 임상적 효용성을 보여주긴 하였지만, 시공간적 해상능력의 한계 및 호흡과 심장의 움직임에 따른 해상도 저하 등의 근본적인 문제들로 인해 관상동맥 영역에서 미세한 분자학적 변화의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카테터를 기반으로 한 혈관 내 분자영상(Intravascular Molecular Imaging) 기법이 시도되고 있다.
광단층/근적외선 형광 분자영상(OCT/NIRF) 기법은 현재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광단층 영상기법(OCT)을 통해 혈관의 구조적 정보를 얻음과 동시에 형광 신호를 방출하는 활성화 근적외선 형광 보고자(activatable near-infrared fluorescent probe)로 혈관 내 동맥경화반의 분자적인 정보를 획득하는 기법이다. 본 연구팀에서는 OCT/NIRF 카테터 시스템을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임상적용이 가능하도록 2세대 고속 OCT/NIRF 카테터 시스템으로 개선하여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인체내 허가된 근적외선 형광 물질인 indocyanine green (ICG)가 염증이 심한 지질 성분에 붙는 특성을 이용하여 동맥경화 유도 토끼를 대상으로 ICG를 정맥주사 하였으며, 20분에 OCT/NIRF 카데터 시스템을 통해 이미지를 획득하였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OCT로 관찰된 동맥경화반에서 강한 NIRF 신호가 관찰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같은 부위에 대한 조직 절편에서 면역조직화학염색 검사를 통해 대식세포 및 지방의 분포와 근적외선 형광영상 신호의 위치가 일치됨을 확인하였다. 현재 이 시스템을 이용한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어 향후 고위험 관상동맥 질환환자에서 동맥경화반의 파열 위험도를 미리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적외선 분광법(Near Infrared Spectroscopy, NIRS)
근적외선 분광법(NIRS)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혈관 내 영상 기법으로, 근적외선에 의해 지방 성분의 화학적 특성을 식별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동맥경화반의 지방을 정량화하며, 최근 취약성 경화반을 평가하는데 그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림 3). 최근 Oemrawsingh 등은 관상동맥 영역에서 NIRS 에 의해 검출된 지방의 양과 관련한 예후를 평가한 전향적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에 의하면 NIRS 에 의해 감지된 지방이 풍부한 경화반은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사건(cardiovascular event)의 발생률이 약 4배가량 높다고 보고하였다. 현재 PROSPECT-II 라 명명된 혈관 내 초음파 (Intravascular Ultrasound, IVUS)와 NIRS을 병합한 대단위 전향적 연구가 진행 중으로 향후 이 연구 결과에 따라 NIRS 분자영상의 임상적 효용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 질 것이라 기대된다.
결론
분자영상은 분자생물학과 나노과학 및 첨단 영상기술이 융합되고, 생화학, 물리학, 영상의학 및 핵의학 등이 접목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임상에 접목되어 기존의 해부학적 영상진단기법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동맥경화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합병증을 일으키기 쉬운 취약성 경화반의 진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향후 파열 취약성 경화반 분자 영상법이 성공적으로 실용화된다면, 급성 관동맥 증후군(ACS) 예방을 위해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거나 치료의 대상이 되는 병소를 결정하고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 1. 비ST-분절상승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18F-NaF PET/CT 영상. (A) 관상동맥 조영술 상 좌전하행 관상동맥(left anterior descending coronary artery, LAD)에 culprit 병변(빨간색 화살표)이 관찰되며, (B) 18F-NaF PET/CT 상 culprit 병변에서만 강한 분자영상 신호가 관찰된다.
그림 2. 2세대 고속 OCT/NIRF 카테터 시스템과 근적외선 형광 물질인 ICG를 이용하여 촬영한 토끼혈관 내 영상. (A) 정상 혈관에 비해 (B) 지방이 풍부한 동맥 경화반(흰색 화살표)에서 강한 NIRF 신호가 잡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스케일 바 : 1mm)
그림 3. ST-분절상승 급성하벽 심근경색 환자의 NIRS 영상. (A) 관상동맥 조영술 상 우측 관상동맥의 완전 폐색 소견 및 (B) 혈전 흡입술 후 재개통된 혈관의 사진이며, (C) 재개통 후 시행한 NIRS상 culprit 병변을 둘러싸고 있는 지방핵 경화반(Lipid Core Plaque, LCP)이 잘 관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