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No.1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JANUARY 2022
Life Style: Culture & Hobby

복싱의 즐거움


이민호  |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수가 없지”. 제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가장 공감했던 대사입니다. 복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는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직접 해보면 더욱 빠져들게 되는 운동이 바로 복싱입니다. 단언컨대 복싱은 가장 매력적인 운동 중 하나입니다.

이전부터 막연한 관심이 있었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복싱을 제가 직접 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훌륭한 체육관이 제가 근무하는 병원 근방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결과 저는 6년째 복싱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지도 어플로 검색을 해보면, 우리 주위에 복싱 체육관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싱 체육관은 정통 복싱을 추구하면서 선수 육성도 하는 체육관도 있지만, 다이어트를 주 목적으로 하는 뮤직 복싱 위주의 체육관도 있고, 복싱은 물론 킥복싱, 주짓수, 레슬링 등의 다른 운동까지 함께 수련하는 체육관도 있으니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복싱은 등록비가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되어 있고, 체육관 등록 시에 기본 장비들이 제공되므로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복싱 체육관은 기본 자세 연습과 미트 트레이닝 및 샌드백 트레이닝을 위한 공간, 스파링을 위한 링, 유산소 운동 및 근력 운동을 위한 공간으로 구분됩니다 (사진 1).
체육관에 도착하면 런닝 머신, 사이클 등으로 준비 운동을 하고 줄넘기로 가볍게 몸을 풀게 됩니다. 이후 전면의 전신 거울을 보면서 펀치, 위빙, 더킹 등의 기본 자세를 연습한 후에 관장님과 미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피치를 올립니다. 이후 쉐도우 복싱 및 샌드백 트레이닝을 하고, 관장님 지도 하에 스파링을 하거나 (사진 2) 유산소 운동 및 근력 운동을 추가하고 마무리합니다.

여느 운동과 마찬가지로, 복싱 역시 장비욕이 생기게 되면 글러브는 물론 헤드 기어, 복싱화, 낭심 보호대 등의 장비들을 위닝, 그랜트와 같은 고급 브랜드로 모아가기도 합니다. 또한, 복싱을 하다 보면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기 마련인데, 대표적인 예가 생활체육대회에 참가하거나 프로복서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생활체육대회는 프로복서가 아닌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국복싱협회 혹은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본인의 연령대와 체급에 맞게 참가하여 비슷한 조건의 상대와 시합을 하게 됩니다. 프로복서 라이선스를 얻기 위해서는 한국권투위원회 등의 복싱 기구에서 개최하는 프로 테스트에 참가해야 합니다. 실제 프로 시합과 동일한 규격링에서 주심과 부심 입회 하에 벌어지는 프로 테스트에서 합격하게 되면 프로복서 라이선스를 받게 되고, 프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집니다. 저는 2019년에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여 프로복서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체육대회나 프로 테스트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익숙한 체육관에서 미트 트레이닝, 쉐도우 복싱, 샌드백 트레이닝 및 스파링을 꾸준히 하다 보면, 심혈관 질환 관련 각종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하는 중강도 혹은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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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복싱 체육관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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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관장님 지도 하에 스파링 하는 모습

복싱을 하면서 얻는 재미가 커질수록, 복싱을 보는 재미 역시 커지게 됩니다. 힘들다고 말로만 들었던 복싱을 실제로 접하여 잽, 스트레이트, 훅, 바디, 어퍼 등의 공격 기술과 위빙, 더킹 등의 회피 기술을 하나하나 익히고, 이렇게 배운 기술들을 ‘세상에서 가장 긴 3분’인 스파링을 통하여 링 위에서 활용해 본 적이 있다면, 기존에 본 적이 있는 복싱 경기 조차 새롭게 보이게 됩니다.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컴비네이션 공격뿐만 아니라,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회피 기술과 스텝, 균형 감각, 맷집과 체력, 그리고 멘탈에 감탄을 연발하며 더욱 몰입하여 복싱 경기를 보게 되고, 이는 운동의 또다른 활력소이자 훌륭한 동기 부여가 됩니다. 만약, 자신이 몸담은 체육관의 선수가 출전하는 시합을 직관하게 된다면, 세계적인 선수들의 명경기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다니는 체육관에서 관장님께서 열정적으로 가르친 선수이자, 저에게는 코치로 수년 동안 함께 운동했던 세 명의 선수가 한국 챔피언과 아시아 챔피언이 되는 경기들을 링 바로 앞에서 직관했는데, 아직도 그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사진 3).

막연한 선입견과는 달리 복싱은 위험한 운동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지도 하에 기본 장비들을 잘 갖춘다면 복싱은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그리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또한 복싱은 균형 감각, 근력은 물론 자신감까지 함께 기를 수 있는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보기만 하는 운동이 아닌, 실제로 하는 운동으로서의 복싱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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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코치님의 IBF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전 승리 후 관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