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3년 3월 1일부터 2014년 8월 중순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소재의 University of Florida (UF) -Jacksonville Hospital (formerly UF-Shands Hospital) 의 혈소판 연구에 주로 특화된 Cardiovascular Research Lab 에서 이 분야의 key opinion leader 중의 하나인 Dr. Dominick J. Angiolillo 의 지도하에 연수를 하였습니다. 제가 근무중인 한림대 의료원에서 연수허가가 나고 나서, 이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San Diego 지역에 위치한 Scripps Clinic 의 Dr. Matthew Price 에게 연락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진행중인 연구가 없어 연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고, 대신에 플로리다 잭슨빌의 Dr. Angiolillo 에게 추천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플로리다는 미 서부와는 달리 한국선생님들 (특히 심장내과 선생님들)이 거의 연수를 간 적이 없는 곳이라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Dr. Angiolillo 와 연락하였고, 흔쾌히 승락을 받아 연수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막상 와보니 눈부신 햇살에 따뜻한 기온(좀 습하지만 포근한 느낌이랄까)이, 겨울철 감기에 약한 우리 가족 모두에게 너무나 잘 맞는 곳이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해변이 있어 겨울철 한두 달을 제외하고는 자주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해변에 갔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Lab 에서는 주로 혈소판 응집과 관련되어 여러가지 약제의 기능을, 다양한 혈소판 기능 검사 (약동학적 검사, pharmacodynamics, PD) 및 약력학적 검사 (pharmacokinetic, PK)를 통해 평가하는 일들을 주로 했었습니다. Lab 에서의 주된 관심사는 잘 디자인된 PK/PD 연구를 통해, 대규모 임상연구의 단초를 제공하거나 (hypothesis-generating), 임상 진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특히 potent 한 P2Y12 receptor inhibitor 인 prasugrel 과 ticagrelor 의 regimen 연구 (switching, reloading, different formulation 등), 흡연과 항혈소판제의 관련성 연구, 당뇨환자에서의 혈소판 기능 관련 연구 등, 혈소판 연구에 있어서 거의 대부분의 topic을 cover 하고 있고, 산학협동이 잘 이루어져 연구를 지속해 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는 3-4명의 senior post-doc 중의 하나로서, 연구 프로토콜을 만들고 자료를 수집/분석 및 학회 발표 및 논문작성 등의 역할을 하였었습니다. 3-4명의 junior post-doc 들은 주로 환자 스케쥴링 및 동의서 취득, 혈액채취 등을 담당하였고, 간호사(RN) 출신인 research lead 가 환자관련 전체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원내(in-house)연구인력 뿐 만 아니라, 다기관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코디네이터들이 7-8명정도 되며, 연수기간 중에 ISAR-SAFE, ADHOC-PCI, CANTOS, PEGASUS, EUCLID 등의 굵직굵직한 임상들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유명한 lab 답게, 여러가지 혈소판 기능을 평가하는 다양한 장비 (LTA, Multiplate, VerifyNow, VASP assay, TEG 등)를 구비하고 있었고, 숙련된 full-time technician 이 검사를 전담하여 검사의 quality control 을 가능하게 해 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구 대상 환자는 대부분 항혈소판제제를 사용하게 되는 관동맥 질환자로, 저와 동료 연구원들은 종종 혈관조영실과 외래를 다니며, 연구에 등록 가능한 환자들을 screening 하며, 때로는 환자와 면담하며 동의서를 받는 역할도 수행하였습니다. 매 2주마다 research meeting 을 통해 연구의 진행 상황을 모두 공유하며, 진행이 더딘 경우는 보스를 포함한 전 연구원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등(예를 들어 협력병원 환자를 screening 한다든지), 제가 보기에는 매우 active 하게 진행되는 lab 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주중에는 눈코 뜰새없이 바쁘지만, 주5일제가 확립된 나라답게 금요일 오후에는 조금 일찍 퇴근해도 부담이 없고,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가족과의 돈독한 주말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같이 일했던 연구원들 (Drs. Fabiana Rollini, Francesco Franchi, Elisabetta Ferrante, 및 Ana Muniz-Lozano)과의 학문적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교감도 제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많은 가르침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연수기간 중 운이 좋게도, 제가 담당했던 연구로 학회발표도 하였고, 논문도 출간하는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1년반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고, 아직 마음은 플로리다에 있지만, 이제는 다시 꿈에서 깨어나 우리 가족 모두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다시 잭슨빌을 방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의 연수생활이 저와 저의 가족에 있어서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