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No.3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JULY 2021
Life Style: Culture & Hobby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홍범기  |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저녁모임 등에서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각자 좋아하는 취미나 스포츠쪽으로 자연스럽게 주제가 옮겨가게 되고, 특히 참석자들 대부분의 공통분모가 하나 확인되면 그 날 저녁은 그것으로 끝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골프가 가장 많이 하는 취미 겸 스포츠인 것 같고, 우리 심장내과 분야에서 수준급 실력을 갖춘 분들도 심심치 않게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모임에서는 골프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자세와 테크닉 등의 다양한 주제가 이어지고, 간혹 어떤 참석자는 이번에 이런 ‘무기’로 바꾸었더니 거리가 더 난다든지 하면서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미국연수 중 입문한 셈이니 1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당시 구입한 중고 캘러웨이 아이언 X-16 세트와, 헤드 속이 골았을 것이라는 절친 최모 교수의 핀잔에도 꿋꿋하게 Cobra King 드라이버를 매 라운드 가지고 나가 휘두르면서, 캐디의 측은지심에서 우러나는 ‘무한한 배려’ 덕에 그나마 5-10타를 줄인, 90-100타 사이를 전전하고 있는 내 처지에서는 속도 쓰리고 그냥 멀뚱멀뚱 안주만 더 먹게 만드는 주제이긴 하다. 하지만, 골프는 단지 타수를 줄이는 목적만이 아닌, ‘함께 어울림’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것들 보다 월등한 위치에 있는 스포츠임은 분명하다.

어떤 면에서 수영은 골프와 정반대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수영을 하면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눈다는건, 인간이 돌고래처럼 초음파를 이용한다면 모를까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고, 일단 숨이 턱에 차는 상황에서 개거품이나 물지 않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물론, 수영장에서 대화를 못나눈다고 할 수는 없는데, 수영장 한쪽끝에 옹기종기 모여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 가능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중년들이 수영팬티만 입은 상태로 물속에서 때론 진지하게, 그리고 때론 낄낄대면서 몇 시간씩 이야기하면서 서있는다는건 ‘악명 기네스북’에 올라갈 만한 일일 것이다.

뭐, 위의 간단한 비교가 아니더라도, 수영은 여러 면에서, 일반적으로 추천되지 않는, ‘비추’ 취미/스포츠임에 틀림 없지만,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이는 내가 수영의 모든 영법을 완전히 자유자재로 통달했기 때문도 아니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현란한 속도로 수영을 할 수 있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아주 느린 속도로 자유형만 한다. 이 글은 전적으로 ‘자유형’ 수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임을 미리 알려드린다. 그러고 보니, 수영을 시작한지도 올해로 딱 20년이 되었다. 심장내과 전임의와 패컬티 초창기에 점점 늘어나는 체중과 뱃살을 해결 해보려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시작한 운동이 3개월 후 수영으로 바뀐 것이다. 식사조절과 함께 거의 매일 10Km를 한 시간에 달리는 런닝머신으로 3개월만에 체중은 많이 줄었는데, 체중을 줄이겠다는 일념만으로 한 운동이기에 근육까지 함께 줄었고 또 무릎도 약간 불편해지는걸 느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영은 그런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이점이 있는 스포츠다.
수영의 장점이야 너무도 잘 알려져있어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 만큼은 꼭 언급하고 싶다. 수영은 다른 어떤 유산소운동에 비해 운동강도가 높고, 특히 차가운 물에서 하는 운동이다보니 체온을 빼앗기면서 에너지 소모가 더 많아진다. 게다가 물의 저항을 이기고 스트로크를 하면서 발차기를 하기 때문에 전신 근력운동도 되고, 물에서 몸의 종축 균형을 잡아야하기 때문에 중심근육이 발달하는, 소위 코어운동도 된다. 중력과 무관하기 때문에 고관절 및 무릎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수영의 장점이다. 그런데, 수영을 해도 체중이 안 빠지거나 오히려 늘어난다는 ‘특수체질’이 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딱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수영을 제대로 한다면-강습을 받는 경우가 전형적인데- 수영 후 엄청난 허기를 느끼고 또 운동 좀 했다는 보상심리에서 그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칼로리 섭취를 하는 경우, 혹은 수영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이다. 수영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방법’과 ‘기술’들은 너무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수영처럼 ‘장비’ 비용이 적게 드는 스포츠나 취미도 드물것이다. 수영복, 수영모, 그리고 물안경이면 끝인데, 따져보니 비용 뿐아니라 부피도 가장 적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수영이 좋다고 알고 있지만 선뜻 안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 듯하다. 일단 물속으로 첫 입수할 때 차갑고 서늘한 느낌이 너무 싫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맞는 말이다. 수영을 오래 해온 나도 그러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답니다’…다. 편도 25m만 해보시라! 첫 입수의 불쾌한 기억은 온데간데 없고 물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1.0Km 이상 하다보면 오히려 덥게 느껴진다. 그러니 첫 입수만 참으시라! 물론, 수영장에서 ‘물속 휴식’에 더 집중한다면 첫 입수의 불쾌감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이 느낌이 정말 싫은데 수영이 꼭 하고 싶다면, 지금은 고인이 된 조오련 선수가 주말 예능프로그램에서 한일해협을 수영으로 건널 때 입고 나온 체온 유지용 전신수영복을 입는 것도 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일반 실내수영장에서 이렇게 입고 나타나면, ‘수영장에 바다 코끼리가 출몰했다’고 신고가 들어갈 수도 있으니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건 필수다.

이 문제가 아니라면, 거의 십중팔구 숨쉬기 문제일 것이다. 어찌보면 수영은 숨쉬기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영을 해보면 알지만, 자유형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바로 몸이 물속으로 꼬르륵 가라앉는데, 버티려고 팔과 다리의 ‘허우적거림’은 더 많아지고 숨은 더 차서 고개를 다시 들고...결국 악순환의 반복이고 바로 포기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아주 조금은 되겠지만 운동이란 자고로 ‘지속성’이 중요한 것이라! 숨쉬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당사자가 힘든건 물론이지만, 밖에서 보는 이들까지도 숨을 몰아쉬게 만들기도 한다. 자유형시 숨쉬기도 자연스럽게 하면서 소모되는 에너지 대비 추진력과 스피드를 내는 효율성을 위해서는 ‘롤링 (rolling)’이 그 해결책이다 (동영상 참조).
‘롤링’이란, 몸은 최대한 쭉 펴고 머리를 포함해 상하체가 함께 몸의 종축을 중심으로 약 30-40도 정도 좌우로 흔들흔들 움직이면서 전진하는 것인데, 고개는 몸이 돌아가는 쪽으로 살짝만 돌려 물 밖으로 고개와 상체 일부가 ‘잠깐’ 나왔을 때 숨을 빨리 들이마시면서 거의 연이어서 스트로크를 하면 된다. 롤링은 물에 닿는 (상체) 체표면의 감소를 통해 물의 저항을 줄여주고 동시에 종축 비틀림을 통해 상체 스트로크 뿐 아니라 하체의 발차기도 더욱 효율적으로 하도록 해준다. 물론, 롤링을 하려면 수영의 기초는 충분히 다 익힌 상태여야 하고, 엎드린 자세로 물에 떠서 종축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롤링’을 너무 과도하게 50-60도 이상, 혹은 거의 90도에 가깝게 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되는데 오히려 스피드나 추진력이 떨어지는건 물론 힘만 낭비하게 된다. 자유형 수영 중 종종 옆 레인에서 같은 방향으로 동일한 자유형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간혹 과도한 롤링 때문에 물속에서 나를 향해 만세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오징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영장에서 ‘수영 중에만’ 볼 수 있는 ‘웃프현상’의 하나다.

물이 많이 튀면 발차기를 잘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많은 경우가 비효율적인 발차기로 힘만 낭비한다. 롤링시 하체 비틀림이 발쪽에서 최대로 된다는 느낌으로 ‘수영장 바닥쪽’으로 차야 하고, 물 밖으로 발바닥은 가능한 적게 나오도록 하면서 무릎은 굽히지 않아야 한다. 어찌보면, 골프 백스윙의 비틀림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자유형에서 발차기의 주기능은 하체가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킥판을 양발 사이에 끼고 수영 해본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양팔 스트로크 만으로도 충분한 스피드를 낼 수 있고 힘도 덜드는걸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킥판을 사용하면 발차기로 사용되는 에너지를 스트로크에만 이용하기 때문에 스트로크가 많아지고 속도도 더 증가한다.

수영을 좋아하고 오래 해오면서 초기에는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그냥 몸이 편한 방향으로 수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사실 강습도 더 하고 정보도 더 찾아보면 실력이 늘겠지만 시간적 제약과 ‘귀차니즘’이 그런걸 허락하지 않고 또 나이가 들면서 점점 편한 방법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수영을 하면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있는데, 한 시간 조금 못되게 수영장 바닥과 옆 레인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을 되뇌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종종 중요한 것을 결정하고 계획하기도 하니, ‘수영사색 (水泳思索)’이라고나 할까.

여전히 나는 골프를 잘 치고 싶고 라운딩 일자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설레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수영은 더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