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보다 오랜 시간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언젠가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그림을 보러 다니겠노라’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순환기내과 중재시술 의사의 삶은 이런 여유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멋있게 차려입은 노년의 신사부터 한껏 멋을 부리고 높은 구두를 신고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아가씨들까지 많은 사람들 이야기 하는 소리 “나는 이 작가가 좋아, 나는 싫어, 도대체 이건 뭘 의미하는 거야, 나도 이건 그리겠다. 요즘 이 작가가 뜨고 있데, 이 그림이 요즘 얼마인데, 작년보다 몇 배 올랐데, 이 사람 그림은 연예인 누구누구가 샀데”. 왜 그림을 보러 와서 저런 소리를 할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그래도 이 느낌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지난 2년간의 역병으로 인해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과 마음의 편안함을... 그래 그냥 신경쓰지 말고 즐기자. 연차를 내고 4시간 넘는 시간동안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면서 느꼈던 아트페어의 낭만, 나는 이것이 그리웠다.
2022년 봄 부산에서는 두 번의 중요한 아트페어인 ‘부산 국제 화랑 아트페어 (BAMA) 2022’와 ’아트 부산 (Art Busan) 2022’가 열렸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트페어를 가더라도 사람이 많이 없어 서두르지 않아도 편하게 그림을 보고 즐길 수 있었는데 2020년부터 불어 닥친 ‘아트테크’의 광풍으로 인해 풍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올해 갔던 아트페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아트페어 가면 걷지 말고 뛰어라’ 요즘 갤러리 관계자들이 하는 말입니다. 백화점 명품관의 신상품, 한정품을 사기 위해서 새벽부터 줄선 사람들이 문을 열자마자 뛰는 ‘Open Run’처럼 투자가치가 있는 작품을 구하기 위해서는 ‘Open Run’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BAMA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 제 옆에 있었습니다. ‘BTS의 RM’ 이런 행운도 있었네요.
제가 미술 작품을 좋아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위 분들은 제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나도 그림 사고 싶은데 어떻게 사야하는 거니?’, ‘어떤 그림을 사야하는 거니?’, ‘이 작가는 가격이 투자가치가 있을까?’ 등의 많은 질문을 합니다. 어떤 작가를 사야하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 를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미술 작품은 걸어 두고 감상하는 것의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투자의 가치가 있으며 감상과 투자 측면에서 각각의 비율은 자신이 생각하는 미술작품의 가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두 번에 걸쳐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방법과 미술 작품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럼 첫 번째로 작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방법, 취향을 알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림 1] 2020년 아트페어에서 조각가 ‘김우진’ 작가와 함께
1. 미술관과 갤러리를 가라.
미술 작품을 보는 것도 결국은 개인의 취향이 중요합니다. 쉽게 사고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므로 내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작품을 가지고 싶은지에 대한 취향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은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많이 경험하고 봐야 합니다. 국내 학회, 해외 학회 갈 때면 언제나 시간적 여유만 허락한다면 그 지역의 유명한 미술관을 갑니다. 제 인생에서 절대로 살수 없는 가격이지만 한 번은 들어보거나 본 적이 있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직접 보는 감동을 느끼고, 동시대의 유명 작가의 전시회를 보고, 이름도 모르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경험한 만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관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심장관련 학회가 많이 열리는 세계 각 도시에는 전부 소개할 수도 없는 유명한 미술관과 갤러리가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모 선생님,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난 모 선생님, 그리고 일본 도쿄도 미술관에서 만난 모 선생님, 생각보다 많은 선생님을 해외 미술관에서 우연히 만났네요. 선생님 기억나시죠?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학회가 열리는 곳은 서울입니다. 서울에는 정말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있습니다. 서울이 다른 건 부럽지 않은데 이건 정말 부럽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서울에 있는 미술관으로는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시립 미술관, 리움 미술관 그리고 중재학회 근처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갤러리는 갤러리마다 전시의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소개하기는 힘들지만, 포털의 검색 창 또는 ‘아트서울가이드’를 검색해보시면 가까운 거리에 많은 갤러리들이 있으니 커피 한잔 들고 (공짜 커피를 주는 곳도 있습니다) 편안한 복장으로 가셔서 갤러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서울에는 또 페로탕, 페이스 갤러리, 리만머핀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의 지점이 있습니다. 부산에 오신다면 부산 시립 미술관, 이우환 공간,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여러 유명 갤러리, 해운대 바닷가 여러 갤러리에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도립 미술관, 제주 도립 김창열 미술관, 왈종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이 또 가고 싶은 곳입니다.
인연이 닿고 있는 갤러리는 4군데 정도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는 갤러리입니다. 그 중 한 곳의 갤러리 대표님은 수년 전까지 심장관련학회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서로 ‘어디서 정말 많이 봤는데’라고 생각을 하다가 두 번째 만남에서 우연히 서로의 인연을 알게 된 후 이어가고 있으며 구하기 힘든 작가의 작품을 작가에게 직접 부탁해주셨습니다. 얼굴보시면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근처의 갤러리를 편안한 복장으로 가보세요. 부담스러워 하지 마시고 카페나 편의점 들어가듯이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학회나 출장 때 방문하는 호텔의 로비에 걸려있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세요.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심혈관중재학회의 호텔 로비에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었습니다.
2. 아트페어를 가라.
아트페어(Art Fair)는 말 그대로 ‘미술장터’입니다. 여러 화랑들이 모여 각자 부스를 차려놓고 소속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에게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지명도가 있는 작가 또는 동시대 미술 트렌드를 포착해낸 ‘수작 : 좋은 작품’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시대 미술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는 피악(FIAC), 아트바젤, 프리즈가 해당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국내의 많은 슈퍼 컬렉터들이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외국 아트페어는 가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고 싶습니다. 드디어 프리즈 서울이 개최됩니다.
국내 아트페어 중 가장 많은 관람객 수와 판매액을 보이는 대형 아트페어로는 서울에서 가을에 열리는 ‘키아프 서울 (Kiaf SEOUL)’, 부산에서 봄에 열리는 ‘부산 국제화랑 아트페어 (BAMA)’ 그리고 ‘아트 부산 (Art Busan)’입니다. 여기는 다 가보고 작품도 구매해봤습니다. 규모가 조금 작은 아트페어로는 7월에 서울에서 열린 ‘어반 브레이크’, 8월에 열린 ‘대구블루아트페어’가 있습니다. 아트페어에 가서는 작가 또는 갤러리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나누면 다음에 구할 수 없는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한 인맥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어지간히 지명도가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은 아트페어의 부스에 걸리기도 전에 주인이 결정된다는 건 (사전 판매 완료)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림 2] 2022년 아트페어에서 서양화가 ‘강태구몬’ 작가와 함께
3. 미술관련 포털 사이트와 경매 사이트를 구경하라.
지리적 여건으로 갈 수 없거나 어떤 작가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먼저 미술 관련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제가 작가와 그 작품을 찾아볼 때 주로 가는 곳은 아트시(artsy.net)입니다. 여기는 국내 작가보다는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 감상과 경매 이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들어갑니다. 해외 경매 사이트는 세계 3대 경매라고 하는 소더비(Sotherby), 크리스티(Christie), 필립스(Phillips) 경매에 가끔 들어가 봅니다. 물론 살 수 없는 가격의 작품들이 많지만 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살펴보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가끔씩 유명한 작가의 작은 소품이 접근 가능한 가격에 경매가격이 시작되는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 국내 경매 사이트로는 서울옥션, 케이옥션에 종종 들어가 봅니다.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한 방법인 경매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드리겠습니다.
4. 미술 잡지를 구독하라.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조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쉽게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방법은 미술잡지를 구독하는 방법입니다. 아시는 분들이 저에게 미술 작품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면 언제나 ‘미술 잡지를 구독해라’라고 말씀 드립니다. 국내에는 월간으로 간행되는 미술잡지들이 많습니다. 저는 미술 잡지 2개를 정기 구독하고 있습니다. 심심할 때 논문 쓰시는 여러 선생님들과는 달리 저는 부끄럽지만 심심할 때 배송된 잡지를 책상 위 또는 침대 옆에 두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작가 소개, 전시회 소개 위주로 읽어봅니다. 가보고 싶은 전시회 있으면 시간 내서 가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휴가 때도 미술 잡지에 소개된 휴가지 갤러리의 소장품 기획전에 갔는데 이번 생에는 가질 수 없는 가격의 유명 작가 작품이 전시된 것을 보고 ‘나도 저 작품들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갤러리 대표님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감상을 하면서 마음의 위안과 감동을 받으시길 소망해 봅니다. 이만 줄이고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방법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