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9년 6월부터 Stanford Cardiovascular Institute의 Joseph Wu 선생님 연구실에서 장기연수를 시작하였습니다. Wu 선생님은 대만에서 태어난 이민 1.5세대로 Yale 대 의대 출신에 현재는 Stanford Cardiovascular Institute의 director 이면서 AHA BCVS (basic cardiovascular science council)의 chair 를 맡고 있습니다. Wu 선생님 lab은 주로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의 임상적 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iPS는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던 핵치환 기술을 이용한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와 달리 단지 4개의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를 완전히 분화된 성체세포에 넣어주면 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de-differentiation)한다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이를 구상하고 실현하여 2006년 학계에 보고한 Yamanaka 선생님은 그 공로로 2012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아주 보편적인 개념이 되어 iPS 뿐만 아니라 iPS에서 분화시킨 특정 세포들도 상업적으로도 쉽게 구매해서 실험을 할 수 있는 시절이 되었는데, 10여 년 전 iPS의 개념의 초창기에 역분화의 기전과 관련된 아주 basic 한 연구에 집중한 Harvard 대학의 여러 연구팀들과 달리 Wu 선생님 lab은 당시부터 이의 임상적 응용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는 iPS나 이로부터 분화시킨 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에 대한 연구 비중은 오히려 크지 않고 주로 iPS를 이용한 심혈관계 유전성질환의 병태생리 규명이나 약제 screening 등의 응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환자로부터 심근세포를 직접 얻어 배양 후 세포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은 시료의 채취에 제한이 있고,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아 충분한 수를 얻을 수 없는 심근세포의 특성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iPS를 이용하면 이론상 무한대로 원하는 만큼의 심근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심근 세포연구의 breakthrough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로써 비후성심근병증이나 특정형의 확장성심근병증 등 심혈관계 유전성 질환의 병태생리를 밝히는 연구나 patient-specific 심근세포를 얻어 약제 스크리닝을 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응용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cutting edge에 있는 lab이라 하겠습니다. 반면 실험실의 관심사가 iPS에만 집중되어 있어 의외로 시야가 넓지 못하다는 것이 연구실의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Wu lab은 구성원이 60여명에 달할만큼 대규모인데 그 중 postdoc 이상의 인력이 90%를 넘게 차지하고 대학원생들은 네댓명에 불과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고급인력을 대규모로 꾸리는 만큼 양질의 연구를 한 달에만 여러 편씩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만 Nature, Cell의 자매지에는 많은 논문을 실음에도 이른바 CNS (Cell, Nature, Science) 저널 자체에 발표한 논문은 1-2편에 불과하다는 점이 cutting edge에 서 있는 lab으로서는 약점이라 하겠습니다. Lab의 분위기는 철저한 신상필벌에 기반하고 있어서 누구나 변변한 책상이나 의자도 없이 lab 생활을 시작하고, 자신이 작성한 grant가 통과되어 연구비를 따오면 그 수준에 따라 좋은 자리로 옮겨가는 시스템인 점이 인상적입니다. 반면에 lab 생활 자체에 대한 간섭은 없어서 자기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 연구실에 나와도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곧 철저하게 ‘결과물’에 의해 평가받고 그 만큼 대우받는 시스템입니다.
생명과학분야 기초연구를 하는 미국의 lab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연구실 인력의 90% 이상이 동양계이고 그 중 80%가 중국인, 10%가 인도인 정도로 생각됩니다. 요 몇 달 사이 저를 비롯하여 한국인도 여러 명 합류하여 총 5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습니다. 기초실험이 워낙에 그렇지만 특히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양액을 갈아주어야 하는 iPS의 특성상 연수 생활이 ‘아주 여유롭다’는 느낌을 갖기는 어렵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Bay area에서의 생활의 가장 큰 단점은 집 rent비 일 것입니다. 조금 괜찮은 1 bedroom을 구하자면 대개 한 달에 4,000달러 내외이고 아무리 아껴도 3,000달러 이하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곧 집 렌트비로만 한 달에 500만원 가까이를 지불해야한다는 것인데, 특히 자녀가 있어 2 bedroom을 구해야한다면 그보다 100-200만원을 더 지불해야합니다. 덕분에 먹는 것을 열심히 아끼고 있습니다. Stanford 에서 드물게 10달러 이내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메뉴인 마르가리타 피자 2 slices + small soda 콤보메뉴를 6달러 내고 먹고 저녁은 라면보다 끓이기 쉽다는 것을 깨달은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질리지 않고 잘 먹고 있습니다. 생활비가 비싼 bay area 답게 대학에 규정되어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저급여도 높아서, 박사를 갓 마치고 합류한 postdoc의 급여가 제가 서울의 병원에서 받는 연수비용보다 많다는 것을 ‘박봉에 고생할 postdoc’들에게 간단하나마 밥이라도 사 주다가 알게 되어 깜짝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Bay area 생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이 ‘좋은 날씨’라고 들었는데 확실히 구름 한 점 없는 건조한 날씨에 미세먼지도 없는 나라라 비나 안개 한 번 없이 파란 하늘을 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날씨’인 것 같은데 저처럼 더위를 못 참는 사람에게는 1시간 이내 거리인 샌프란시스코의 시원한 날씨가 더 적합해 보입니다. 바다에 둘러싸이고 언덕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이 근방에서도 유독 시원한 날씨가 이어지는 특별한 곳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샌프란시스코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연수 생활이 3개월 가까이 지나는 참입니다. 세월이 유수임에 갈수록 놀랄 뿐입니다. 앞으로의 연수 생활에서 새로운 시각과 좋은 경험을 쌓고 돌아가고자 합니다. 다음 기회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