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자전거 설명

CULTURE

자전거 설명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최진호

자전거는 취미생활과 운동 외에도 실제 출퇴근과 교통 등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장비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사이클링의 과학적인 면과 취미생활을 기술합니다. 문의사항이 있거나 함께 사이클링을 즐기기 원하시면 부담없이 필자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1. 사이클링의 속도를 결정하는 인자

자전거는 오늘날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이동 수단입니다. 일반인이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 계속 낼 수 있는 출력은 약 50 – 100 W,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는 100 – 200W, 프로 사이클리스트는 400W 이상입니다. 약 0.1 마력 (1 마력 = 735W) 또는 백열전구 2개에 상당하는 비교적 약한 힘으로 일반인은 평지에서 약 15km/h 의 속도로 계속 달릴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는 20 – 25 km/h, 프로 사이클리스트는 35 – 40 km/h 의 속도로 여러 시간 달릴 수 있습니다. 많은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이 서울-부산은 18시간, 서울-속초는 8시간 내에 주파합니다. 자전거의 주행거리 당 소모되는 에너지는 보행의 1/3 미만이며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단위 무게 운반에 필요한 에너지로 비교하여도 자전거는 모든 생물보다 낮으며, 기계 중에서도 자전거보다 낮은 것은 기차와 화물선 뿐입니다 (Radhakrishnan, PNAS 1998; Tucker, Am Sci 1975).


그림 1. 교통수단들의 에너지 (Mega Joule) 대 이동거리 (per 1 km) 의 비율


자전거의 속도는 추진력과 이에 대한 저항이 균형을 이룬 점이므로 주로 라이더의 파워, 공기저항, 및 자전거와 라이더의 무게 세 가지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라이더의 다리 힘이 같다면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 (라이더의 체중) 와 저항 (공기저항) 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림 2. 공기저항, 중력 저항 (= sin(angle) * weight), 및 구름저항


자전거의 속도는 약간의 역풍과 언덕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라이딩하면 중력과 풍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의 속도가 15 km/h 미만에서는 대부분의 저항은 타이어와 지면 및 구동계 마찰에 의한 자전거의 구름저항에서 유래하며, 그 이상에서는 속도의 세제곱에 비례하는 공기저항이 우세하여 30 km/h 이상이 되면 라이더의 에너지는 거의 대부분 공기저항을 이기기 위해 소모됩니다. 이 중 대부분은 자전거 차체가 아닌 라이더 자신의 공기저항입니다. 도로 경사에 따른 중력성분은 경사도의 sine 값과 무게의 곱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빨리 달리려면 라이더와 자전거의 무게를 줄이고, 몸에 달라붙는 사이클링 져지와 빕 (바지) 를 입으며, 자세는 불편하지만 몸을 앞으로 숙일 수 있어 MTB 나 생활자전거보다 전면 투영면적이 낮은 로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습니다. 타임 트라이얼 경주에서는 공기저항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한 전문 자전거 (time trial bike; TT; ‘철인차’) 가 사용됩니다.


그림 3. 라이더 자세에 따른 전면투영면적의 비교


그림 4. 여러 자전거의 전면투영면적의 비교


그림 5. 자전거의 공기에 대한 전산유체역학


그림 6.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타임트라이얼 (time trial, TT) 자전거



2. 자전거의 동력

인체 근육의 출력 특성은 내연기관보다는 모터와 유사해서 낮은 카덴스 (cadence, 분당 크랭크 회전수 [rpm]) 에서 토오크가 큽니다. 카덴스가 높으면 (페달을 빠르게 밟으면) 토오크는 작아집니다. 출력은 토오크와 카덴스의 곱이므로 카덴스가 빠른 편이 전체 출력이 높아집니다.인체 근육은 낮은 부하로 빨리 운동하는 것이 높은 부하로 천천히 운동하는 것보다 피로가 적으며, 이는 높은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는 것보다 작은 계단을 촘촘히 걷는 것이 더 편한 것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토오크에 여유가 많은 느린 속도가 아닌 한 70 – 90 rpm 의 카덴스로 페달을 밟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림 7. 출력 (power) 은 토오크 (N x m) 과 카덴스 (rpm) 의 곱입니다.
연령의 증가에 따라서 최대 출력을 낼 수 있는 카덴스는 낮아지며 최대 출력도 감소합니다.


3. 라이더의 출력과 라이딩 거리

누구나 라이딩 직후에는 다리 힘이 좋아서 이대로 줄곧 달리면 30 km/h 이상의 속도로 어디든지 금방 갈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다리의 힘은 시간에 따라서 급속도로 감소하여 속도는 20 km/h 이하로 줄고 오랜 후에는 지쳐서 쉬게 됩니다. 그 이유를 아래에 설명합니다.

인간 근육의 에너지원은 운동함에 따라서 저장된 ATP 와 creatine phosphate 를 빠르게 소진한 후 무산소 glycolysis 에서 유산소 glycolysis 로 곧 바뀝니다. 따라서 순간적인 가속에는 큰 힘을 낼 수 있으나 장시간 라이딩에서 유지할 수 있는 출력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톱 클라스 사이클리스트는 순간적으로 1200 W 이상 (1.5 마력) 의 파워를 낼 수 있으며 300 – 400 W 의 출력을 장시간 유지합니다. 건강한 성인은 일반적으로 1시간동안 100W 정도의 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림 8. 운동시간 (로그 스케일임에 유의) 에 따른 유지할 수 있는 최대출력


출력을 좌우하는 것은 (비만 등이 심하지 않다면) 대체로 체중에 비례하는 근육의 양 및 훈련된 정도입니다. 이를 나타내는 출력 대 체중의 비 (power-to-weight ratio) 는 사이클리스트의 실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로 널리 쓰입니다. 건강한 일반인의 1시간 라이딩에서 power-to-weight ratio 는 1.7 – 2.0 W/kg 정도이며 프로 사이클리스트는 이보다 3배 높습니다.

따라서 라이딩을 잘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으로 근육의 힘을 강화하거나 체중 (지방) 을 감량하여 power-to-weight ratio 높이고, 이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즉, 다리의 출력을 오랜 동안 높게 유지할 수 있는 라이더가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입니다. 자전거에 속도계 외에 출력계 (power meter) 를 장착하여 직접 출력을 측정하거나 또는 심박계를 몸에 달아서 간접적으로 출력을 측정하면 연습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자세한 물리학적 계산식은 https://www.gribble.org/cycling/power_v_speed.html 등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림 9. 출력 대 체중 비 (power-to-weight ratio, W/kg)


4. 직진, 선회, 및 정지

자전거가 두 바퀴로 넘어지지 않으면서 직진하거나 선회하는 원리는 비행기 날개의 양력처럼 간단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바퀴가 굴러가서 바로 선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바퀴의 gyroscopic effect 나 caster effect 를 인위적으로 차단해도 두 바퀴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Kooijman, Science 2011). 평지를 직진할 때 중요한 점은 머리나 몸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이지 않고 무게중심을 중앙에 두며, 핸들바를 쥔 양 팔에 고루 힘을 주어서 핸들바가 쉽게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전거의 뒷 바퀴는 출력을 담당하며, 앞 바퀴는 다른 바퀴 달린 교통수단과 마찬가지로 선회와 정지를 담당합니다. 자전거는 앞 바퀴를 먼저 방향을 돌려서 선회하지 않으며, 라이더가 자전거 차체를 먼저 선회방향으로 기울여서 선회를 시작합니다. 따라서 급회전을 하려면 차체에 체중을 싣고 핸들바와 함께 크게 선회 방향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핸들바는 순간적으로 선회 반대방향으로 카운터 스티어링을 한 후 차체가 계속 기울어지면서 선회방향을 보게 됩니다. 이 개념은 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 의 자전거 추격장면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림 10. 카운터 스티어링의 개념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뒷 바퀴는 미끄러져도 되지만 앞 바퀴가 미끄러지면 곧바로 넘어집니다. 앞 바퀴 브레이크의 부담은 무겁고 속도가 빠를 수록 커집니다. 따라서 급정지를 하려면 앞 바퀴 브레이크는 뒷 바퀴보다 적어도 동등하거나 더 강하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감속도가 0.5 G 미만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전거가 앞으로 뒤집히는 잭나이프 (jackknife) 현상은 일어나지 않으며, 브레이킹 하면서 몸을 뒤로 빼는 weight-back 을 함으로서 안전하게 급정지 할 수 있습니다.



그림 11. 속도에 따른 앞 뒤 바퀴의 감속 기여도 및 급정지에서 weight-back 자세


5. 자전거의 선택

자전거의 속도는 라이더의 출력과 몸무게가 좌우하고 자전거 차체는 영향이 적습니다. 프로 사이클리스트에게는 조금이라도 빠른 것이 중요하므로 장비에 많은 투자를 합니다. 자전거가 0.1% 빠르면 100km 경주에서 100m 를 앞서나가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에는 안전과 라이딩의 즐거움이 우선입니다. 자전거의 재료의 부품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10년 전의 고급 자전거보다 현재의 중저가 자전거가 훨씬 더 좋습니다. 자전거가 아무리 비싸고 좋아도 중고 스쿠터보다는 훨씬 느리며, 최고급 자전거가 아무리 빨라도 저가 자전거보다 시속 10 km/h 이상 빠르지않습니다. 따라서 의복, 오디오, 자동차 등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입하는 본인에게 디자인과 색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오늘날의 로드 자전거는 인체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여 빨리 갈 수 있도록 지난 백년 동안 자전거가 계속해서 진화해 온 결과입니다. 라이더의 신체에 각종 파라미터를 mm 단위로 조절하여 정확히 피팅을 맞춘 로드 자전거는 놀랄만큼 편하고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숙인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허리가 아프거나 숨쉬기 힘들고 로드 자전거 특유의 드롭바는 브레이킹이나 조향에는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MTB 나 일반 생활차는 자세가 서 있어서 호흡과 핸들링이 편합니다. 미니벨로는 바퀴가 작은 자전거로서 귀엽고 보관하기 편하며 핸들바와 안장이 넓은 범위에서 조절되어서 가족 모두 함께 탈 수 있습니다. 어떤 자전거를 고르더라도 안장 높이와 핸들바의 거리 등 피팅 요소를 잘 조절하는 것이 편안한 라이딩에 좋습니다.

페달에서 뒷 바퀴로 체인을 통해서 힘을 전달하는 구동계의 종류나 모델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변속기가 없는 싱글기어 자전거는 단순하여 고장이 적고 저렴하며 급한 언덕이 아니라면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변속기가 있는 자전거는 속도의 폭이 넓거나 급한 언덕을 오를 때 편하며, 외부에서 여러 톱니바퀴 (스프라켓) 이 많이 보이는 외장 변속기는 구동계 저항이 적은 대신 손상이나 잔고장이 많고, 허브 안에 기어가 내장되어 보이지 않는 내장 변속기는 그 반대입니다. 구동계 선택에서 중요한 점은 원하는 속도 범위에 적합한 최대 및 최소 기어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급한 언덕을 자주 오른다면 넓은 기어비를 갖춘 스프라켓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12. 변속기 기어 비율과 주행 속도 범위


6. 자전거의 안전성

자전거 라이더는 보행자보다 위험합니다. 전복사고, 건물이나 보행자와 충돌 등 여러 위험성이 있으며 가장 중요한 안전성 문제는 자동차와의 충돌사고입니다. 나라마다 자전거 라이더의 사망자 수가 크게 다르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 라이더를 잘 의식하고 있는 나라일수록 사망자가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각국의 대도시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데 한국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비교적 잘 정비된 편입니다.

헬멧이나 라이트, 야간 반사조끼 등은 안전에 중요한 장비입니다. 그러나 국가별로 비교하면 헬멧 착용률과 사망률은 반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정비례합니다. 헬멧 착용을 강제한 후 사망률 감소 추이를 보여준 결과는 적습니다. 이러한 데이타를 보면 인체가 외부에 노출된 자전거의 안전은 개인의 안전장비로 확보할 수 없고 자전거와 자동차를 다른 도로로 달리게 하거나 또는 서로 상대방을 잘 의식하고 도로를 서로 양보하도록 하는 것임을 (‘Share the road campaign’) 알 수 있습니다.

7. 자전거 출퇴근

자전거 출근 (자출) 및 퇴근 (자퇴) 에서는 차량과 보행자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차도 또는 인도를 안전을 최우선으로 달리는 것이 권장됩니다. 야간에 달린다면 앞뒤 라이트를 여럿 달고 야광 반사조끼를 입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와서 노면이 젖으면 타이어의 마찰계수가 낮아져서 인도의 둔턱이나 과속방지턱, 포장도로 바닥의 페인트 표시, 아스팔트가 아닌 금속 부위 (맨홀 뚜껑 등) 등이 매우 미끄러우며, 주행 중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부위는 최대한 운동량의 변화가 없도록 가감속을 하지 않고 직진으로 통과합니다. 둔턱이나 맨홀 뚜껑은 비스듬하게 넘어가지 않고 90도 각도로 똑바로 넘어가도록 합니다.

인체 근육의 열효율은 약 25% 이므로 60W 에너지로 15km/h 로 달리는 라이더는 등이 180W 히터를, 150W 에너지로 30km/h 로 달리는 라이더는 450W 히터를 등에 짊어지고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의복과 장갑, 목도리 등으로 보온만 잘 하면 영하의 날씨에도 단거리 라이딩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눈길은 매우 미끄러우므로 라이딩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13. 자전거와 발열


8. 자전거 취미 라이딩 및 여행

자전거 라이딩은 주요 강변에 잘 정비된 자전거 전용도로나 차량이 적은 국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충분히 실력을 쌓으면 남산이나 북악산 등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나아가서 강원도나 도시간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스트라바 (strava) 등의 앱으로 주요 자전거 경로와 라이더들의 기록을 실시간으로 알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해외, 특히 유럽에는 라이딩 인구가 매우 많고 자전거 렌탈샵과 환경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외국의 산과 들을 자신의 두 다리로 페달을 밟고 달리면 현지의 요리와 와인의 맛을 보다 잘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