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 다가오는 미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Special Feature

다가오는 미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강시혁

인류가 기록하고 저장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고한 앨빈 토플러가 예측했던 “정보혁명”이라는 이야기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개인의 필요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정보 소유의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유권자들이 다양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의료는 단연코 다른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정보가 축적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라는 용어는 이와 같이 기존의 관리 수준을 넘어서는 큰 규모의 정보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로 축적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이런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에서 활용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겠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가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입니다. Mobile device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삶 속에서 발생하는 데이터(life-log)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digital health 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크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것이 또 유전자 정보입니다.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도 빅데이터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주제입니다. 본고에서는 주제별로 최근 임상에 시도되고 있는 실례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Digital health
지난 3월 ACC에서 발표된 Apple Heart Study는 40만명이 넘는 Apple watch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였습니다. 이전에도 mobile device를 이용해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을 진단하기 위한 노력은 많이 있었는데, 이 연구는 Apple Watch와 iPhone만으로 불규칙 맥박(irregular heart beat)을 식별해냈다는 점을 자랑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전체 대상자 중에 불규칙 맥박이 발견된 사람이 0.52%에 그친다는 점, 그리고 결국 심방세동 확진을 위해 ECG patch가 필요했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igital health가 말은 무성한데, 아직까지 심방세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어쩌면 digital health는 질병의 조기 진단보다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격려하는 역할에 그칠지도 모르겠습니다.

2. Precision medicine
순환기내과에서는 아직 precision medicine이라는 용어가 낯설지만, 혈액종양내과에서는 이미 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방암의 경우 수술이나 조직검사를 통해 얻은 암조직에서 돌연변이를 찾는 검사들이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Oncotype Dx는 FDA 승인을 받고 상용화된 서비스 중 하나로, 임상 진료 가이드라인에 위치를 잡았습니다. 21개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재발 위험을 분류하고 이에 따라 다른 항암치료 전략이 추천됩니다. 다양한 암에서 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가 시행되고 있고, 연구 수준이 아닌 임상 진료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은 양이 방대하고 해석이 쉽지 않아서 빅데이터에서도 관심 받는 주제입니다. 순환기내과 영역에서는 한때 genome-wide analysis가 많이 이루어지면서 9p21 염색체의 돌연변이 등 관심을 받은 유전자가 있었지만, 아직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차예방 영역에서는유전자 연구를 통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려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연구에서 예측능력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Framingham risk score나 pooled cohort equation과 같은 기존의 예측 모델과 비교해 개선되는 정도가 크지 않아서 기대보다는 실망을 더 크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3.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압도하면서 한국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기도 했죠. 마치 미래의 일일 것 같았던 인공지능은 어느새 우리 진료실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2017년 Google 연구진은 9963장의 안저사진을 기계학습 시켜서 당뇨병 망막병증을 진단하는 deep learning algorithm을 개발한 결과를 JAMA에 발표했습니다. Validation cohort에서 성능을 평가한 결과 AUC는 99% 이상, sensitivity와 specificity 모두 95%에 육박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자들은 최근 병리조직으로 관심사를 옮겨서 유방암, 피부암 등 다양한 암을 높은 수준의 정확도로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병리 진단과 영상 진단을 하는 알고리즘을 상품화하고 있는 회사들까지 등장했습니다.

영상의학과와 병리과는 인공지능의 파고를 온몸으로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영상의학과는 공포에 사로잡힌 게 아니라 그 파도에 올라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상의학과의 많은 연구자들은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고, 조만간 더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인공지능 때문에 영상의학과라는 존재가 사라질까봐 걱정하지는 않나요? 제 생각임을 전제하면, 인공지능 덕분에 영상의학과 의사의 업무효율이 더 높아지고 영상검사에 대한 더 많은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에서는 심정지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AI 알고리즘이 감시자처럼 입원 환자들의 활력징후와 검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가 심정지 발생 위험이 높아지면 미리 신속대응팀에 경고를 준다고 하는데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정말 잘 활용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임상현장에서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