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No.2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APRIL 2021
People in KSIC

뜻하지 않은 Detour를 만나다.
(UC Irvine 연수를 다녀와서…)


윤혁준 | 계명의대 동산병원
안녕하십니까?
여러 선생님들께 직접 뵙지를 못하고 이렇게 서면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던 중 학회에서 해외연수기를 부탁받고 잠시 그 시간들을 돌아보았습니다.

먼저 연수를 준비하던 과정을 돌아보자니 가기 전부터 어디로 갈지 정말 많이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연수를 다녀온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과 조언이 있었는데 이를 정할때 까지 머릿 속으로 세계 일주를 몇 번씩 했던지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연수를 계획하면서 여러 곳을 소개 받고 인터뷰도 하던 중 제가 일하는 계명대 동산병원이 이전을 하는 시기에 여러가지 바쁜 여건 속에서도 2019년 2학기 연수를 허락해 주셨고 마침 제가 평소 관심있어 하던 Structural heart disease 및 OCT 관련 기초 의공학 부분을 연수할 수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어바인 (이하 UCI)에서 2019년 8월부터 연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바인은 로스앤젤리스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샌디에고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서울로 치면 수원이나 분당 같은 위치에 있는 곳입니다. LA 국제 공항에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위치이고 한국인도 꽤 많이 거주하는 곳 입니다.

UCI는 1964년에 설립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대학이지만 어바인이라는 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UCI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듯이 이 곳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매우 발전하고 있는 대학입니다.
주변에도 많은 기업과 연구소들이 위치해 있고 저희에게 TAVR로 친숙한 EDWARDS의 Headquarter도 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Director인 Pranav Patel 선생님은 Structural heart disease를 주로 맡으시고 intra-coronary imaging에 대한 중개 연구를 하였는데 UCI 의공학과에 있는 유명한 연구소인 Beckman Laser Lab이 있어서 IVUS OCT combination catheter은 물론 여러 질병에 대한 OCT의 활용에 대한 연구가 아주 활발한 곳 이었습니다. 또 자매병원인 Long Beach Veterans Hospital에 예전 SCAI 회장이었던 Morton Kern도 UCI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도착하고 처음 UCI에 나가기 시작한 무렵 이곳에 MitraClip을 시작하여 Proctoship 프로그램까지 함께 참가하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또한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Structural Heart Disease Conference가 있어서 처음부터 기초적인 대상환자 준비로부터 시술 과정을 볼 수 있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case를 볼 수 있었고 또한 연수 막바지에 소개된 4세대 MitraClip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이 곳에 와 계신 유철웅 선생님과 김태훈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중재학회식구가 무려 세 사람이나 같은 지역에 있어 자주 뵙고 가족끼리 모여 식사도 하고 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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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유철웅 선생님 댁에서 김태훈 선생님과 함께 2019년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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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2020년 10월 4세대 MitraClip 첫 케이스를 기념하며

하지만 연수시기의 절반이 지나고 막상 같이 간 아들 둘도 잘 적응을 하던 시기에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고 미국도 학교도 모두 close 되었고 주변에 연수 중인 분이나 유학 중인 학생들도 자국으로 떠나는 상황에 저도 연수 떠나기 전 부터 계획했던 미국의 기나긴 여름방학을 이용한 캐나다 록키여행, 알래스카, 미동부 여행이 모두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특히 LA쪽도 상황이 심각해서 저도 한 동안 필수적이지 않은 병원 출입의 금지 명령도 있었고 아이들 학교 수업이 Zoom 수업으로 대체 되면서 옆에서 같이 한동안 딱 붙어서 봐줘야 하는 시기가 한 달 정도 있었습니다. 제가 연수 가기 전 만난 여러 선생님들이 연수가서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하셨는데 정말 역대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저도 Beckman Laser Lab으로 연결해 주신 일이 중단되고 Zoom 미팅으로 바뀌게 되어서 한 동안 좀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스크도 못 구해 변변찮은 복면 두르고 이리 저리 화장실 휴지와 물 기초 식품이 동나서 구하러 다니던 일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서부지역 최악의 산불로 인해서 저도 2번 강제 대피를 하게 된 일도 있었네요.

여기서 알게 된 교포분이 미국 생활 하면서 이렇게 파란만장한 해가 다 있나 하시던데 왜 하필 나의 황금같은 연수시기에 이런 일이 했지만 되돌아보니 이런 시기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원없이 보낼 수 있었고, 또 독특한 여행들도 많이 다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여러 곳이 폐쇄된지라 정보도 없이 무계획으로 떠났던 수많은 로드트립들... 숙소도 목적지도 없이 떠났다가 때로는 허탕도 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멋진 풍경을 호젓이 감상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으로서 불안해 하는 내색도 못하고 숙소에서 새벽마다 다음 날 행선지 동선 짜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늘 계획하고 걱정하는 것으로 일이 진행되는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즐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해안을 따라서 매일 일정없이 지도보며 떠났던 캠핑카 여행과 아들과 함께한 자전거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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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락다운 기간 중에 즐거움이었던 자전거 하이킹

연수를 마무리 할 무렵 마침 미국 캘리포니아는 코로나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서 LA는 하루 5만명 감염이라는 믿기지 않을 숫자를 기록함에도 거리에 마스크 쓰지 않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미국에서 감염병에 대한 무질서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하던 병원 주차장에 임시 텐트 병상과 모바일 MRI, PET 트레일러가 설치 되고 인력도 지원 되는 모습은 부럽기도 했습니다. 또 12월 들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승인되자 마자 병원 출입하는 모든 인력들을 순서를 나눠서 접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cardiology에 속해 있어서 1순위군으로 접종을 받아 저는 국내에 몇 안되는 모더나 백신 접종자가 되었습니다.

2020년 말 귀국할 무렵에 짐을 정리하면서 당시 미국으로 연수 오시는 분이 없어서 흔히 하시는 개러지 세일도 제대로 못하고 가구 분해해서 버리느라 애 먹었던 일, 이사업체들도 상당수 문을 닫아 마칠 때 까지 여러가지 일 많이 겪은 듯 합니다.
하지만 1년 반 이렇게 많은 일들 속에서도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가족들 모두 좋은 기억을 듬뿍 가지고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 어쩌면 코로나 판데믹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나 자신과 가족들의 또 다른 면들을 알게 된 귀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치면서 병원 이전으로 힘든 시기에 연수를 다녀오며 제가 남긴 짐을 나눠 지시고 늘 저를 배려해 주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심장내과 김권배 의료원장님과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 심혈관중재학회의 여러 선생님들을 어서 뵙고 인사 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올해도 선생님들의 행복과 돌보시는 환자들의 건강이 함께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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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늘 멋진 석양을 보여주던 어바인 주변 비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