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회-41회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opinion]

행복교육의 시작, 내가 행복해지는 시간이 열립니다.




경기 양일고등학교 교사 이 수 정
주변 선생님들로부터 서울대의 ‘행복수업’이 참 좋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제가 있는 양평에서 관악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 금쪽같은 토요일을 턱하니 내놓고 행복대학을 다니시는 분들을 보며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그런 그분들이 공통적으로는 하시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힐링 된다!”이고 또 하나는 “선생님도 해봐요!”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교사로서 방학은 또 하나의 수업인 보충수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방학 중 근무, 연수등으로 마냥 쉴 수 있는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겨울방학 보충수업을 하지 않게 되면서 조금 여유가 생겨 당장 ‘행복교육’의 기초 워크숍을 신청했지요. 하지만 1월 워크숍은 벌써 신청이 끝나, 저는 2월에 하게 되었죠. ‘이게 이렇게 인기가 있나?’ 하면서 워크숍을 기다렸습니다.

행복워크숍은 매우 단순한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최인철 교수님의 행복학 특강, 혜민 스님의 특강이 있고 행복수업을 한 교사와 그 수업에 참여한 학생, 학부모와의 토크콘서트 형식의 나눔, 그리고 행복수업을 하는 교사와 함께 하는 수업 체험 등입니다. 저는 그 커리큘럼을 보면서 마음 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의구심, “행복은 매우 개인적인 것인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복을 가르칠 수 있을까?”를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최인철 교수의 행복심리학 강의는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매우 구체화한 데 놀랐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행복의 정의, 조건 등을 하나하나 사례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즐거움’을 느끼고, ‘경험’하고, 무언가에 ‘몰입’할 때라는 것이 저에게는 와 닿았습니다. ‘행복을 가르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조금, 아주 조금 싹텄다고나할까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에 몰입할 수 있도록 수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까? 도덕이나 윤리수업에서나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등등. 이러한 저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행복 수업을 실제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여서 ‘우수진’ 선생님의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선생님은 수학을 가르치셨습니다. 어떻게 수학과목에서 행복교육을 할 수 있을까? 선생님의 수업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 스스로가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자신감 또는 자기효능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행복교육의 핵심임을 깨달았습니다.

교과 내용과 별도의 지도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수학 이론 수업을 모둠으로 진행하면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담임으로서 창체 ‘자율 활동’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학급의 문제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에 대해 대견함,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키워가는 것이었습니다. 도덕수업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우수진 선생님의 수업은 매우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고, 무엇보다도 실제 그 수업에 참여한 저는 뭔가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작은 엽서에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쓰고,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꽃들로 꾸미면서 저는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또 같은 모둠의 선생님들과 서로의 엽서 내용을 나누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삶의 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잘 해내려고 하는 속박에서 벗어나 그저 그 시간을 즐기다 보니 저절로 행복해진 것이지요. 최인철 교수님과 혜민 스님의 특강에서 어렴풋이 행복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우수진 선생님의 수업으로 ‘나도 하고 싶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행복교육을 받은 초등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것까지, 이틀간의 행복교육 워크숍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행복교육 워크숍은 저에게 자신감의 싹을 심어준 시간이었습니다.
‘행복교육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도 해 볼 수 있겠다는 것!
아니, 해 보자! 아이들에게나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뭔가 체계적으로 하고 싶지만 체계를 세우다보면 영원히 못할 테니, 우수진 선생님의 수업을 따라하면서 나의 것을 만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학기 초 아이들끼리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고 서로의 장점을 찾기를 하며 자신감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또 ‘나에게 힘이되는 말’을 쓰게 하고 그것을 코팅하여 나눠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행복 하세요’라는 인사말입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행복 하세요’라고 하는 것이지요.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자꾸 하니까, 몇몇 아이들은 복도를 지나면서 저에게 ‘행복 하세요’라고 인사해 줍니다. 그렇게 저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한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행복교육 이렇게 시작하는 거 맞지요? 시작했으니 이제 꾸준히 걸어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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